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무려 1.00%포인트 인하했다. 세계 경제 침체로 내년 최악의 디플레이션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4.00%에서 3.00%로 인하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9월 5.25%이던 기준금리를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금융위기 상황에서 3개월만에 2.25% 내리는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3.00% 금리는 역대 최저치인 3.25%(2004년 11월11일)보다도 낮은 것이다. 당초 이날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렸다.
한은은 이날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을 통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한 배경을 밝혔다. "최근 국내경기는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수출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반전하면서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국내외 금융 및 실물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내외수요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성장 감속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정치권,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쏟아지는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지난 8일 '지급준비율 인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한은이 성직자옷을 벗고 전투복을 입고 뛰어야 한다"는 보수세력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급준비율처럼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 어려운 조치 대신 미세조정이 가능한 금리 인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인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중의 '돈 가뭄'이 유동성 부족이 근본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몇달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 내렸는데도 시중 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계속 됐다. 현 '돈맥경화' 현상은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신용 부족'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처가 우선되기 전까지 '돈 가뭄'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건전 기업'과 '부실 기업'이 가려지기 전까지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조치를 통해 푸는 돈을 은행들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시장에는 아무리 돈을 풀어도 돈이 없는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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