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노조의 강력한 요구로 합의문에 담긴 증권거래소(KRX) 전산 업무를 코스콤이 이어가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증권거래소 측에 알려지면서 KRX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애초부터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위한 노사 합의에 '업무 보장'이라는 문구를 같이 넣어달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제로 다 만들어진 합의문 최종 서명이 계속 연기되면서 사태 해결만을 기다려 온 비정규직만 또 한 번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리도 어렵다"며 비정규직 외면하더니 이참에 '우리도 보장해줘' 생떼?
▲ 다 만들어진 합의문 최종 사인이 계속 연기되면서 사태 해결만을 기다려 온 비정규직만 또 한 번 절망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레시안 |
합의문에는 그 외에도 민·형사상 소송 취하 및 코스콤의 발전과 고용 안정을 위해 사무금융연맹과 증권노조가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뒤의 조항이었다. 2011년이면 KRX와 코스콤의 증권시장 전산업무 계약이 종료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코스콤 정규직노조가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전산 업무의 향방에 따라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도 불안하다는 것은 그간 코스콤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변명'이었다.
말하자면, 정규직노조는 76명 비정규직 고용 보장의 전제 조건으로 자신들의 밥그릇 보장을 내건 것이다. 결국 이 조항이 잠정합의문에 포함됐지만, 정규직노조는 더 나갔다. 애초에 코스콤 사측이 보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만큼, "책임 있는 사람의 약속을 받아오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후 2시경으로 예정됐던 조인식은 계속 미뤄졌다.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이 코스콤의 전산 업무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제는 KRX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KRX와의 계약 관계를 왜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위한 합의문에 넣냐"는 반발이었다. 이 압박에 코스콤 사장이 끝내 무릎을 꿇었다.
코스콤노조는 17일 보도 자료를 통해 "KRX가 코스콤 경영진을 압박해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책임을 KRX에 돌렸지만,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것은 비정규직의 고용 보장을 내세워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던 정규직노조의 이기심이 더 컸다.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에서 제명된 뒤 한국노총 공공연맹으로 상급단체를 바꾼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지난 7월에도 다 된 합의를 반대하고 나서 최종 무산시킨 바 있다. (☞관련 기사 : '코스콤 비정규직 직접고용' 합의, 물거품된 까닭은?)
17일까지도 최종 타결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코스콤비정규직지부는 어떻게든 이번 기회에 문제를 풀겠다는 계획이다. 단식 23일째인 이날도 비가 오는 가운데 전 조합원과 증권노조 산하 전 지부장, 사무금융연맹 코스콤대책위 전원 등 100여 명이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집단 단식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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