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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이회창, 당신들도 토건형 보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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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ㆍ이회창, 당신들도 토건형 보수인가?

[우석훈 칼럼]<19>지역, 토건이 아닌 상상을 하자

이명박 정부, 참 대단하다. 기회는 찬스라고, 경제가 이렇게 어렵다고 하니, 그 찬스를 살려서 누가 건설회사 사장 출신 아니라고 할까봐, 온통 토건 프로젝트로 내년도 예산을 가득 채워놓았다. 어쨌든 대책 없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이후로 나는 민주당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가진 바 없지만, 그래도 이 황당무계한 예산안을 국회에서 붙잡고 있는 것은, 정말 잘 하는 일 같다.

대체적으로 지금의 토건 프로젝트에서 50~60% 정도는 토지 보상비로 풀려나는데, 이 대부분이 지방토호와 중앙형 토호들의 손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거의 자동적으로, 이 돈들은 다시 강남과 같은 아파트에 대한 투기로 들어간다. 이 미친 짓을 노무현 정권 내내 했고, 결국 종부세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는데, 해외 경제의 위기를 틈타, 다시 지방 토호들에게 정부 예산을 그대로 바치는 토건형 사업이 사실상 정부의 내년 '경제 살리기'의 내용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대단하다.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이 예산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한 방안이 토건 위주로 구성된 추가 예산을 일단 내년 한 해에 한정해서라도 지역 복지로 돌리는 것이 낫고, 가능하면 인건비 비중이 높은 문화 사업 등 지역 경제에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남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니까 지금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붙잡고 있으면서 무조건 정부에게 새로운 예산안을 만들어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예산 시행 후 3년간의 성과평가치를 첨부해서 예산안을 다시 만들라고 요구하면 된다.

여기에서 점검해야 할 것은, 이 예산의 직간접 효과를 평가해서, 과연 이 예산이 수행되는 지역에 어느 정도로 경제적 효과가 잔류할 것인가, 즉 지방토호들 손으로 들어가서 바로 서울로 투자되는 형태가 아니라 실제 지역 소비와 지역 복지에 얼마나 잔류효과를 남길 것이라는 첨부하라고 요구하면 된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이런 사업들 중 실제 지역 복지에 사용될 인건비 비중이 얼마나 될지, 추정 수치를 첨부하라고 하면 된다. 예산심의가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이미 어려운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 건설사업이 포함된 토건형 예산에 한해서만이라도 지역 복지로 전환시키기 위한 요구를 해서 다시 정부로 돌려보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일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워서가 아니라, 위기 국면의 한국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토건이 아닌 상상을 만들기 위한 첫 출발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지난 총선의 '뉴타운 열풍'에서 보았듯이, 이미 토건 중독에 심하게 빠진 지역은, 지방토호들이 자기 맘대로 예산을 짜서 자기 땅에 도로를 만들고, 그 땅을 다시 정부에게 비싼 값에 사라고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고리를 끊고, 지식과 문화 그리고 창의성을 살리면서도 실제 지역복지에 도움이 되는 지역 경제에 대한 상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닌가? 여기에 대해서는 현재의 토건구조를 고착화시키는 데 단단히 한 몫을 했던 국토해양부 공무원들도 명분상,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어쨌든 경제가 위기 상황이니, 돈을 풀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이 돈이 그냥 지방토호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그 돈이 다시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투기로 재투입되는 악순환은, 이제는 끊어야 하지 않는가?

참, 이 기회에 예산안에 대해서 일단 통과시켜주자고 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토건형 보수인가, 아니면 비토건형 보수인가? 당신에게 토건이 아닌 지방경제에 대한 비전과 상상력이 있는가? 아니면 당신이 말하는 강소국 연합이라는 것 역시 결국 이명박식 경제와 마찬가지로 토건형 경제의 다른 표현에 불과한 것인가?

기왕 물어보는 김에, 많은 한국의 보수가 다음 대통령 후보라고 굳게 믿고 있는 박근혜 전대표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보고 싶다. 당신은 이명박과 마찬가지인 토건형 보수인가, 아니면 토건이 아닌 상상을 가지고 있는, 비토건형 보수인가?

이회창과 박근혜, 만약 당신들이 비토건형 보수라면 토건사업으로 꽉 채워진 현재의 정부예산안을 돌려보내는 데에 민주당과 협조하기 바란다. 그리고 정말로 한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전한 보수라면, 당신들 버전의 비토건형 상상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이 경제위기의 시기, 위기는 기회라고 당신들이 늘 말했던가? 정말로, 이 기회에 한국의 진보든, 보수든, 우파든, 좌파든, 토건이 아닌 지역경제의 상상을 한 번 만들어보자. 일본이 토건 국가라고 하지만, 한국은 그보다 훨씬 더 하다. OECD 국가 중에, 한국 같은 나라는 없다. 토건이 아닌 지역경제의 상상, 그것을 만들어야 한국 경제가 산다.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가? 동의한다면,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예산안 통과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예산안을 만들어야, 내년에 최악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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