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크리스마스는 국회에서 성스럽게 보내자"

'외통위 전투' 이후 지지율 반등 조짐에 결사항전 '자신감'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거듭되는 대화 제의를 일축하며 "MB악법 저지를 위한 상임위 점거"를 크리스마스에도 계속하기로 24일 결의를 다졌다.

또한 '직권 중재'를 공언한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날 여야 원내대표들을 소집했지만 민주당은 응하지 않을 태세다.

"MB악법 '탱크'를 막아라"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대표는 "당원 동지들과 국민 여러분들께서 민주당이 하나가 돼 잘 싸우고 있다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야당이다. 야당의 1차적 책무는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할 때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라고 '야당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이 시점에서 민주당에게 주어진 임무는 정부여당이 전차처럼 밀고 오는 악법을 확실히 저지하고 저지에 성공하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크리스마스도 반납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자. MB악법을 확실히 막아낼 확신을 갖고 해내자"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대표가 원혜영 원내대표가 물 한잔을 권하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민주당은 성탄절도 포기하고 한나라당의 법안 단독상정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MB가 홍준표 망치고 있다"

여당과의 협상 파트너인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변했다'고 주장하며 그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의 전략은 긴급한 경제살리기 법안은 먼저하고 논란의 소지가 많은 이념법안들은 뒤로 미뤄서 시간을 갖고 야당과 합의처리하겠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이념법안을 구분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그러고 속도전을 주문하자 홍 원내대표가 자신의 역할을 돌격대장으로 조정해 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31일까지 법안 협의 처리에 동의하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겠다'는 홍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가 궁지에 몰리니 자기 스스로도 자기가 한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을 아시는 분이 그 말이 얼마나 모순되는 것인지 아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원 원내대표도 의원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국회에서 성스럽게 지내자"고 말했고,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어려운 일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일주일이 지나 피곤하고 지치고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많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교육세유지 및 교육재정확충을 위한 교육관련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아고라에 각오 한 마디씩"

민주당이 이와 같은 초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지난 18일 '외통위 전투' 이후에 지지부진하던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들의 '각오 한 마디'를 모아 다음 아고라에 올리기로 했다.

'리얼미터'가 2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나라당은 전주 대비 지지율이 4.7% 하락한 34.5%를 기록했고, 민주당은 반대로 5.1% 상승한 24.2%를 기록하며 20% 이상 나던 지지율 차이가 10.3% 격차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외통위 전투'에 대해 '한나라당 책임'이라는 응답이 48.1%로 '민주당 책임'이라는 응답 33.7%보다 높았고, 쟁점법안들의 한나라당 연내 단독처리에 대해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로 '공감한다'(31.2%)는 응답보다 높았다.

의원총회장에서 일제고사 반대 행동 과정에서 해임·파면된 교사들의 복직 탄원서 서명을 받기도 했고, 이날 교육세 폐지 반대와 관련해 교육단체의 지지방문을 받는 등 서서히 '존재감'도 찾아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 여기 있어요"

▲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민주당 문방위원들. ⓒ프레시안

'현장'에서도 개별 의원들이 작지 않은 전과들을 수집하며 사기를 높이고 있다. 24일엔 한나라당 측에서 "정무위회의실에 민주당 의원들은 없더라"고 하자 민주당 정무위원들이 "우리 여기 있다"며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고, 문방위원들도 '잊을만하면'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점거 중'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행안위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다음 아고라에 '수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정보위 박영선 의원은 국정원장을 비롯해 기조실장, 1차장, 2차장, 3차장까지 모두 국회로 출동해 국정원법 개정안을 토의하는 것을 '적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국토해양위는 '직권상정 토의' 의혹 문건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문건에는 '졸속처리 비난과 부담에 대비해 정부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미리 조문을 꼼꼼하게 스크린해야 함'이라며 법안 수정을 시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24일 민주당 보건복지위 백원우 간사는 "보건복지위에 쟁점법안 7개 중 4개 법안이 수정돼 올라왔다"며 "국토해양위의 문건이 사실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 민주당이 정보위원회 회의장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국회에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1차장과 2차장, 3차장 등 국정원 고위급 간부들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비교표를 놓고 회의를 하던 중 민주당 박영선 의원에게 발견돼 국정원 직원과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26일 국회 전쟁 분수령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은 법을 만들 힘은 없지만 법을 막을 힘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MB악법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음이 확실하기 때문에 명분 싸움에서는 이겼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이렇게 만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이 '대화' 시한으로 정한 25일까지는 현재와 같은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26일 이후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 일변도의 전술을 고수할 것인지, '적진 교란'의 전술로 선회할 것인지가 '국회 전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