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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제까지 고용보험에 '숟가락'만 얹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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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제까지 고용보험에 '숟가락'만 얹을 건가"

[새사연 기획연재②]전국민 고용보험화를 위하여 : 영국

1. 사각지대가 너무 큰 한국의 고용보험

고전파 경제학에서부터 시작해 한계효용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주류 경제학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 메커니즘이 완전고용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5% 이상의 실업률이 거의 상시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케인즈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져 왔다.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아무리 판을 쳤다고 해도 국가의 고용지원 역할을 의미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실업급여를 중심으로 하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이루어진 고용관련 사회안전망 자체를 부정하진 못했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김안나, 2006)

우리나라도 1995년 7월 1일자로 고용보험제도를 시행하였다. 시행 직후인 1997년에 위기가 터졌고, 미흡하지만 적시에 제도를 활용할 수가 있었다. 위기를 겪으면서 처음에 적용대상이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1998년 1월 1일부터는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같은 해 3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99년 10월 1일부터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형식적으로는 모든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50% 정도만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실정이다. 자영업자는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보험에서 아예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게다가 실업자 중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의 비중이 21.4%로서 OECD 국가 평균 30~4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실업급여 수급요건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고 소정급여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자발적 이직자와 본인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이직자에게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임금대체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 이직 전 임금의 50%를 실업급여로 지급하는데, 일본의 60~80%, 독일의 67%보다 크게 낮다. 임금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임금대체율은 30%도 안 된다 (유길상, 2005).

무엇보다도 정부가 실질적인 재원 지원을 거의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소극적 노동시장정책 중 실업부조는 정부의 일반 재정에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노동자와 사업주가 낸 보험료로 모은 기금을 가지고 정부가 적극적 노동정책을 펴는데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지원하는 재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실업부조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정부는 다만 최하위층에 대해 기초생활 지원금과 긴급복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위의 그림1처럼 도식화하여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제도는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의 부실한 구조의 한 부분으로서 그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큰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현 제도를 개선하려면 우리보다 사회안전망 제도가 잘되어 있는 선진국의 고용보험제도와 비교해 검토해 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고용보험 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2. 영국의 고용보험 제도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낸 보험료를 기반으로 지급되는 실업급여와 주로 정부가 지원해 주는 실업부조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를 1차 사회안전망 후자를 2차 사회안전망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실업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절대적 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회계층을 국가가 지원하는 공적부조 제도가 3차 안전망으로 분류된다. 아래 그림 2는 이러한 사회안전망을 특성에 따라 2가지로 분류한 것인데,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첫 번째 유형에 속하고 미국, 일본, 한국 등은 두 번째 유형에 속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모든 저소득 실업자에게 정부가 일반재정지출을 통해 실업부조로서 현금급여를 하고 별도의 고용보험제도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유길상 외, 2000)

실업자 안전망의 유형 (유길상 외, 2000: 6)

영국의 노동시장정책은 1911년 실업보험법을 시행하면서 시작되었고 주로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주로 운영되어 왔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1970년대 들어서면서 취업이 어려워진 청소년들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도입되었다. 대처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고용창출을 통한 고용정책이 축소되면서 전반적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약화되었다. 1998년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뉴딜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전통적인 소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실업보험료를 따로 징수하여 기금을 관리하지 않고, 출산수당, 퇴직연금 등 여타의 사회보험과 함께 국민보험료로 통합되어 징수된다. 이는 베버리지 보고서 (Beveridge Report)에 근거하여 1946년 제정된 국민보험법에 의해 확립된 것이다. 운용 재원인 국민보험기금(National Insurance Fund)은 노동자와 사업주가 70%를 절반씩 나누어 부담하고, 30%는 정부가 지원한다. 2차 고용안전망에 해당하는 실업부조는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지원한다. 기타 보조적인 제도로서 정리해고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도입된 잉여노동력 해고수당제도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지급해야하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될 때에는 국민보험기금이 대신 지급한다. 그밖에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정부의 일반회계로부터 지원된다.

국민보험료 징수체계

앞서 언급한대로 국민보험료에는 퇴직연금, 출산수당, 미망인 연금, 폐질급여, 실업급여를 위험 보험료과 모두 포함된다. 보험료는 대상을 4종으로 분류하여 징수한다. 아래의 표에 정리한 것처럼 노동자와 기업은 소득에 따라 비례하여 보험료가 책정되고 자영업자와 임의가입자는 정액보험료 제도를 택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차량이나 연료비를 보조하는 것을 포함하는 보험료 징수군을 선택할 수도 있다.

국민보험료 분류체계와 징수비율 (2009-2010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기본적으로 모두 정부의 일반회계에서 지원된다. 아주 일부는 노사와 유럽연합에서 지원된다. 영국 정부는 재정지원자와 서비스 공급자 분리원칙에 따라 기업훈련협의회 또는 뉴딜 지역파트너십에 성과평가를 근거로 경쟁방식을 통해 재원을 분배한다. 행정비용을 낮추고 관치의 병폐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채택한 이 방식은 시장의 원리를 최대한 해치지 않겠다는 원칙의 천명을 보이는 것이다. 기업훈련협의회는 지역적 특성과 시기적 요구를 결합하여 훈련프로그램을 짜서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다각도에서 평가해 총액으로 프로그램 비용을 계약한다. 뉴딜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며 기업훈련협의회의 경우보다 더 철저히 성과에 따른 배분원칙을 적용한다.

노동시장정책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노력

영국의 고용보험은 보험료는 국민보험료 징수국과 국세청 (현재는 관세청과 합쳐져 HM Inland Revenue & Customs)에서 징수하고 집행은 교육고용부 산하 고용청에서 이루어지는 이원적 관리구조를 가지고 있다. 1999년부터는 실업급여와 기타 소득부조를 노동시장정책 프로그램과 연계하기 위해 여러 노동관련 기관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13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노동시장정책의 또 다른 축인 고용지원은 과거에는 주로 고용안정센터 (Job Center)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1987년에 구인/구직 기능만을 담당하던 고용안정센터와 실업급여 사무소를 고용청 (Employment Service)으로 통합하였다. 원스톱 서비스 체제는 실업급여-고용지원-(그리고 위에서 말한 시장원칙을 결합한 뉴딜 프로그램과 기업훈련협의회를 주축으로 하는) 교육/훈련 제도를 효율적으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관리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정책 지출


실업보험과 실업부조 모두 대상자는 16세 ~ 60세 (여) 또는 65세 (남)이다. 완전 실업상태이거나 주당 평균 16시간 이하로 일하고 있다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이 1만 6000파운드 이상이거나 배우자가 주당 평균 24시간 이상 근로하는 경우라면 수급자격이 없다. 부양가족 유무와 나이, 자산 크기에 따라 주당£47.95~£94.94의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 (영국 Jobcentreplus).

뉴딜 프로그램

사회보장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로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생계지원, 직업상담, 직업훈련, 고용보조금을 모두 하나의 틀 안에 포괄하고 있다. 서비스 체계를 보면, 고용안정센테 방문 → 상담원과 인터뷰 → 구직자 약정 서명 → 실업급여 지급과 구직관련 종합 프로그램 시행 → 2주에 한 번씩 구직상황 점검 → 4개월 내에 구직이 안 되면, 인턴/자원봉사/환경감시/전일제 교육 프로그램/창업지원 중에 선택할 수가 있다. 뉴딜 프로그램은 연령별, 개인이 처한 상황별로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특성에 맞게 구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딜 프로그램 개요

이밖에 뉴딜과는 별도로 직업훈련 제도가 병행되고 있다. 현재 영국은 16-19세를 대상으로 하는 양성훈련 (직업훈련학교, 계속교육대학 직업훈련, 기업 직업훈련 포함), 재직자 훈련, 칼리지 직업훈련 체제를 갖추고 있다. 또한 뉴딜 프로그램과는 독립적으로 집행되는 고용보조금도 존재해 왔다. 주로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영국의 전통적인 부조 문화가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었다. 1995년 중앙정부의 프로그램으로 거의 흡수되었지만, 프로젝트 근로라는 이름하에 부활되어 시행되고 있다.

3. 한국의 고용보험제도에 주는 시사점

영국은 북유럽 국가들이나 독일,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고 알려져 한국의 사회복지체제 개선을 위한 모델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이런 평가가 자체는 정당하지만, 나름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 체제를 갑자기 북유럽 방식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영국식을 과도기적 모델로 고려해 볼 만 하다.

고용보험을 국민보험의 하나로 통합하여 관리하면서 전 국민을 포괄하고 있고, 실업부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적극적 고용정책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국가의 일반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가 즉각적으로 채택하여 현재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특성들이다. 또한 고용지원정책과 실업보험 제도를 통합하여 관리하는 원스톱 고용복지인프라도 단시일 내에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있는 체제라고 생각된다. 현재의 정치경제적 위기에 맞게 즉각적으로 도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 모델의 장점이 있다고 하겠다.

참고 문헌

김안나. 2006. 소득보장과 선진형 사회안전망, 정책현안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유길상. 2005. 고용보험 10년, 평가와 과제. 한국노동연구원.
유길상 외. 2000. 노동시장정채 재원조달 방식의 국제비교.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외. 2008. 고용안전망과 활성화 전략 연구.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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