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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변인'으로 전락한 검찰…20일간 한 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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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변인'으로 전락한 검찰…20일간 한 게 뭔가?

'용산 참사' 경찰 주장 되풀이…의혹 하나도 못 밝혀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새롭게 밝혀진 건 없었다.

9일 검찰은 지난 달 20일 발생한 용산 참사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꼭 20일 간 벌인 수사 결과는 '농성자 및 용역업체 직원 27명 기소·경찰 무혐의'였다. 그러나 내용은 기존에 경찰이 되뇠던 주장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했다.

"시민 안전 위협해서"…경찰 주장 되풀이한 검찰

검찰은 이날 결과 발표에 앞서 "철저한 수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고,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실을 판정한다는 원칙 아래 가능한 모든 수사 방법을 동원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농성자 27명에 대해 94회, 경찰관 75명에 대해 107회의 조사를 했다"며 "입수한 모든 동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다수의 화재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발표는 검찰이 대체 무엇을 수사했는지 의심만 키웠을 뿐이다. 검찰은 "농성자들은 (참사 전날인) 1월 19일 5시 30분부터 1월 20일 6시 30분까지 복면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화염병 200개, 염산병 40개, 골프공과 벽돌조각 수백 개를 투척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이로 인해 주변 건물과 버스정류장에 화재가 발생하고, 지나가던 승합차 유리창이 파손되고, 한강로가 2회에 걸쳐 전면 통제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검찰은 "경찰은 주요 간선 도로에 접한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해 망루를 지어놓고 인도와 차도까지 화염병 투척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위협을 발생시켰고, 농성자는 화염병 400개, 1톤이 넘는 인화물질로 무장했고, 협상에도 응하지 않아 장기화될 우려가 있으므로 특공대를 투입해 신속한 진압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확인 결과 경찰의 주장 같은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고, 농성자들이 협상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다량의 위험 물질 투척해서 공공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됐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이미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통해 반박이 제기된 사안이었다. 지난 7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으로 구성된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 진상 조사단'이 주변 상인의 진술과 증거 사진을 제시하며 "농성자들이 돌이나 골프공을 투척한 시점은 경찰의 살수가 진행되거나 용역의 접근이 있을 때였다"고 지적했다.

진상 조사단은 "또 투척된 물품 대부분은 돌과 골프공이었고, 화염병 사용은 제한적이었으며, 염산병 투척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증언자 대부분은 농성자가 일반 시민과 이동하는 차량에 '무작위'로 위해를 가하는 행동은 없었으며, 경찰의 통제 아래 통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난 주민들 중 검찰의 조사를 받은 이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엔 '면죄부', 용역업체 폭력은 '축소'

검찰은 진상 조사단이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의혹이 제기됐던 고 이성수 씨와 윤용헌 씨의 사인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사체를 정밀하게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인은 모든 사망자의 폐와 점막에 그을음이 발견돼 화재에 의한 사망이라는 부검 소견을 제시했다"며 "동영상과 사진, 발견 당시의 사체 상태, 주변 상황과 부검 소견을 종합해 화재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만 발표했다.

검찰은 경찰이 용역업체와 합동으로 진압 작전을 폈다는 의혹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용역업체 직원이 1월 20일 특공대 진압 작전에 참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용역업체의 진술에만 의존한 발표혔다. 그간 공개된 경찰의 무전 교신 내용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지난 7일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는 기자 회견에서 "그 사람들은 저희가 집회 신고를 하면 방해하기 위해서 조합과 용역업체에서 조직한 사람들"이라며 "지역 주민들은 그들이 용역업체 직원이라는 걸 다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에 대해 검찰에 참고인 조사 같은 것도 한 번 받은 적 없다"고도 지적했다.

용역업체의 폭력 행위에 대해서도 기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 이상의 것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농성자와 대치하던 용역업체 직원 5명이 폐목재, 소파 등을 쌓아놓고 불을 피워 연기가 올라가도록 2회 폭력을 행사한 것 확인했다"며 "또 1월 19일 10시부터 10시30분까지 철거업체 본부장 등이 망루 설치 저지할 목적으로 소방호스를 사용해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반면, 경찰에 면죄부를 주는 발표는 줄줄이 이어졌다. 검찰은 "경찰이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해서 인명 피해 확산된 것은 아닌지 문제가 제기됐다"며 "그러나 현장에서의 준비 상황에 따라 일부 수정된 부분은 있지만, 경찰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인과 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본 화재 원인은 농성자의 시너 투기와 화염병 투척 행위인만큼 작전과 사망은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며 "결국 이번 진압 작전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국철거민연합 수사 계속"…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마지막으로 발표한 향후 계획은 검찰의 수사 초점이 그간 어디에 맞춰져 있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검찰은 "농성자 6명을 상대로 구체적 행위을 분담한 내용과 혐의를 특정하는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며 "전국철거민연합회 남경남 의장을 조속히 검거해 위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철연의 조직적 개입과 금전 거래는 계속 수사해 진상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이미 수사의 전반에서 자신있게 계좌 추적을 시작했다고 밝힌 뒤 아직도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전철연의 '조직적 개입'과 '금전 거래'에 대해서만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검찰의 발표에서는 농성을 시작한 계기가 된 용역업체의 잇따른 폭력 행위도, 이를 방치한 경찰에 대한 철거민들의 숱한 진술도, 사건을 목격한 주변 상인 및 목격자에 대한 수사 과정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검사 19명과 수사관 24명으로 구성된 특별팀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 많은 인력은 대체 지난 20일간 무엇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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