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MB, 강남 아파트값 하락이 그리 가슴 아팠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MB, 강남 아파트값 하락이 그리 가슴 아팠나"

[인터뷰]<부동산 계급사회> 펴낸 손낙구

"박정희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40년 동안 정권의 성격을 불문하고 절대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못 본다는 것이다. 떨어지기 무섭게 반드시 안 떨어지는 '약'을 쓴다. 이를 통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든 것이다.

대졸 남성이 28세부터 봉급을 모아 강남에서 30평형대 아파트를 사려면 72세는 돼야 한다. 서울에서 사려면 57세가 돼야 한다. 대다수의 봉급생활자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 강남 아파트 값이 조금 떨어졌다고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몽땅 풀어줘야 하나."

이명박 정부가 21일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 단축,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 자격 양도 허용, 수도권 신도시 지정 등 대대적인 부동산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내달 1일에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완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안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강남권 등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남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아파트 값 지키기'는 정치적 이해와도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다소 잠잠해진 부동산 투기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신도시 건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출신인 이한구 의원도 반대하고 나서는 등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최근 <부동산 계급사회>(후마니타스 펴냄)를 낸 손낙구 씨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다 풀어버리고 나서 투기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길거리에 돈이 떨어져 있는데 아무도 줍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민주노총 대변인, 심상정(진보신당 공동대표) 전 의원 보좌관 등을 지낸 그의 책은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건설재벌에 먹잇감 던져 주는 건가
▲ <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손낙구 씨.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잠잠해지는 상황에서 집권했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그는 대선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내세우는 등 마음껏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을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다가 미국발 경기불황, 유가 폭등 등으로 몇 달 잠잠하다가 '역시 경기부양엔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수도권 전매 규제를 풀어버린 것에 대해 "단기 투기를 부추길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부분 완화한 것에 대해서는 "2000년 분양가 자율화 정책으로 투기 바람이 그치지 않았는데 노무현 정권 때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간신히 막아 놓았다. 이걸 다시 건드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건설 재벌에 분양시장을 먹잇감으로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결정했던 후분양제 도입을 백지화한 것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명했다. 후분양제는 건설업체의 부도로부터 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고 완제품에 가까운 상품을 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이다. 또 비교적 정확한 분양가 산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제도다. 손 씨는 후분양제 폐지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대등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시장 질서를 무시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부족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건설업계가 후분양제 폐지에 대해서는 큰 만족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봐도 후분양제의 투기 억제 효력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

손낙구 씨는 "지금 정부는 자금 여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부동산으로 와라, 그래서 경기를 살려보자는 식"이라며 "지금 워낙 경기가 침체돼 있어 경기부양 효과가 얼마나 될지 의문인 반면 부동산 규제책을 전부 풀어버림으로써 치러야할 대가는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명박 부동산 재산 382억…고위 공직자 중 1위

<부동산 계급사회>는 풍부한 부동산과 관련 통계와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이런 통계와 자료는 재벌기업, 관벌, 정치권, 언론, 관변학자 등 '부동산 5적'이 만든 '부동산 불패신화'를 통해 '부동산 계급사회'가 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는 지난 3월 <프레시안>에 '통계로 보는 부동산 100대 부자' 연재로 소개되기도 했다. (연재보기)
▲ 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 중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 재산을 갖고 있다. 사진은 대선 당시 대운하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낙동강을 찾은 이 대통령. ⓒ뉴시스

고위공직자 중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의 전체 부동산 재산은 382억인데, 이중 빌딩 재산이 330억 원이다. 부동산 부자 고위공직자 100명의 부동산 재산은 총 8099억 원으로 1인당 89억 씩 소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은 가장 비싼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그의 집은 공시가격이 91억4000만 원이다. 이 전 회장은 중구 장충동 1가에 76억 9000만 원, 용산구 이태원동에 74억1000만 원 짜리 집을 더 갖고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서울동작구 흑석동에 83억6000만 원 상당의 단독 주택을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성북구 성북동에 57억5000만 원 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10대 재벌 중 땅이 가장 많은 재벌은 1위 롯데(11조93억 원), 2위 삼성(7조9530억 원)이다.

한국의 최고 집 부자는 1083채를 갖고 있으며, 집 부자 100명이 소유한 주택 수는 1만5564채로 1인당 평균 156채를 갖고 있다.

가장 비싼 아파트 100채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이파크, 상지리츠빌카일룸, 타워팰리스 등이다. 이 아파트의 소유자는 유명 병원 원장, 대기업 회장, 연예인 등이며, 타워팰리스에는 특히 삼성 임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

땅값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서울 땅값은 1176배 올랐다. 서울은 국토의 0.6%에 불과하지만 전체 땅 값의 31.6%를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땅을 팔면 한국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캐나다 땅을 6번 살 수 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경기도 과천시로 무려 95%가 올랐다.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시군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지인 충남 연기군으로 95.7%가 올랐다.

한 가정의 총 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36%, 캐나다 50%, 일본 62%인 반면 한국은 89%나 된다.

건설재벌이 삽질하고, 정부가 뒤치다꺼리 하고

그는 정부가 규제 완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13만 가구에 달하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한마디로 얘기해 너무 비싸서 안 팔리는 것"이라며 "지방에도 10명 중 3-4명이 셋집에 살고 있으니까 가격을 낮추면 많이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의 90%가 지방인데,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116%가 넘는다. 사실 거기에 그렇게 많은 아파트를 지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전적으로 건설사들이 수요 예측을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보면 정부의 정책이 왜 건설사에 대한 특혜인지 알 수 있다. 만약 한 회사가 옷을 시장의 수요보다 많이 생산해서 안 팔려 재고가 남으면 어떻게 하나. 싸게 파는 '땡처리'를 하지 않나. 정부가 회사의 손해를 보전해주려고 나서지 않는다.
▲ ⓒ프레시안

하지만 건설사들은 수요 예측의 실패로 안 팔리는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내리지 않는다. 정부가 알아서 팔아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건설사들이 자기 계획도 없이 투기 이익을 쫓아서 '삽질'을 하면 정부가 뒤치다꺼리를 한다. 토건국가 40년의 고질병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전매규제 완화와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을 통해 지방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부동산, 양극화·내수침체의 주범

정부는 경기침체를 이유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가는 내수침체의 주범이다. 2003년 세계은행이 펴낸 정책보고서는 "땅이 공정하게 분배된 나라일수록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뤘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돈이 다 집에 묶여 있다. 소비할 여력이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높은 지가는 기업활동에도 부담을 끼친다.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공동화의 원인은 한국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 이를 떠받치는 게 바로 부동산 문제다. 한국의 땅값은 중국의 40배다. 임금은 중국 보다 10배가 높다. 임금이 높은 이유도 따지고 보면 중국과 비교되지 않는 높은 땅값과 주택 가격, 그에 따른 물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수침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양극화 역시 부동산이 절대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손 씨는 "소득격차는 상위 20%와 하위 20%를 비교해보면 5-7배 정도다. 반면 자산 격차는 10배가 넘는다. 자산의 90% 가까이 되는 부동산 격차는 20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91억 원 짜리 단독주택도 있는가 하면, 지하방, 옥탑방, 비닐집, 움막 등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곳에 사는 이들도 68만3052가구 161만7062명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계층간 빈부격차의 기준이 되는 통계는 소득격차다. 부동산을 기준으로 계층을 구분하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손 씨는 "소득으로만 따지는 양극화나 빈부격차는 실제 빈부 격차를 제한적으로 반영할 뿐"이라며 "부동산 격차를 포함해 양극화 정도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관련 통계 발표는 '천기누설'?

그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동산 통계를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부동산 문제의 실상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소유와 관련된 통계 발표는 '천기누설'이나 된듯이 절대 하지 않는다"며 "투기가 극심했던 노태우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일시적으로 하다 말았다. 부동산 관련 통계를 내는 게 부동산 문제 해법을 찾는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통계가 없다는 사실은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히 많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의 경우 가격과 관련된 통계가 없다. 손 씨는 "통계가 없다는 것은 빌딩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토지와 주택은 이전에 많은 문제가 생겨 공시가격 체계라도 돼 있는데 빌딩은 그런 수준의 가격 파악도 안 돼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일반 서민들의 소득으로 살 수 없는 높은 부동산 가격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거품은 커지면 커질수록 거품이 터졌을 때 찾아오는 고통도 커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