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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고용직공무원이 민노당서 '농성'하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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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고용직공무원이 민노당서 '농성'하는 사연

"경찰청, 가족-친지 압박해 조기퇴직 유도"

"민주노동당 점거농성 돌입."

17일 아침 7시30분 이같은 문자메시지가 기자에게 전달됐다. 지금껏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당사 점거는 있었지만, 민주노동당 점거농성은 창당 이래 처음있는 일이라 다소 의아스러웠다.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항의의 표시인가 미뤄 추측하며 길을 나섰다.

***민주노동당에 점거농성?**

문자메시지를 보낸 곳은 '전국경찰청고용직공무원노조'(이하 경찰고용직노조)였다. 확인 결과 '점거농성'이 아니라 '거점 투쟁'으로 민주노동당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노조가 자신의 노조 사무실을 갖고 있고, 없더라도 각종 단체에서 공간을 빌려 농성장을 꾸리거나 하다못해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데, 농성장으로 민주노동당을 선택했다는 것도 의문점을 남겼다.

경찰고용직노조는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당사이외에 어떤 곳에서도 제대로 회의를 하거나, 농성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사가 가장 안전하다는 판단으로 이곳을 거점 농성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위험'이 있었길래, '안전'을 이유로 민주노동당에 들어왔을까? 그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듣고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경찰청, 친지-부모 통해 의원면직 압박**

경찰고용직노조원들은 지금 경찰청으로부터 '의원면직'을 강요받고 있었다. '의원면직'이란 일반 사기업의 '명예퇴직'과 같은 의미로, 스스로 퇴사의사를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에 따르면, 경찰청은 조기퇴직서 작성을 강요하며, 갖은 정신적·물리적 압박을 해왔다.

김 모씨는 최근 어머니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김씨에 따르면, 해당 경찰서는 부모님 댁에 전화를 걸어 '당신 딸이 이 문제로 소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설득해 달라'고 수차례 압박을 했다. 또다른 박 모씨는 친지 중 경찰로 근무하는 사람이 있어, 그 친척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

최혜순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자신들로 인해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하루에도 열두번 조합원들이 심리적 압박으로 투쟁을 포기하고 조기퇴직서에 서명을 할까 망설인다는 것만 알아달라"고 말했다.

***경찰, 모든 단체행동 불허**

무엇보다 이들이 '위험'을 느낀 것은 물리적 위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10일 경찰청의 면직조처에 항의하기 위해서 최기문 경찰청장 관사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몇몇 노조원들은 경찰에 강제연행되었고, 이날 이후 모든 집회를 비롯한 단체행동은 불허되기 시작했다.

최혜순 위원장은 "10일 경찰청장 관사 앞 농성 직후에 경찰은 모든 일체의 단체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기 때문에 강제연행된다고 통보했다"며 "어제(16일) 경찰청 앞 집회는 집회신고까지 마쳤지만 경찰의 원천봉쇄로 무산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청장 관사 앞 농성 전까지는 수많은 집회를 해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공무원법 위반 운운하며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것은 아마도 '괘씸죄'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런 정신적·물리적 압박 속에 노조원들은 '조기퇴직서'를 작성하며 대오를 이탈하거나 고민에 빠지는 조합원이 늘어나자 결국 '뭉치자'는 결론에 이르러 민주노동당에 농성장을 마련한 것이다.

***경찰청, 2002년이래 불과 2년 동안 7백89명 면직**

경찰청은 왜 무리를 하면서까지 고용직 공무원들을 면직시키려고 할까? 경찰고용직노조와 함께 활동을 하고 있는 공공연맹 이상훈 비정규실장으로부터 그 이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상훈 실장에 따르면, 경찰청이 경찰고용직공무원에 대한 구조조정은 꽤 긴 연원을 갖고 있었다. 경찰청은 지난 1989년 고용직제를 폐지했다. 당시 경찰고용직공무원은 2천여명 가량이었다. 경찰청은 이들을 매년 줄여나가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불과 2년여만에 7백89명을 면직했고, 연말까지 4백83명을 추가로 면직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1>

경찰고용직노조는 이에 대해 "정당한 법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편법으로 면직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국가직고용직공무원들의 경우 1989년 5월 경과조치에 의해 고용직 복무 3년 이상인 자는 기능직으로 전환되었지만, 같은 국가직고용직이지만 경찰고용직만 소외됐다는 것이다.

이상훈 실장은 "올해 중앙인사위원회가 고용직공무원관련 규칙을 개정해, 3종으로 분류된 경찰고용직공무원들이 2종으로 바뀌었다"며 "1, 2종 고용직 공무원은 개정 규칙과 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기능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법에 맞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임용령 제2조와 부칙 제2조에 따르면, 1종 및 2종 고용직공무원 중 기능직 공무원의 특별채용 요건을 구비한 자는 당해 기관의 직제 개정 후 각각 해당 분야의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별 채용하도록 되어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

한편 경찰청의 대량 면직에 따른 문제점은 지난 국정감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은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사회전반에 걸쳐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황에 경찰이 월 1백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고 복무하는 고용직 공무원 5백여명을 일시에 퇴출키로 한다"며 "이들에 대한 생계마련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표2>

권 의원은 또 "고용직 공무원제는 처음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국가가 고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며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청년 실업이 사회문제가 되는 마당에 경찰청이 앞장서서 실업자를 양산하냐"고 비판했었다.

권 의원은 이어 "고용직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실수요가 존재하고 경제형편을 감안한 정부의 고용증대 및 안정화 시책을 고려해 직제 개정을 재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정년 43세까지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나"라고 최기문 경찰청장에게 질의했다.

이와 관련 권오을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정감사 이후에도 몇 차례 경찰고용직공무원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경찰청은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고용직공무원은 현재 5백70여명 남아 있으며, 이들은 오는 20일까지 정부와 경찰청에서 현안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보다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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