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원장 ⓒ뉴시스 |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의 5대 투자은행이 모두 사라지면서 금융회사의 대형화, 겸업화를 지향하는 자통법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국책 연구기관장 중에는 유일하게 이 원장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자통법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 원장은 현 자통법의 문제점으로 2가지를 지적했다. 증권사에 지급결제기능을 준 것과 겸업화를 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통법을 통해 증권사에 지급결제기능을 주니까 형평성 문제로 인해 보험업법을 통해 보험사에도 지급결제기능을 줬다. 지급결제기능을 주면 은행과 마찬가지인데, 그렇다면 거기에 걸맞는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을 때 리먼이 지급결제기능을 가졌더라면 그 충격을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또 금융투자업으로 통합되면서 내부경영을 하게 되면 엄청난 이해상충이 생긴다. 기업이 주식과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이를 인수하고 다시 파는 게 인수 발행이다. 근데 인수한 뒤 안 팔리면 증권사가 망할 수 있게 되니까 자기가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통해 사는 편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외국에서도 내부 경영을 법적으로 불허하고 있지는 않지만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이해상충 문제에 대한 감시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다 자회사로 운용하고 있다."
이 원장은 이 두 가지 조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덩치 큰 씨티은행도 망해가고 있지 않나
이 원장은 미국 금융위기 발생의 근본원인으로 '탐욕'과 '욕심'을 꼽았다. "이익이 있는 곳에 위험이 있다"는 금융시장의 공리를 망각한 채 무작정 이익만을 쫓은 결과라는 것.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 선진화'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이 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적으로 금융감독과 규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도 국제적 정합성을 위해 재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미국이 우리보다 더 실력이 좋다"며 "그들의 논의를 봐가면서 감독,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미국 금융위기의 또 하나의 교훈으로 '외형 확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 지금 은행들보고 외형 경쟁했다고 야단치는데 사실 그걸 부추긴 게 정부와 언론"이라며 "항상 은행들을 자산 기준으로 줄 세우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현 금융위기에 씨티은행도 넘어가고 있다"며 "사이즈에 집착하지 말고 진정한 실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현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아직 위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 모든 사람이 다 달려들어 극복하기도 힘들 수도 있는데 이리저리 편 가르는 게 좀 불안하다. 대타협을 하기 위해선 가진 사람이 좀 더 너그러워야 한다. 덜 가진 사람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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