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의 자본시장통합법 입법 추진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동걸 선임연구위원이 "특정 대기업집단이나 업계의 소원수리를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동걸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금융연구원이 29일 발간한 <주간 금융브리프>에 게재된 '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3): 종합평가'라는 글에서 증권업 등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재경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 선임연구위원의 이런 비판은 6월 초로 예정된 자본시장통합법 초안 발표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정부와 금융계에 예민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한 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재경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의 목표는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고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부작용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재경부는 겸업화와 대형화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의 출현을 기대한다고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일 것으로 분석되는 등 정책목표와 자본시장통합법의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재경부는 사전적, 행정적 규제가 사후적, 사법적 규제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무제한 겸영 허용 등 금융산업에서 대부분의 안전장치를 용감하게 폐지하려고 하고 있으나 사후적, 사법적 규제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한 현실여건이 아직 매우 미흡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넷째, 합리적 근거도 없이 금융투자회사에게 업무확대를 허용하면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금융회사에도 무분별하게 그 업무를 허용하게 됨으로써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같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재경부가 세심한 검토와 준비 없이 자본시장통합법을 무리하게 변칙적으로 강행하는 데 대해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예를 들면 재경부가 발표한 표면상의 이유와 달리 자본시장 통합법에 다른 숨은 의도가 있다거나 또는 정권의 통제력이 약화된 틈을 타 특정 대기업집단이나 특정 업계의 소원수리를 위해 자본시장통합법이 이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이를 계기로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재경부가 예상되는 부작용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과장된 목표만을 내세워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는 마치 "마차 뒤에 말을 매단 형국으로 말이 마차를 밀면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기(긍정적 효과)보다는 마차가 뒤집어질(부정적 효과) 우려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월 19일 '금융정책의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라는 보고서를 통해 "방카슈랑스 시행일정 재조정과 금산법 24조 개정안, 자본시장통합법안 등을 보면 객관적이고 투명한 논의가 결여돼 있다"며 "정부가 특정 업종과 특정 기업 또는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를 지나치게 대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날까지 한국금융연구원의 <주간 금융브리프>에 '자본시장통합법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3편에 걸쳐 연재하면서 자본시장통합법의 입법을 추진하는 재정경제부의 정책 태도와 그 내용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오고 있다.
이런 이 선임연구위원의 비판에 대해 재경부는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 그의 비판 내용을 검토하고 수용하려는 태도는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재경부의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은 선진국형 투자은행(IB)을 만들어 해외 IB와 제대로 경쟁할 여건을 조성하고 투자자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열 개가 넘는 직접금융시장 관련 법을 통합하는 방대한 작업"이라며 "특정 기업 봐주기라면 다른 증권사나 금융기관들이 가만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재경부의 다른 한 관계자는 "높은 학식과 경륜을 갖춘 분이 감정을 담아 주장하면 본인의 전문성도 같이 낮게 평가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마치 재경부가 로비를 받았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재경부 직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하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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