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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양보하자" vs 김부겸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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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석 "양보하자" vs 김부겸 "싸우자"

민주당 실용 성향 중진들도 백가쟁명 '진로' 논쟁

"국가적 위기 상황이므로 한 발 씩 양보해 대립의 정치에서 벗어나자."(김효석), "지금 할 일은 반한나라당 진보개혁연합이다."(김부겸)

예산안과 이른바 'MB법안'을 두고 여야 대치 국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중진들이 당이 나아갈 길에 대한 엇갈린 '훈수'를 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실용파와 개혁파 사이의 늘상 있던 '당 정체성' 논쟁이 아니라 실용 성향의 중진들 사이에서 벌어진 '길 찾기' 논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효석 "위기 시국에 여야가 어디 있나"

3선 의원이자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김효석 원장은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지금은 여당, 야당 어느 쪽의 승리가 중요한 때가 아니다"며 "비상시국, 한발 씩 양보하자"고 제안했다.

김 원장은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에 대해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이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아무리 늦어도 연말 전까지는 처리해야 하는데 양 쪽이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며 '고민'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김 원장이 가장 먼저 던진 화두는 '상대에 대한 인정'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미국은 지난 8년간 실패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고, 반대편에 있었던 인재들까지 끌어들이고 정적들과 만나는 포용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는 우리와 너무나도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김효석 "독재가 아닌 산업화 시대로 인정하자"

▲ ⓒ프레시안

김 원장은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 우선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자. 그리고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는데서 출발해 보자"며 "역사를 보는 시각부터 새롭게 하자"고 말했다.

"지난 10년의 역사를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민주화를 완성하고 복지국가의 토대를 쌓은 10년'으로"라고 한나라당의 인식전환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도 "과거 군사정권 시대를 '암울했던 독재의 시대'가 아닌 '가난을 극복한 산업화와 도약의 시대'"로 서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김효석 "종부세 잘못된 점 인정하고 고백해야"

"비상시국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김 원장은 현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에는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감세 철회를 요구했고, 민주당도 '서민 감세'라며 당론으로 채택해 밀어붙이고 있는 부가세 감세를 일단 철회하자는 것이다.

종부세에 대한 시각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김 원장은 "종부세는 참여정부 도입시점부터 본질이 훼손됐다"며 "'부자 때리기', '강남 때리기'로 징벌적인 세금으로 각인돼 그 때부터 종부세의 '슬픈' 운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세 부담이 너무 급속히 올랐고 소득에 비해 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을 갈라 얘기하는 것도 지지기반을 의식한 정치행위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이런 잘못된 점을 인정하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김 원장의 글은 "대립의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것으로 정세균 대표가 대안야당론을 주장할 때 늘 사용하는 말이다. 무조건적 반대보다 실현 가능한 정책적 대안을 내놓자는 것이다.

김부겸 "대안정당론자이지만 지금은 반대야당 할 때"

▲ ⓒ프레시안
그런데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야당이 야당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줄곧 듣는다. 더욱이 10%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당 지지율과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과 겹쳐 민주당을 더 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있다.

3선의 중진인 김부겸 의원이 이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김 의원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대안정당론'에서 물러나 야당으로서의 '투쟁성'에 방점을 찍었다. 김 의원은 2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선(先) 반대야당, 후(後) 대안정당'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반대야당'은 "민주당이 더 공격적이 돼야 한다"는 논리이고, "주로 40대 중반 이하부터 젊은 분들, 호남 출신 분들"의 진보층이 요구하는 민주당의 모습이다.

김 의원은 "저는 그동안 일관되게 중도적 합리주의에 입각한 정당을 주장해왔다"며 "투쟁보다는 협상을, 자기주장 보다는 상호 타협을 정치의 원리라 확신하고 있고, 이제는 우리도 그런 정치를 할 때가 됐다는 경험적 깨달음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정치 철학'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자 자임하는 역할일 뿐 지금 당이 그렇게 가선 안 된다고 본다"며 "만약 제가 지난 경선에서 포기하지 않고 원내 사령탑을 맡았더라도 '반대야당론'을 견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끝까지 물고 늘어져 국회를 세우는 것도…"

김 의원은 "열 가지를 타협해주더라도 절대로 안 될 게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만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국회를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야당의 존재감을 내외적으로 확인해 두지 않으면 두고두고 여당으로부터 무시당하고 국민들로부터 기대를 모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 순간 야당은 끝"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당의 입장에서 지금 할 일은 명칭은 어떻더라도 내용은 진보진영의 외연을 확대하는 '반한나라당 진보개혁연합"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와 내년 상반기까지 시도할 한나라당의 MB식 개혁 법안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야당의 존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당장 내일부터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건 이제 불을 보듯 뻔해졌다"며 "지도부 이하 우리 모두가 그렇게 온 몸을 던져야 할 결전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글을 맺었다.

최근 60세 이상의 '시니어 그룹' 들이 모임을 만들고 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나름의 걱정을 나타낸데 이어 고민이 깊어가는 중진들도 공개적으로 개인 견해를 피력하고 나서, 지도부가 이들의 '토로'를 어떻게 조율하고 반영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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