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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법 2월 처리 무산…출총제는 결국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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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법 2월 처리 무산…출총제는 결국 폐지

정무위 '일방 처리'한 한나라, 본회의서 '덜커덕'

은행법 개정안 등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법안의 2월국회 처리가 불발됐다. 저작권법, 디지털전환법 등 여야 합의에 의해 상정된 미디어 법안도 3일 자정을 넘겨 회기가 자동 종료되는 바람에 통과되지 못했다.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한국정책금융공사법안 등 61건의 법안과 정개특위 구성결의안 등 2건의 결의안 등 총 63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특히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재벌 규제의 상징성을 가진 출총제가 폐지됨으로써 재계의 오랜 숙원이 풀렸다. 삼성, 현대차,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한진, STX, 신세계 등 10개 기업집단 31개사가 사실상 투자규제가 풀려 혜택을 보게 됐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 등이 사후규제 성격의 징벌적 배상제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은 재석 235명 중 171명의 반대로 폐기됐다.

그러나 이날 하루 종일 국회를 들썩이게 했던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 금산분리 완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무산됐다. 특히 은행법은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법안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기습적으로 정무위를 열어 강행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2월 처리가 무산됨으로써 여권도 2월 국회를 통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은행법 등에 대한 정무위 기습 처리가 불씨가 돼 민주당 등 야당은 "협의처리 약속 위반"이라고 거세게 항의를 했고, 여야 지도부가 밤늦게까지 수차례 접촉을 벌여 최종 타결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직접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4월 국회에서 논의키로 결정해 2월 국회 처리는 결국 무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산업자본과 사모펀드의 은행 지분율에 대해 거의 합의가 이뤄졌는데, 10시 30분이 넘어 한나라당 측에서 '4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해서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고, 그 다음에 한나라당은 다시 '그냥 2월 국회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하자'고 제안해왔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법사위에서 은행법 등이 볼모가 돼 다른 민생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법안이라도 빨리 법사위를 통과되도록 부담을 덜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합의 처리한다는 정신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협의 했으나 시간에 쫓겨 민주당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안이 누더기가 될 것 같아 차라리 다음 국회로 넘겨 협의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금산분리 법안과 함께 비쟁점 미디어법안으로 분류되는 저작권법과 디지털전환법 등 2건도 자정을 기해 회기가 종료로 처리되지 못했다.
▲ 3일 밤 제 281회 국회 제12차 본회의에서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 민주당 의원 등이 한국정책금융공사법이 반대토론없이 표결됐다며 이윤성 국회 부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당초 이날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 개회 시간은 수차례 지연된 끝에 밤 9시에 비로소 열렸다. 정무위 강행 처리의 여파로 법사위가 지연되면서 안건 상정이 늦어진데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밖에 나가 있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전화를 걸어 회의 참석을 독촉하기도 했다.

본회의 과정에서도 민주당 이석현, 송영길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제주도특별법과 관련해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반대토론을, 민주당 김우남 의원이 찬성토론을 진행했고, 출총제 폐지와 관련해 창조한국당 유원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반대토론을 진행하면서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이윤성 부의장이 토론 시간을 3분으로 제한하자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가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고, 정책금융공사법에 대한 의결이 있기 전 이정희 의원이 반대토론을 신청했으나 "접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20여 분의 시간이 또 흘러갔다.

결국 11시50분께 저작권법과 디지털전환법 등이 상정됐으나,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서면서 시계는 자정을 넘겨 산회가 되고 말았다.

의장석에서는 반대토론을 3분으로 제한했지만, 김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3분여를 더 발언을 했고, 김형오 의장은 이를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연금 통합징수에 관한 국민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도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이 이에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법사위에 보내는 등 논란을 빚다가 법사위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이날은 미디어법 승리에 도취된 한나라당의 안일함이 두드러졌다. 전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결과를 두고 "만족스럽다"고 평가하면서 "오늘 이후로 푹 쉬라"고 사실상 2월 임시국회 '종전'을 선언해버렸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저녁에 밥먹으러 가도 되냐"고 질문해 웃음을 자아내는 등 시종일관 느슨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산적한 민생법안 경제살리기 법안이 표결처리를 앞두고, 민주당 민노당의 악의적인 필리버스터로 처리되지 못했다"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한나라당이 '필리버스터'의 숨은 공헌자?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은행법 심의 요구를 일축하며 회의를 진행했다. 앞서 3일 오전 정무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은행법 등 금산분리 완화 법안을 강행 처리한 불씨로 인한 진통의 연장선이다.

민주당 소속인 유선호 법사위원장은 80여 건 가까운 법안 처리 일정을 소화하면서 은행법을 끝까지 전체회의에 붙이지 않았다. 여야 합의 수정안 처리 시도가 무산된 것과 맞물리면서 법사위 차원의 '필리버스터'가 통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4대 사회보험 통합징수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언쟁을 벌인 것도 결과적으로 시간을 끈 셈이 됐다. 결국 이날 이 개정안 처리도 유보됐다.

국민건강보험법 등 개정안의 논의가 길어지자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금산분리 완화 관련해서 은행법 먼저 (전체회의에) 상정했으면 좋겠다"고 재촉했지만 유 위원장은 "이 법안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국민연급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처리되지 못한 건 민주당도 반대와 함께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불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의 한나라당 의원이 반대하고 있다"며 "먼저 여당이 합의하고 와야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등은 "지금 처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으나 결실은 보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전재희 장관도 "장관이 양해해서 유보하는 게 어떻냐"는 유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고집을 끝까지 굽히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에 동조한 셈이 됐다.

앞서 이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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