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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금은 전초전'…'정체성 논쟁' 조만간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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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금은 전초전'…'정체성 논쟁' 조만간 터진다

연말 이후 갈등 본격화 될 듯, '정세균 체제' 버틸 수 있을까?

"웬만하면 당 내부 얘기는 하지 맙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 말부터 꺼냈다. 그는 "요즘 당 사람들이 어깨가 축 쳐져 하나 같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며 "공부 못 하는 아이에게 가르치지는 않고 공부 못한다고 욕만 하면 기가 죽어 아무 것도 못 한다"고 지나친 비판에 대한 자제를 부탁했다.

10%대를 맴도는 낮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중진들까지 당 노선 논쟁에 가세하고 있고, 초재선 의원들도 "깊게 고민하자"는 모임을 갖고 있다. "멀리 보겠다"던 '스마일맨' 정세균 대표의 표정도 부쩍 어두워졌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는 아니다"는 공통된 정서가 확인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길 찾기' 논쟁은 정기국회와 곧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과 이른바 'MB개혁법안'이 일단락되는 연말까지는 일단 수면 아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원혜영 지도부'에 매우 비판적인 3선의 이종걸 의원은 27일 불교방송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당은 점점 더 국민들로부터 존재감을 잃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한 지리멸렬한 대응", "김민석 최고위원에게 발휘된 쓸데없는 강경 대응" 등의 실수가 누적된 상태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의 비리 의혹까지 겹치는 등 악재만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8%, 10%의 지지율은 사실 지지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호남의 지지도가 3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에서는 이제 야당이 갖고 있는 존재감은 거의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현 시점의 '지도부 흔들기'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리더로서의 책임, 지도력 부재 이런 것에 대해 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반화 돼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5개월도 안 된 민주당 선장으로서의 깃발을 내리라고 섣불리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 교체론' 대신 "좀 더 많은 대안과 선명한 대책들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세균 흔들 때가 아니다"

▲ 와세다대 특강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7일 오후 도쿄시내 한 호텔에서 일본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당 내부에서도 "지금 정세균 대표를 흔들어서 도움이 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우리가 돌을 던져야 할 상대는 한나라당"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야당은 '감시와 견제'인데,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 자리를 잘 지켜 감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할 때로, 견제가 안 되면 감시라도 제대로 해야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생기고 비로소 견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집안싸움도 나눠 먹을 재산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집안이 풍비박산 날 지경인데 남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가가치세 감세안을 양보하자'는 글을 써 노선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김효석 의원은 "내부적으로 당과 교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도부와 동료 의원님들께 미안하다"며 봉합에 나섰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민주당은 왼쪽으로 기울면 좀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른쪽으로 기울면 좀 더 왼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등 뭘 해도 욕을 먹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이제 뭘 해도 욕을 먹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중간에 있는 게 아니라 한 쪽을 택해 존재감이라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안 싸움도 재산이 있을 때나 하지"

무엇보다 현재로서 민주당에서 정세균 지도부 이 외에 더 나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 내 야당'이라 부를만한 '민주연대'가 다음달 2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지만 이들이 당장 '정세균 흔들기'를 시도하기 보다는, 당 색깔을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견인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교체'에 부정적 의견인 이종걸 의원이 민주연대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해보면 지금 민주당의 고민은 '정세균으로는 안 된다'보다는 현재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보자'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존재감 찾기가 급선무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이번 연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회 일정이 종료하는 연말 이후다. 당내 기류는 '현 지도체제와 기조'에 대한 동의라기보다는 일시적 '용인'쪽에 가깝다. 아직 어느 지역이 될지 모르지만 2009년 4월 치러질 재보선이 정세균 대표의 정치적 시험대가 된다. 정세균 대표가 연초에 내놓을 '뉴 민주당 플랜'의 완성된 그림과 '인재영입'에 따라 제대로 된 논쟁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정동영 전 의원의 복귀나 추미애 등 당 내 신진 중견세력이 부상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가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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