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작에 뼈를 묻겠다"더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작에 뼈를 묻겠다"더니?

[기자의 눈] 정동영, '정치 위기'를 개탄할 자격이 있나?

퀴즈 하나. 다음은 누가 한 말일까?

"동작을 40만 구민과 함께 울고 웃고 함께 하면서 이분들의 애환, 이분들의 꿈을 실천해 나가겠다. 작은 일을 잘하는 것이 큰 일을 잘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여러분과 함께 시작하고자 한다. 동작을과 내가 연애결혼은 아니다. 우연히 만났지만 중매로 만나도 백년해로하고 아름다운 가약을 맺듯이 저는 여기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말씀드린다. 제 2의 정치인생을 동작을에서 시작하고 여기에서 새롭게 출발하고 여기에서 끝을 내겠다. 여러분께 약속드린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다. 200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동작을에 출사표를 던진 그가 사무실 개소식에서 한 연설이다.

총선 패배 후 미국으로 떠났던 정동영 전 장관이 돌아온다. 13일 그는 워싱턴에서 "13년전 정치를 시작했던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 출발하겠다"고 고향인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했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중매결혼'에 '파경'을 선언하고 옛 애인과 다시 연애를 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그는 현재까지도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회의는 MBC 앵커로 스타덤에 올라 있던 정 전 장관을 전략적으로 영입했다. 그는 처음 영입됐을 때 추미애 의원, 김한길 전 의원 등과 함께 '수도권 공략'의 카드로 거론됐다.

그러나 그는 전주 덕진을 택했다. 별로 도움이 안됐다지만 당에서도 '호남 물갈이' 카드로 쓰면 수도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국회 입성도 화려했다. 9만7800여 표로 전국 '최다 득표'를 했다. 그리고 곧 국민회의 대변인으로 마이크를 잡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0년대 들어 그가 정풍운동의 주역으로, 당 의장으로, 통일부 장관으로, 대선 후보로 승승장구한 바탕에도 '고향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정 전 장관이 그 고향으로 가겠다고 한다.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데 '텃밭 선거'는 매력적인 유혹일 것이다. 그와 각별한 사이인 한 원로 정치인이 그에게 "일단 복귀해 원내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들어오면 사람들은 들어온 과정은 잊는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이 정치인가? 정 전 장관이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이라는 점은 논외로 하겠다. 아무리 '정치 신인'이라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을 터, 아직도 적을 두고 있는 지역구를 팽개치고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도 '정동영, 동작을, 연애결혼' 세 단어만 입력해 검색하면 그가 동작을 선거사무소 개소식 연설 동영상이 주루룩 올라온다. 그런데도, 정 전 장관은 워싱턴 기자간담회는 물론이고 지지자들에게 화려한 말로 복귀 의지를 밝혔으나, 동작을 주민들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정 전 장관은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의회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위기이며 이 모든 위기의 본질은 정치의 위기"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모든 위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신뢰 상실'이라는 걸 생각하면 "동작을에 뼈를 묻겠다"던 그의 식언은 오히려 정치 위기를 더 부채질 하는 꼴이 아닌가?

정 전 장관은 "초심"을 이야기 했다.

▲ ⓒ프레시안
여태껏 그가 "초심"을 강조한 일이 하도 많아 솔직히 어떤 게 진짜 초심인지는 헷갈린다. 다만 그가 돌아가야 할 '처음'이 있다면 최다 득표를 올리며 화려하게 입성했던 1996년의 전주가 아니라, 노인 폄하 발언으로 당이 곤욕을 겪자 비례대표직을 내던지며 거론했던 초심, 2006년 지방선거 패배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초심, 그리고 동작을에 뼈를 묻겠다던 초심이야 옳다.

퀴즈 하나 더.

"둘 중에 한 사람은 지면 떠나지 않겠어요? 그리고 남은 사람도 대선이다 뭐다 해서 4년 뒤엔 동작을은 안중에도 없지 않을까요?"

누가 한 말일까? 답은 '상도동의 한 빵집 주인'이다.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을 보고 지난해 총선 직전 동작구 선거현장을 취재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르포는 빵집 주인의 '혜안'으로 마무리 돼 있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