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이 임기를 1년 반 남겨놓고 돌연 사의를 표명해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가 3년인 금융연구원장이 임기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연합회가 출연한 사단법인 연구원이지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다고 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금산분리 완화 반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강행 반대 등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토론회나 강연회 등 공식석상에서 반대 입장을 밝혀온 이 원장의 사퇴에 정부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원장의 지인들도 이런 의혹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28일 금융연구원 실장들과의 점심 식사 도중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오는 31일 공식적으로 물러나며 후임 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박재하 부원장이 원장직을 대행할 예정"이라고 금융연구원은 밝혔다.
이 원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 경제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한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금융정책 입안에 관여해왔다. 이 원장은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재정·금융)위원을 맡았고, 2003~2004년에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어 2007년 7월부터 금융연구원장을 맡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새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과 '불편한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원장은 금감위 부위원장 시절 윤 내정자와 '시각차' 때문에 윤 내정자가 금감위원장으로 부임한 뒤 1개월 만에 돌연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윤 내정자는 금산분리 완화를 적극 주장해온 대표적인 금융규제완화론자다.
이 원장이 현 정부 정책과 입장 차이 때문에 중도 사퇴하는 만큼 후임으로는 MB 대선캠프 출신 인사 등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가 거명되고 있다. 김태준 동덕여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김대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박재하 현 부원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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