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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자폭'의 배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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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자폭'의 배후는 누구인가?

[고성국의 정치분석] 정말로 청와대의 '거수기 집권당'이 되고 싶은가?

목소리 크면 이기는 세상인가.

시정잡배들의 싸움판에서는 '선방'이 최고라는데 정치판도 그런 것인가. 질서 유지권을 선제적으로 발동한 외통위의 한나라당 위원장을 두고 외교부장관을 노리고 그랬다는 설이 파다한데 정말 그랬을까.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농성도 기습적으로 감행됐다는 점에서 외통위의 "선방"에 가까우나 행동의 이유와 절박성의 강도는 좀 달라 보인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끝에 감행한 결사항전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전략에 말렸던 것으로 평가되던 예산안 처리조차 지금에 와서는 결사항전을 위한 명분으로 전환되고 있는 형국이다.
▲ ⓒ뉴시스

이 점에서 한나라당은 전략에서도 홍보에서도 모두 졌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한 마디에 쟁점법안들까지 무더기로 감행처리 하려는 거수기 여당처럼 돼 버렸고, 변변한 전략 하나 없이 장관자리나 탐내는 지리멸렬한 집단으로 돼 버렸다.

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집권당과 한 몸일 수 있다고 하나 그래도 형식상 당적 이탈을 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갖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문제를 놓고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도 보기 딱하다. 쟁점법안의 여·야 합의를 촉구한 국회의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가시돋힌 촌평을 당대변인 공식논평으로 낸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을 뭘로 보는 걸까.

국회의장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청와대는 또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김의장이 한나라당 당적은 버렸지만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서 이명박 정부 출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놓고 자기 체면만 중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불만의 내용인 듯 한데, 이들은 국회의장이 왜 당적 이탈을 하는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라는 법적 규정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고나 있는 것일까.

"국민과 국가를 위해 악역을 담당해야 할 시점에 슬그머니 빠져 나가려 한다. 기회주의 처신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정부쪽의 비난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국회의장의 기자회견을 "기회주의 처신"으로 매도하는 정부는 3권 분립이라는 헌법원리를 이해나 하고 있는 것일까.

국민의 절반이 넘는 51.2%가 국회 파행의 1차적 책임이 한나라당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쟁점법안들의 처리 방식과 관련해서는 무려 국민의 81.4%가 "여야 합의 하에 법안마다 분리해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단독 일괄 처리"는 14.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31.7%, 한나라당 지지도는 35.6%를 기록했다 하니,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특별히 더 비판적이지는 않은, 오히려 최근의 조사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좋은 수치를 기록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단독 일괄처리 반대"가 80%를 넘는다면 이 문제는 이미 정치적으로는 결론이 났다고 봐야 한다. "강행"은 자폭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이 이 상황에서도 국회의장에게 "직권 일괄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강압이다.

한나라당도 이러한 여론추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토록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작금의 밀어붙이기가 나름의 전략적 고려 하에 추진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그렇다면 이 '나름의 전략적 고려'를 추동하는 힘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과연 한나라당 지도부 차원에서 이정도의 강력한 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아무리 뒤집어 봐도 작금의 밀어붙이기에서 어떠한 '나름의 합리성'도 찾을 수 없으므로 외압과 타력의 존재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이다.

국회를 배경으로 볼썽사납게 세밑을 지새야 하는 여·야의 모습이 딱한 중에, 우리의 국회를 이토록 두 번 세 번 처참하게 만들고 있는 "쟁점법안 일괄 직권 상정 처리"라는 강력한 밀어붙이기 흐름의 동력이 혹 청와대로부터 오는 것은 아닐까, 시중의 수근거림대로 172석의 한나라당이 진짜로 청와대의 거수기 집권당으로 전락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짧은 겨울해가 더욱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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