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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상당기간 아주 낮은 성장률 기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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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총재 "상당기간 아주 낮은 성장률 기록할 것"

"한은, 미 연준처럼 '경계선' 넘을지 판단해야할 시점"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금리인 3.00%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배경에 대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우리 경제가 상당기간 동안 아주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장이 내년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국내외 기관에서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나오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 폭인 1.0%포인트 인하했다는 얘기다.

사상 최저 금리가 맞는 상황이다

▲ 이성태 총재는 이날 한국경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전망을 밝혔다. ⓒ뉴시스
이 총재는 이날 구체적인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내일(12일) 경제전망 발표를 기다려달라"면서도 "최근 거시 경제상황을 전망하고 발표하는 유수한 기관들이 계속 전망치를 낮추고 있고, IMF도 전망도 또 한 번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꽤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밝혔다.

1.0%포인트 금리 인하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소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이 총재답지 않게 비관적 발언을 이어갔다.

"경제 상황이 외부 여건과 내부 상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경제가 성장하든 침체하든 높이가 커진다. 국내 상황과 국제여건이 반대로 갈 때는 완만해진다. 지난 2002년-2007년까지 보면 국제상황이 너무 좋았다. 국내 상황은 카드문제 등으로 2002년부터 안 좋다가 2005년 이후 부터는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동안 경제가 괜찮아지나 싶어지면 주저 앉는 것이 반복됐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경제가 짧게 보면 2차 대전 이후, 길게 보면 대공황 이후 가장 나쁜 게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거기다 국내경제도 상당히 부담이 많다. 우선 국제금융시장과 연동돼 국내에서 외국인들의 자금 회수가 늘어나다 보니 국내 유동성도 줄어들고 환율은 올라가고 있다. 실물도 근래에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 좋다. 또 지난 4-5년 동안 중소기업과 가계에서 금융부채를 많이 늘여왔다. 은행 쪽에서 보면 대출을 늘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업과 가계의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최근 상황은 국내외가 다 통상적인 경기사이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진폭이 크다. 사상 최저의 금리가 맞는 상황이다."


그는 한은이 지난 8월 금리를 5.00%에서 5.25%로 올렸다가 다시 10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불과 석달 만에 2.25%포인트나 내린 것에 대해 "실물 쪽으로 6-7월 지표와 10-11월 지표는 너무 다르다. 급속히 나빠지고 있고, 나빠질 것이 상당히 확실한 상황에서는 더 기다리거나 나눠서 몇 번에 낮추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상당한 정도로 나빠질 것이 확실하다면 과감한 정책을 펴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 두어달 정도에 2.25% 인하한 것"이라고 거듭 내년 상반기 한국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유동성 함정' 직전까지 간다

이 총재는 한은이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뒀다. 그는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느냐 그건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합의된 바는 없다"면서 "단지 통화 정책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론적으로 유동성 함정에 빠지면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니까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는 선까지는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상태여서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이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총재는 이어 "3% 금리는 아직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준은 아니다"며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생각보다 더 나빠질 경우 항상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음을 밝혔다.

지금 비상사태 경계선에 와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이외 추가 조치를 묻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언급한 이 총재의 발언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과 동시에 중앙은행이 정책 결정에 있어 매우 신중함을 요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언론 등에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RB)의 조치를 언급하면서 한은에 좀더 '화끈한 조치'를 취하라는 압력이 쏟아지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한은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현재 상황에 맞는 정책을 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주어진 여건이란 현재 한은 관련법이나 제도, 관행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서 비상사태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느냐. 아직까지 비상상태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까지 사용하지는 않았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당장은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국회에서 동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그런 번거로운 절차도 없고 부담도 당장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굉장히 편하고 쉽다. 하지만 그 대가는 나중에 국가경제가 다 감당해야 한다. 좋게는 생산이 늘겠지만 물가, 자산가격, 국제수지 등을 나쁘게 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발권력은 쉬워 보이지만 대가는 반드시 지불한다. 잘못 사용될 우려가 있어서 중앙은행법을 통해 통제 장치를 한 것이다.

지금이 과연 비상사태이냐는 판단은 금통위원들이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은이 해온 조치들은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조치의 경계선까지 넘어서지는 않았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RB)의 조치는 경계선을 넘어섰다.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다. 한은은 그 판단을 해야 하는 어려운 경계선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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