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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최악의 무리수'…국회ㆍ국회의장 위상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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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최악의 무리수'…국회ㆍ국회의장 위상 바닥에

3차 강제해산도 무산, 국회 사무처 "일요일까지 공무집행 계속"

3일 민주당 농성 강제진압을 시도하고 있는 국회 사무처가 "월요일(5일) 이전까지 국회 내의 불법적인 농성을 끝낼 수 있도록 정상적인 공무집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해 이날 밤은 물론이고 4일에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의 본관 진입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경찰 증원 요청' 등에 대해 사무처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감싸고 있다. 김형오 의장의 지시로 이뤄진 '휴일 진압작전'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김 국회의장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지게 됐다. 이날 강경진압이 여야 대화의 여지를 없앴음은 물론이고, 직권상정으로 가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다.


▲ 국회 사무처가 민주당의 국회 본 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에 대한 해산을 시작한 가운데, 3일 오후 국회 사무처의 요청으로 출동한 서울청 기동단 소속 기동대원들이 국회 본청 정문 입구에서 상황을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사무처 "일요일까지 진압할 것"

국회 사무처는 3차 진압시도까지 무위로 돌아간 뒤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 정치권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퇴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제136조)와 특수주거침입죄(제320조) 등으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국회 주변에는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 250여 명 외에 경찰 기동대 병력 900여 명이 증원대 주변을 둘러싸고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다. 국회의사당 본청은 경찰이 1m 간격으로 도열해 '외부 진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 국회 사무처가 민주당의 국회 본 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에 대한 해산을 시작한 가운데, 3일 오후 국회 경위들이 로텐더홀 주변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던 민주당 관계자들을 국회 본청 밖으로 끌어내자 국회 사무처의 요청으로 출동한 경찰 기동대원들이 이를 인계받아 연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국회 경비대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어청수 청장에게 증원을 요청했고, 어 청장의 명령에 의해 병력을 지원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 육동인 공보관은 "민주당 당직자들이 창문을 통해 진입하고 있는데 이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국회 경비대의 자체 판단으로 증원을 한 것 같다"며 "국회의장이 경찰 증원을 요청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확답을 피했다.

이날 오후 다수의 민주당 당직자와 의원 보좌관들이 2층 민주당 원내대표실 창문을 통해 본청 내부로 진입하자 경비대의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

그러나 경비대 요청으로 9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이 신속하게 국회 내로 진입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국회 경내에 소위 '닭장차'라고 하는 경찰차량까지 진입한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 사무처가 김 의장 감싸기에 적극적인 것은 국회법상 경찰 파견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144조)고 규정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직권상정 수순 밟기"

민주당은 "김형오 의장이 사실상 경호권을 발동한 것이며 경호권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국회 경위가 아닌 방호원들이 물리력 행사에 나선 것도 명백한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국회법에는 "국회의 경호를 위해 경위를 둔다"(제144조 제1항)고만 돼 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권과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주당 진압작전에 나서 경찰기동대 900명이 투입했고 의사당 현관 앞에 닭장차까지 배치했다"며 "민주당 진압작전은 한나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의 MB악법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 밟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김 의장이 "언제 '직권상정'의 절차를 밟을 것이냐"와 직권상정을 위한 전단계인 본회의장과 주변 진압을 밀어붙일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일단 국회 사무처는 이번 주말 질서회복의 공간적 범위를 본회의장 앞 로비인 '로텐더홀'로 상정하고 있지만, 로텐더홀 진압이 끝나면, 야당의 저지인력이 충원되기 전에 곧바로 본회의장 내부 강제 진압에 나설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도 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경위들과 함께 몸싸움에 가세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여야는 지속적인 충돌을 이어가며 '힘싸움'으로 승부를 보게 됐다. 김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에 성공하건 실패하건 수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장실 빼준 지 이틀만에…"


▲ 국회 사무처가 3일 국회 로텐더홀 농성해제 및 불법부착물 철거를 위해 강제해산에 들어가자 정세균 대표와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격앙된 가운데에도 긴장이 고조된 모습이다. 특히 "국회의장의 역할을 다 하라"는 취지에서 집무실을 점거를 해제한 지 이틀 만에 강제해산을 경험하자 야당의 등에 칼을 꽂았다는 감정이 폭발한 상태다.

게다가 김 국회의장이 요구했던 2일 여야의 '최종담판'은 사실상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대표를 핑계로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 물리력 행사에 나선 것은 명백한 여당 편들기이자 야당 탄압이라는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권위주의 시대에도 없었던 일로, 이런 일을 획책한 김형오 의장을 이 시간 이후로 의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회 경위와 방호원들을 수시로 투입하며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수차례에 걸친 치고 빠지는 식의 진압은 "민주당을 공권력에 대한 불법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이날 물리적 충돌로 여야 대화의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강제해산을 적극 환영했다. 결국 '민주당 대 김형오 국회의장-한나라당'의 대치전선이 형성됨에 따라 협상을 통한 국면 전환의 가능성은 없어진 셈이다. 이 대목 역시 실날같은 대화 가능성이라도 살려야 할 김 국회의장의 역할과 운영의 묘가 크게 아쉽다는 비판이 높다.

한편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민주수호 촛불탄압 저지를 위한 비상국민행동'은 4일 국회 앞에서 "의회 폭거를 자행한 국회의장, 국회 사무총장과 한나라당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국회 외곽에서의 항의 행동을 본격화 할 예정이어서 대치 전선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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