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가 벌어들인 '어음'은 안전한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가 벌어들인 '어음'은 안전한가?

[고성국의 정치분석] '2월 쟁투', 주목되는 박근혜

장이 파했다. 누가 벌고 누가 잃었을까? 크게 얻은 축도 있고 별 재미를 못 본 축도 있을 듯하나, 현찰만 아니라 외상에 어음까지 있었을 터이니 계산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꼭 잔돈푼까지 세어봐야 아는가. 파장 분위기만으로도 대강의 득실계산은 되는 법.

많이 번 쪽은 역시 민주당 지도부인 듯하다. 대다수 쟁점법안을 1차 저지한데다 "야성을 회복했다"는 평가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당 지지도 상승이라는 보너스까지 있었지 않은가. "당내당"을 자임하면서 대여 강경투쟁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민주연대도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수지를 맞춘 축에 속한다. 존재감을 과시한 것만 해도 어딘가. 아쉬운 것은 스타 탄생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점은 "승리"를 이끌어낸 원혜영·정세균 두 사람의 스타일을 탓할 밖에 없겠다. 이 대목은 제로섬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시너지로 볼 문제이므로 더욱 아쉽다.

한나라당 쪽은 계산이 좀 더 복잡한 듯하다. 크게 잃은 쪽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수지를 잘 맞춘 쪽도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잃은 쪽으로 보자면 친이 직계가 가장 크게 잃었다. 처음부터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강행처리를 주장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는 참담한 패배라 하지 않을 수 없겠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야 합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홍준표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도 패배의 상처가 작지 않음을 반증한다.

반면 원희룡, 남경필 등 '비주류세력'은 수지를 잘 맞춘 것으로 보인다. 여·야합의 후 조사된 '한나라당 내 세력 호감도'에서 이 그룹은 '친이직계 주류세력'의 16.3%를 바짝 추격하는 15.4%를 기록했다. 숫자도 얼마 되지 않고 변변한 당직도 갖지 못한 이들이 '친이직계 주류세력'에 필적할만한 호감도를 기록한 것은 '작지만 주목할 만한 이변'이다. 이 그룹의 호감도가 설사 친이직계들의 추락에 따른 반사이익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반사이익도 그것을 챙길만한 최소한의 정치적 역량을 갖출 때 가능한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희룡, 남경필 등 비주류세력'은 이번 국면에서 그저 수지를 잘 맞춘 것이 아니라 가장 크게 얻었다는 평가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호감도와 존재감에서 가장 크게 도약한 것처럼 보인다는 뜻에서다.
▲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친박근혜계 세력'의 득실을 따지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언뜻 보면 박근혜 의원과 '친 박근혜계 세력'은 민주당 지도부 못지않게 크게 얻은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 작심하고 발언함으로써 여야 협상을 마무리 짓게 만든 정치적 파급력이야말로 박근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건이었다 하겠다. '친박근혜 세력'이 '친이직계 주류세력'의 16.3%를 크게 앞서는 42.4%의 호감도를 기록한 것을 보면 박근혜 의원의 이번 행동에 대한 여론 지지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측면은 없을까. 작심발언에 따른 부메랑은 없을까?

우선 지적되는 것은 발언 시점이다. '여태껏 침묵하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 무슨 소리냐'는 마뜩찮은 반응은 친이직계 의원들한테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박근혜 의원 특유의 교과서적 포괄어법도 문제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으로서 국민 앞에 큰 그림을, 큰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이 옳다.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또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위원 중진연석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을 두고 박희태 대표와 친박계의 허태열 최고위원 윤상현 대변인과 친박연대까지 나서 이런저런 해설과 해석을 해야 했으니 과연 국민들은 박근혜 의원의 진심은 무어라 읽어야 할까?

2월이면 다시 장이 선다. 지난번에 번 사람들은 더 벌거나 최소한 번 것을 지키려 할 것이고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만회하려 덤빌 것이다. 모두들 2월이 지난 1월보다 더 어려운 국면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겠다.

박근혜 의원과 '친박계'는 이번에도 막판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언제든 '이현령비현령'이 가능한 교과서식 논평이나 하면서.

여·야 지도부간 또 한번의 예정된 쟁투보다 박근혜 의원의 2월 행보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친박근혜계 세력'이 지난번 벌어들인 것이 아무래도 어음이었던 것 같아서다. 어음수금이 어떻게 될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2월 임시국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