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코스콤 비정규직 직접 고용' 합의, 물거품된 까닭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코스콤 비정규직 직접 고용' 합의, 물거품된 까닭은?

사장 "직접고용 어렵지 않지만 정규직이 반대"

회사보다 정규직노조가 더 큰 난관이었다.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다 된 합의'를 정규직노조가 또 어그러뜨렸다. 비정규직의 파업 300일을 넘긴 코스콤의 얘기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인근에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스콤 비정규직 파업의 마지막 장이 준비 중이었다.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코스콤 사측과 비정규직지부, 정규직노조의 교섭에서 "직접 고용으로 사실상 타결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만남을 제안한 것은 사 측이었기에 협상 타결의 희망은 더 부풀어 올랐다.

비정규직노조의 파업 309일째, 연좌시위 사흘째 날이었다. 하지만 끝내 이 합의는 불발로 끝났다. 노사는 마주 앉지조차 못했다. 만남마저 불발된 까닭은 정규직노조가 사장실을 찾아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화 자체가 무산되면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 마포대교 북단 등 4곳의 CCTV 철탑에 올라 고공시위를 시작했다.

정연태 사장 "76명 직접 고용 어려운 일 아니다"
▲ 정연태 코스콤 사장이 직접 제안했던 대화가 무산되면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 마포대교 북단 등 3곳의 CCTV 철탑에 올라 고공시위를 시작했다.ⓒ프레시안

이날 여의도 일대에 떠돈 '코스콤 비정규직, 직접 고용 합의' 소문의 진원지는 정연태 코스콤 신임 사장이었다.

증권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정 사장은 이날 오전 76시간 연좌 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침 집회장에 나타나 마이크를 잡고 "76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회사에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지만 정규직노조가 반대한다"며 "3자가 만나서 얘기해보자"고 말했다. 정 사장은 "꼭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는 코스콤에서 간접적으로 고용해 사용해 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근로계약관계 아래 고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비정규직지부의 현재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당초 "불법 파견인 만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던 노조는 최근 정 사장의 '해결 의지'를 믿고 '직접 고용'으로 한 단계 요구사항을 낮췄다. (☞관련 기사 : "잃어버린 10년, 되찾을 사람은 우리다") 18일로 예정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결과 전에 노사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정규직노조 "비정규 문제, 자주적으로 풀겠다"

그러나 사장이 직접 제안했던 대화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 관계자들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당황해 했다. 비정규직지부는 "파업이 하루 빨리 마무리되기 위해" 요구안까지 낮춘 상황이었고, 정 사장도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조속한 해결"에 대한 의지와 바람을 피력했던 만큼 '정규직노조가 반대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이날 오전 정규직노조 관계자 몇 명이 사장실을 찾아 이 같은 추론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코스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규직노조는 다른 일 때문에 사장실을 찾은 것으로 그것 때문에 3자 대화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는 것.

우승배 코스콤노조 위원장도 "외부에 있어서 (다른 관계자들이 사장실을 찾아간 용건은) 파악이 안 된다"고만 답했다.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할 수 있다"는 정 사장의 말에 대한 정규직노조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 위원장은 "사실관계를 우선 확인한 뒤 코스콤 문화 안에서 자주적으로 풀겠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 확인이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냐', '법원의 판단 전에는 코스콤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말이냐'는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우 위원장은 같은 대답을 할 뿐이었다.
▲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의 파업 초기인 지난해 7월에도 사 측과 비정규직지부 사이에 잠정 합의된 합의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최종 합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프레시안

하지만 코스콤 관계자는 '정규직노조가 반대한다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보다는 '회사를 망하게 하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채용할 수 있냐'는 것이 직원들 정서"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정규직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의 파업 초기인 지난해 7월에도 사 측과 비정규직지부 사이에 잠정 합의된 합의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 최종 합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당시에는 고용과 관련된 내용은 논의조차 못했고 단지 △성실 교섭 △노조 활동 보장 등의 내용만이 들어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코스콤 정규직노조는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을 탈퇴해 한국노총 공공연맹으로 상급단체를 바꾸기도 했다.
▲현재 마포대교 북단 CCTV관제탑에는 유일한 여성 조합원인 정인열 부지부장(31)이 올라가 있다. ⓒ프레시안

코스콤 비정규직지부, 쏟아지는 비 속 CCTV 철탑 농성 돌입

대화가 불발로 끝난 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은 각각 이날 오후 마포대교 북단, 한강대교 남단 등 4곳의 CCTV 철탑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시작했다.

현재 마포대교 북단 CCTV관제탑에는 유일한 여성 조합원인 정인열 부지부장(31)이 올라가 있다. 아래로는 "코스콤은 즉각 교섭에 임하라", "코스콤은 전 조합원을 직접 고용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코스콤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보겠다고 정규직화 요구까지 포기한 상황이라서 오늘 일로 조합원들이 많이 화가 나 있다"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CCTV철탑에서 내려오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