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6일 열린 당 5역회의에서 "사건의 처리 지연을 지방법원 원장으로서 걱정하는 수준이라면 사법 감독관인 원장으로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원장이 보낸 이메일 내용을 보면 통상적인 절차로 할 것을 권유하는 내용이 있는데, 만약 통상적인 절차로 하라는 것이 헌재에 위헌제청을 요구하는 절차를 취하지 말고 형사재판으로 끝내라는 취지라면 법관의 재판 내용에 간섭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재판 진행에 관해 사법 감독관인 원장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우리는 사법부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대법원의 자체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보다 정확한 언급을 하는 것이 좋겠다"며 이 이상의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법원마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공정성을 잃어버렸다"며 "법원장이 판사들에게 이런 저런 강요를 할 수 있나. 국민이 얼마나 망연자실 할까"라고 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런 식으로 사법부마저 국민 신뢰를 잃는다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얘기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버릴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은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철저한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할 것이며, 신영철 대법관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5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신 대법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제안했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모두 일단 사법부의 독립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법원의 조사와 결과를 지켜본 뒤 정치적 액션을 선택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6일 오전까지 나타난 대법원이나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면 야당이 원하는 수준의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추궁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판사들에게 촛불집회 재판을 재촉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메일을 잇따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전 이용훈 대법원장이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법원장은 특히 "판사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면 위헌제청신청을 해서 재판을 정지시켜야 하고, 아니면 재판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위헌제청신청한 사람은 자기 양심에 따라 한 거고, 합헌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재판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풀이해보면 신 대법관의 이메일에 대해 개별 판사들이 '압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하고 동시에 압박으로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신 대법관의 이메일에 '대법원장님도 대체로 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언급된 것에 대해 이 대법원장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그는 "대법원장을 왜 조사하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나라당도 신영철 대법관을 두둔하는 모양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판에 대한 간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휘자로서의 나름대로의 지휘 철학을 전하는 것은 의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대법원이 지난 번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 의혹에 대해 하룻만에 서둘러 조사를 마치는 식으로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부실하다는 느낌의 진상조사 결과를 내놓고 한나라당이 적극 감싸기에 나선다면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진실규명이 미흡하다고 볼 때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국회에서 국정조사라도 하고 민주 법치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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