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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죽어도 탈 없었으니, 더 무서워지겠구나"

조사단 "편파·왜곡·축소·은폐 검찰 수사 못 믿어"

지난 20일간 용산 참사를 수사해온 검찰이 9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농성자 20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죄'로 구속·불구속 기소했으며, 경찰에게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이뤄진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진상 조사단'은 이날 기자 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이들은 "검찰은 철거민, 조사단, 언론이 제기한 많은 의혹을 밝힐 의지가 없는 편파·왜곡, 축소·은폐 수사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사단은 "검찰은 예상된 결론을 내렸다"며 그간 자체 조사한 자료 및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사실상 또 다른 수사 결과 발표였다. 같은 사건이지만, 결론은 180도 달랐다. 이들은 "6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화재가 아니라 경찰의 무모하고 과격한 진압이었다"고 강조했다.

▲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대형 참사에서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유사한 상황, 시민이나 노동자의 집회 시위에 있어서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 아무리 많은 피해가 발생해도 정당한 법 집행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연합뉴스

"불합리하고 위법한 조치라 보기 어렵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철거민이 화염병을 투척하고 새총을 발사해 시민 안전을 크게 위협했다"며 "급박한 불법 상황을 해결하고자 경찰특공대를 조기 투입한 조치는 위법하다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버스 정류장에 던지는 모습을 부각한 경찰 동영상을 근거 자료로 제시했다.

이를 놓고 조사단은 "검찰은 경찰특공대의 투입 근거인 19일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서울경찰청 문서를 보면 (사건 발생 전날인) 19일 오전 9시경 특공대 2개 제대 출동을 지시했다"며 "경찰특공대의 출동은 농성 진압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조사단은 기존에 밝혔던 대로 "진압 작전 전인 19일 오전에 경찰과 용역 대치 상황에서 공가의 화재 발생 1건 외에 피해는 없었다"며 "주변 상가와 주민은 19일 상황이 위협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은 농성자에 대한 설득과 대화 과정을 사실상 생략한 채 1월 19일 상황을 도심 테러 수준의 위험 상황으로 왜곡해, 공격적 진압 방식을 구사하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례적 참사…진압과 인과 관계 없다?"

조사단은 이날 검찰이 "이번 화재 발생 및 사망은 경찰의 지배 영역 밖에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경찰의 진압과 화재 간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발표한 부분도 강하게 반박했다.

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이번 농성은 기존 철거민 싸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사례였다"며 "그런데 왜 참사가 났는지, 그 이례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됐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은 다량의 인화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두 차례 불이 발생한 것을 알았다는 사실이 무선 교신 내용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그렇다면 자신들의 법 집행 메뉴얼에 따르면 할 수 있는 한 인화 물질을 제거하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경찰 특공대는 망루의 3층까지 이미 장악하고 있었고, 주로 위험 물질은 2~3층에 존재했다"며 "대형 화재의 위험이 누구나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위험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염병 때문에 농성자 기소?"

또 조사단은 이날 검찰이 "이번 화재 발생 및 사망은 농성자의 시너·화염병이 원인이 됐다"며 결론적으로 농성자 20명을 기소하고 경찰에 무혐의 처분을 한 부분도 반박했다.

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장주영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는 명확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시너와 화염병을 누가 뿌리고 던졌는지 특정하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철거민이 뿌리거나 던지지 않았다면, 방화로 인한 치사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화재를 저질렀는지 모르는데 처벌할 수 있나"라며 "검찰은 공동정범이라는 판례를 들었지만, 정말 테러 집단이 아닌 이상 살인을 모의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과거 전용철 농민 등이 과잉 진압 과정에서 사망했을 때와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검찰이 애써 참사의 책임을 화염병이라는 발화 원인에서 찾고 있고,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성이 없음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수사했다"고 비판했다. 박진 활동가는 "경찰이 과격하게 망루를 해체하고, 무분별한 살수를 지속했으며, 이미 발생한 화재를 무시하고 진압을 강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위험은 단계적으로 상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죄 없다?"

조사단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비롯해 진압 작전을 수행한 경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내정자가 작전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무전기가 꺼져 있었다는 진술의 진위 여부는 로그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지만, 작전을 지휘했거나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윤식 변호사는 "판례에 따르면 감독상의 과실이 있을 경우에도 현장에 그 자가 있었는지를 불문하고 공동정범을 인정한다"며 "현장에서 진압을 지휘한 경찰 지휘관들의 안전한 진압 의무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충분히 하지 않은 잘못을 이송범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 등에게 잘못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 변호사는 "김석기 청장은 19일 12시 30분경 한강로지구대에서 진압대책회의 주재했으며, 관리·감독을 회피한 잘못이 있다"며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석기 청장이 무전기를 꺼둔 상태였다고 했지만, 그것 자체가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유력한 증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검찰은 <PD수첩> 등의 보도대로 용역업체 직원이 방패를 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서도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직무유기는 고의가 있어야 하고 용역회사 직원의 물포 분사를 폭력행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권력 행사를 민간인에 위임할 수는 없지만 위임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찾을 수 없었다"며 약 2시간 30분가량 용역업체 직원들이 망루에 물대포를 쏜 것에 경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사단 측은 "경찰이 용역의 물리력 행사를 묵인 방조한 것은 경비업법위반죄의 공동정범 및 직무유기죄가 성립한다"며 "또 용역업체 직원들이 진압 업무를 하게 한 것은 경찰의 직권남용죄도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경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

장주영 변호사는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우려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검찰의 발표처럼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당한 대형 참사에서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앞으로 유사한 상황, 시민이나 노동자의 집회 시위에 있어서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 아무리 많은 피해가 발생해도 정당한 법 집행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민주 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고 경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현 정부의 떼법 문화 청산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방향과 수사를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단 측은 "우리는 심지어 경찰호스를 든 용역은 처벌하면서, 호스를 들도록 시킨 경찰을 처벌하지 않는 검찰의 결정을 보며, 검찰에 어떤 신뢰도 할 수 없음을 밝힌다"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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