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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악법, 실력저지 외에 방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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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악법, 실력저지 외에 방안이 없다"

[인터뷰] 정세균 대표 "지금은 '10% 정당' 탈출 위한 힘 비축기"

"투쟁을 통해 단단해지고 토론을 통해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지금 의석(83석)을 갖고도 웬만한 것은 다 할 수 있다."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저녁 만난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얼굴에는 제법 자신감이 베어 나왔다.

본디 '스마일 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이지만 지지부진한 당 지지율과 예산안 처리 때까지 한나라당에 계속 밀리며 부쩍 얼굴에 초조함이 늘어나던 터였다.
▲ 정세균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

"지금은 투쟁할 때"

정 대표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이 강경기조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는 민생 등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가치중립적인 것은 경쟁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은 투쟁한다는 세 가지 기조를 갖고 왔다"며 "지금은 투쟁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 사태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우리가 잃은 점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더 많이 잃었다"고 자평했다. 한나라당이 먼저 문을 걸어 잠그고 상정하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스스로 민주당에 점거의 정당성을 부여해줬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정권을 책임지는 분들이 무도한 분들 같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는 집단"이라며 "스스로 의사 결정도 못하는 사람들과는 얘기할 수 없다"고 한나라당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정 대표는 "만나면 이 대통령이 '아이고 알겠다'고 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야당이 옳다면 국민들이 지지를 해 주고 야당은 거기에 힘을 얻어서 잘 싸우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답했다.

▲ ⓒ프레시안
"실력저지 외에 더 좋은 방법 알려주면 후사하겠다"

정 대표는 "올해도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통과돼선 안돼야 할 법들은 총선을 다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물리적 저지 말고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 후사하겠다"며 '계속 투쟁'을 공언했다. "예산안 처리와 한미 FTA 상정 과정의 날치기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천명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변함이 없었다.

정 대표는 다만 예산안 처리 시점을 15일로 제안해 12일로 합의한 점 등의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안은 무조건 막을 수 없는 것이라 차악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해 '미국 의회 비준요청시 30일 이내 처리 약속'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한 일부 비판에 대해 "선대책 후비준, 미국 의회와의 보조는 민주당의 당론이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 내 '이견'(異見)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과 다른 민주화된 정당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대표직 거는 건 '오버'"

한편 '이번 MB입법을 막기 위해 대표직을 걸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오버'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했다. '태산 같이 할 일' 중에는 임시국회가 끝나면 내놓을 '뉴민주당' 플랜이 있다.

'뉴민주당' 플랜은 기존의 '중도개혁' 중심의 노선을 '새로운 진보'의 개념으로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구체적 내용 언급은 피했다. 아직은 입법전쟁을 해야 할 때이고, 새로운 플랜은 아직 시안 단계로 당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확정돼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다만 "우선 과거에 우리가 어떤 부족함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 방법으로 정권을 다시 뺏어 올 수 없다"고 뉴민주당 플랜의 기조를 언급해 '과거 10년'에 대한 반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일 것임을 예고했다.

10%대에 고착되고 있는 당 지지율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면 민주당에서도 많은 인물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당장 내년 4월에 펼쳐질 재보선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과의 '공천 연대' 등의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정책공조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대표는 "아직까지 재보선이 확정된 곳이 한 곳밖에 없는데, 내년이 돼봐야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은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가진 정세균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김형오 국회의장, 국회법 새로 쓰시려나" ⓒ프레시안
프레시안: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중재'라는 말을 했다.

정세균: 잘 안될 것이다. 전제조건이 충족 되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김형오) 의장이 국회법을 새로 쓰시려고 그러나. 국회의장이 전지전능한지 알고 있는가보다.

프레시안: 주로 정부여당과의 신뢰가 깨졌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있다.

정세균: 저 사람들(한나라당) 못 믿는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꼭두각시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는 집단이다. 스스로 의사 결정을 못하는 사람과는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김형오 의장은 일단 만나야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정세균: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에 걸쳐 한나라당이 저지른 실책(예산안, 한미 FTA 상정)에 대해 분명한 입장 천명이 있어야 만날 수 있다. 그냥 만나서 입씨름만 하려면 뭣 하러 만나겠나.

프레시안: 한나라당이 '꼭두각시'라면 직접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을 의향은 있나?

정세균: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면 그 분이 '아이고 알겠다'고 말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나. 야당이 옳다면 국민들이 지지를 해 주고 야당은 거기에 힘을 얻어서 잘 싸우는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 야당의 역할이 뭔가. 대통령과 여당이 잘못하면 견제하고 바로 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지 우리가 대통령을 만나자고 얘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 (대통령이) 과거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무더기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면 국회는 정상화될 수 있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에서는 야당의 역할은 '협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세균: 자신들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프레시안: 일각에서 '대표직을 걸고 투쟁하라'는 주문도 있다. 그럴 생각이 있나.

정세균: 어떤 행위를 할 때는 투입, 산출을 잘 따져봐서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게 돼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대표직을 걸고 저지하겠다는 식으로) '오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MB 악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것을 동원해 막을 것이다"

▲ "MB악법 막아야 할 책무가 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상임위원회에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대치중이다. 연말 'MB 법안 전쟁'에서 야당 수장으로 각오가 뭔가?

정세균: 정권을 책임진 분들이 좀 무도한 분들인 것 같다. 역사를 후퇴시키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법안 수 십 개를 한꺼번에 밀어붙일 생각인 것 같아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MB악법은 올해는 물론 내년도 그 후년에도 통과돼서는 안 되는 법들이다. 타협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막을 책무가 있다.

프레시안: 지난 18일 외통위에서 격렬한 대치가 벌어졌다. 여론이 안 좋은데 득실을 따져본다며?

정세균: 우리도 잃은 것이 있지만 한나라당이 더 많이 잃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이미 그렇게 했으니 우리가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한다고 그들이 뭐라 말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이명박 대통령이 속도전을 강조하고 한나라당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정부여당이 이처럼 법안을 밀어붙이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세균: 어리석어서 그렇다. 정부 여당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고 있다. 일은 선후가 있다. 지금은 경제 위기 극복이 우선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비정규직 대책, 실업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 이념 법안을 대거 들고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금 자신들이 집권 초기에 환율 정책을 비롯해 과도한 성장정책을 써서 위기를 증폭시킨 상황이다. 경제 위기에서 불을 끌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특수 상황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첫해에 뭘 해봐야겠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오버'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집권 초기에 촛불 정국이 있었고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주도권을 못 잡았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있다.

정세균: (이명박 대통령도)후회가 많았을 것이다. 뭐가 그리 급해서 4월 초 레임덕에 빠진 부시 대통령을 만나려고 허겁지겁 갔는지 모르겠다. 원래 한미 FTA 비준 동의를 빨리 받아오겠다고 한 것인데 소고기는 퍼주고 아무것도 받아온 게 없기 때문에 바보짓을 한 것이다. 그래서 정권이 국민들에게 완전히 유리된 상황을 맞았다. 무능한 것이다. 인수위 시절에도 교육 문제 등 잘못 판단한 부분이 많이 있었지만 이 정권이 20%대로 지지율이 추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그 때(쇠고기 협상) 잘못된 판단을 해서라고 본다.

▲ "실력저지 외에 더 좋은 방법 알려주면 후사하겠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이후 강경모드로 바뀐 느낌이다.

정세균: 바뀐 것이 아니다. 여러 번 천명했지만 세 가지 기조를 갖고 있다. 우선 민생 경제 살리기는 적극 협력한다. 그리고 국민 의견이 갈라지는 가치중립적인 사안은 경쟁한다. 특히 민주주의 후퇴 등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적극 투쟁한다. 이렇게 세 가지다. 이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지금은 싸울 때인 것이다.

프레시안: 수적 열세 상황 속에서 물리적 저지만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다른 전략적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정세균: 다른 방법이 있나? (MB 악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악법에 대해서는 실력 저지하는 방안 말고 없다. 학자, 언론인, 전략가들이 물리적 저지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면 알려 달라. 후사하겠다.

한나라당이 먼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 저쪽에서 먼저 공격을 했다. 먼저 문을 잠그고 한나라당 제외한 다른 외통위원의 출입을 금지했는데 이것은 불법이고 범죄다. (한나라당이) 일방적 강행처리하거나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확실하면 당연히 저지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예산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약속까지 깬 데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국회 일정을 막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 비준안 상정…스스로 곤경에 빠진 형국"

프레시안: 미국은 현재 한미 FTA 비준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정세균: 지금 한미 FTA 비준안 가지고 통외통위를 봉쇄하고 경위를 동원해야 할 상황도, 타이밍도 아닌데 또 판단을 잘못하고 있어서 스스로 곤경에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까 국회의장도 여당 책임이 더 크다고 하면서 직권상정을 안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 한나라당이 참 한심한 정당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당내 이견(異見)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과거 여당 시절 추진할 때도 그랬듯이 한미 FTA, 금산분리 완화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 이견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

정세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당내 이견은 있지만 그 이견을 잘 수렴해 당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민주화된 정당의 모습이다. 의원들 개개인의 생각이 어떻게 똑같겠나. 그걸 수렴해 당론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에는 그런 움직임이 없는 게 문제다. 내가 알기로 한나라당 안에서도 한미 FTA 등 각 정책 사안과 관련해 지도부의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다고 한다.

▲ "한나라당은 당내 이견이 없는게 문제다. 오죽하면 '독수리 5형제'가 뛰쳐나왔겠나" ⓒ프레시안
프레시안:
한미 FTA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한미 FTA를 찬성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미 의회에 비준안 처리를 요청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당 내에서는 반발이 있는 것 같다.

정세균: 원래 민주당은 피해 대책이 마련되면 비준하겠다고 했고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다고 했다. (미 의회 요청 30일 이내 처리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면 된다. 한미 FTA 자체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소수 있고 졸속 비준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는 등 분포가 다양한데 당의 입장은 과거부터 일관되게 가고 있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프레시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합의처리 시한을 제시해 운신의 폭을 좁힌 것도 그렇고, 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대응하는 것도 전략적 실수라는 지적이 있다. 졸속 비준에 반대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30일 이내 처리'라는 약속을 먼저 할 필요가 있었나?

정세균: 민주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나타낼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은 것이다. 전략적으로 국민들에게 우리 입장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그냥 졸속 비준 반대는 옛날부터 해오던 것이었고 우리는 피해 대책도 강조했다.

예산안은 협상이 가능한 사안이다. 예산안은 우리 것만 정답이고 다른 것은 오답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12월 31일까지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예산안은 실력 저지의 대상이 아니고 지금도 똑같은 생각이다. 12일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최악 대신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에 실력저지 했다면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입장이 더 난처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MB 악법은 사안이 다르다. 금년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저지에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10년간 해온 방식으로는 정권 빼앗아올 수 없다"

프레시안: 대안야당, 선명야당 등을 이야기하는데.

정세균: '대안야당'이라고 해서 반대를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안야당론은 그냥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며 반대하는 것을 말한다. 대안 없는 야당은 강한 야당이 될 수 없다. 반대와 대안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예를 들어 서민 감세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부자감세 저지를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여전히 대안을 가진 강력한 야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민주당 지지율이 10% 대다. MB 정권 실책의 반사이익도 못 얻는다는 비판도 있다.

정세균: 펜듈럼(pendulum, 진자, 혹은 '정당의 성쇠')이라는 것이 있다. (국민이) 진보적인 정권을 만들었다가 지금은 보수 정권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진보적인 정권으로) 오려면 보수를 거쳐야 한다. 정당의 지지율이라는 것은 제로섬이 아니다. 지금은 민주당, 한나라당을 떠난 지지세력이 무당층에 머물러 있는데 이 무당층이 민주당으로 오려면 시간도 있어야 하고 이유도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뭔가 잘해서 무당층의 마음을 바꿀 수단도 있어야 한다. 지난 수년 동안 10% 정당이었는데 지금은 탈출하기 위한 힘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레시안: 민주당엔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인물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 탄생할 것이다. 당도 그런 인물을 발굴해 육성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프레시안: 내년 4월 재보선 선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선거 때 공천 엽합 등 다른 야당과 공조할 가능성도 있나?

정세균: 다른 개혁 정당과 선별적으로 정책공조를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 정도 생각이다.

프레시안: 정동영, 손학규 등과 함께 지도부 원외 인사의 재보궐 선거 출마설이 나온다.

정세균: 아직은 그런 이야기를 하기 이르다. 재보궐 선거구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동영, 손학규 등은 당이 필요하다고 하고 본인이 결심하면 언제든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통화는 자주 하고 있다.

▲ "민주당 리더는 당에 짐이 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민주당을 이끌어갈 리더의 조건을 제시한다면?

정세균: 우선 민주당과 정체성이 일치해야 한다. 당을 위해 헌신하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공인으로서 책임의식과 사물을 보는 균형감각도 있어야 한다. 또한 당에 짐이 되지 않고 보탬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프레시안: 인재 부재론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해 달라.

정세균: 내년, 내후년에 지방 선거 등 선거를 치르고 나면 달라질 것이고 세상도 자꾸 변할 것이다. 국민들의 주목을 못 받아서 그렇지 우리 당에도 인재들이 많이 있다. 지난 집권기의 부정적 측면을 떨치고 '뉴 민주당 플랜'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면 민주당 인재들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기 시작할 것이다. 노력하면 우리에게도 좋은 시대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프레시안: '뉴 민주당 플랜'과 관련해서 '새로운 진보'로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중도 지향' 노선에서 벗어나는 것인가?

정세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 '중도개혁주의'에서 '진보'로 슬로건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안됐는데 아직 시안 상태다. 이에 대한 토론과 함께 합의를 해 확정하는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뉴 민주당 플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신문에 난 수준 정도다.

원래 나는 '질 좋은 성장'론자다. 진보라고 해서 성장을 등한시하면 안된다. 성장의 내용을 잘 따져야 한다. 진보를 표방하지만 성장에 대해서도 강조 하는 그런 것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DJ 정권 때는 IT 산업, 노무현 정권 때는 '동북아 허브', '지방 균형 발전' 등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고자 했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은 토목, 건설로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 대표의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정세균: 물론 우리와 다르기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차용해간 용어인 '녹색성장'이 우리 당의 정체성과 맞는 것이었다. 나는 전통 산업을 소홀히 않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기 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태양광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 연구개발 투자를 제대로 해서 미국 독일 일본 등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토목공사나 대운하는 안 된다. 특히 나는 대운하보다는 철도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운하는 서울 부산만 잇겠다는 것이다. 철도를 통해 국내에서 유럽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프레시안: 정 대표는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책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은 미국의 공화당을 비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정세균: 폴 크루그먼이 노벨상을 받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정말 양서다. 특히 개혁진영에서는 꼭 한번 읽어야 할 필독서고 우리 민주당에도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많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는 짧지만 오랫동안 양당제도가 잘 정립됐고 이는 본받을 만하다. 한나라당이 지금 미국 공화당을 따라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화당이) 실패한 것이 분명해졌으면 따라 하기를 그만둬야 하는데 아직도 따라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집권 세력이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니 나라를 위해서도 큰일이다.

프레시안: 부시 대통령도 한 때 '착한 사마리아인'을 내세우며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건 적도 있고, 유럽 보수당들도 온정적 보수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온정적 보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세균: 보수에 대해 깊이 연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권은 보수가 아니라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제대로 된 보수야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지금 집권 세력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는 평가에 나도 공감하는 편이다. 그 동네 있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표라고) 다를 게 있겠나.

▲ "뉴민주당 플랜'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여당 시절 야당인 한나라당은 어떻게 봤나?

정세균: 우리 민주당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문화나 풍토를 갖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그게 안돼서 과거 '독수리 오형제'(2003년 7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던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김영춘, 안영근) 같은 사람들이 숨이 막혀 뛰쳐나온 것 아니냐. 그들의 문화와 우리의 문화는 DNA가 다르다. 어떻게 해당 상임위원들(통외통위 위원들) 출입을 봉쇄할 수 있느냐. 의회주의가 진전해야지 뒤로 돌아가고 있다. 172석 정당이면 관용이 있어야 하는데 더 강퍅하다. 이러니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비전에 대해 얘기해 달라.

정세균: 향후 민주당의 비전이 '뉴 민주당 플랜'이다. 우선 과거에 우리가 어떤 부족함이 있었는지 철저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 방법으로 정권을 다시 뺏어 올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뉴 민주당 플랜' 제시 방법도 토론 등을 통해 프로세스를 중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쟁을 통해서 단단해지고 토론을 통해서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우리 의석 가지고도 웬만한 것은 다 할 수 있다.

프레시안: 현재 민주당이 원내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당 차원의 활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세균: 국회 문 열면 원내 중심으로 가고, 국회 문 닫으면 정당의 활동성을 강화할 것이다. (원내에)힘을 하나로 모아도 부족할 판에 분산시키면 안 된다. 아마 내년 1월에 국회가 문을 닫으면 정당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뉴 민주당 플랜'을 숙성시키는 과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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