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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고승덕 등 '론스타 저격수'는 왜 침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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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고승덕 등 '론스타 저격수'는 왜 침묵하나

'론스타' 하면 거품 물던 한나라, 이제는 '먹튀' 돕나?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았던 나경원 의원은 화려한 외모와 정돈된 말솜씨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포탈 인기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등 대중의 인기도 얻었다. 차분한 이미지와 달리 그에게도 '저격수'의 과거가 있다.

초선 의원이었던 지난 17대때 그는 '론스타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섰었다. 나 의원은 지난 2004년 10월 국회 정무위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금감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사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 의원은 2005년 9월 "금융감독 당국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해 론스타의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나경원, '외환은행 불법매각 진상조사단장' 맡아 맹활약
▲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뉴시스

나 의원은 2006년 2월 꾸려진 한나라당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연일 론스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나 의원은 당시 감사원의 헐값 매각 사실을 인정한 감사 결과와 관련해 "이미 정부의 의환은행 매각 승인 행위는 정당성을 잃었다"며 "불법매각 과정에 론스타 개입 여부를 신속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며 만약 불법이 드러날 경우 매각을 원천무효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임기 내내 '론스타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나 의원은 적지 않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연원영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검찰에 구속되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25일 영국계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12일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론스타 저격수' 나 의원은 별다른 말이 없다.

고승덕, 검찰 수사 돕기도…"외은 헐값 매각 시정돼야"

나 의원 뿐 아니라 초선인 고승덕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부터 '론스타 문제'에 깊이 관여해왔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외환은행 헐값 인수 사건 및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자문을 하기도 했다.
▲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뉴시스

고 의원은 지난 2006년 11월 론스타 재판에 검찰의 의뢰를 받아 '감자와 주가하락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서 고 의원은 "감자는 주가 하락 요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악재다. 감자설을 사실과 다르게 유포시키는 행위는 가장 악랄한 주가조작행위에 해당한다"고 론스타 측의 유죄를 주장했다.

고 의원은 지난 2006년 4월 19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2003년 외환은행은 어떤 값에 팔렸을까. 고철보다 싸게 팔렸다. 론스타가 인수한 가격은 청산가치보다 훨씬 낮았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 의혹이 집중되어 있지만 정말 따져보아야 할 부분은 매각 대금이다. 멀쩡한 기업을 고철값보다 싸게 판 잘못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또 "기업 청산가치에도 미달하는 헐값 매각은 지금이라도 따져서 시정되어야 한다"며 "론스타가 부정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계약은 취소되어야 하고, 형사책임까지 인정되면 은행지분을 장물로서 몰수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법조인으로 자기 소신을 밝혔던 그가 의원인 된 뒤, 사실상 론스타의 '먹튀'를 허용하는 수순인 금융위원회의 매각 승인 심사가 시작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최경환 의원, 여전히 반대 입장 밝혀

물론 이들만이 아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이 노무현 정부의 권력 비리 의혹으로 확산됐던 2006년 당시 론스타 문제는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논의됐을 정도로 당 차원에서 이 문제를 물고 늘어졌었다.

국회 재경위는 2006년 3월 외환은행 매각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한나라당 법사위원들은 론스타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특검 추진을 주장하면서 "감사원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유무 여부에 대해 금융감독위로 판단의 공을 넘겼는데, 감사원이 직권조치할 수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 대주주 자격 유무에 대한 심사 주체가 금감위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또 당시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인 김양수 의원은 2006년 4월 당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으로 얻게될 양도차익 중 일부인 1000억 원을 사회발전기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노무현 정부에 전달해온 것과 관련해 논평을 발표해 "한국정부를 우롱하는 사태로 '수치와 분노' 다른 말은 없다"고 격노하기도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매각할 경우 수조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남기면서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10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론스타의 기부 약속이 사실상 한국 정부를 우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불과 2년 전만 해도 '론스타'라고 하면 부글부글 끓던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이 되고 나서는 침묵하고 있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이 거의 유일하게 금융위의 외환은행 매각 심사 착수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론스타게이트 의혹규명 및 외환은행 불법매각 중지를 위한 국민행동'의 장화식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 '론스타 저격수'들의 침묵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 론스타 문제에 대해 많이 다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금융위의 매각 승인 심사 착수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당시의 문제제기가 정치적 공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금융위, 한나라당과 협의에서 "론스타, 전향적으로 처리해야"

금융위는 12일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처음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뒤 8개월이 지남에 따라 재무정보 등 변경된 사항을 보완해 제출함에 따라 심사 절차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HSBC는 지난해 12월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었다. 따라서 금융위가 이날 심사를 재개한다는 밝힌 것은 사실상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최근 한나라당과 당정협의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심사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승인 신청을 무조건 불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매각 승인 심사가 계속 지연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정부를 압박해온 론스타는 하루라도 빨리 HSBC로의 매각 승인이 나기를 기대하겠지만, 그 시기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뒤인 9월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법원이 헐값 매각 관련 판결을 내린 뒤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의 매각 승인이 내려질 경우,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2조1549억 원에 매입했던 론스타는 현재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HSBC에 63억 달러에 팔아 5-6조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 13.6%를 블록세일로 처분해 12억8000만 달러(1조1927억 원)를 회수했고 두 차례의 배당으로 6470억 원을 거둬들이는 등 투자원금의 80%가 넘는 1조8398억 원을 회수했다.

한편 1심 재판 결과가 나온 뒤 매각 승인 여부를 밝히겠다는 금융위 입장에 대해 장화식 위원장은 "1심에서는 별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종심인 3심까지 가서 재판 결과 헐값 매각과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모두 사실임이 밝혀지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고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론스타는 사모펀드니까 외환은행을 팔고 나면 헐값 매각이 됐든, 원천 무효가 됐든 책임을 물을 주체가 없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의 입장은 재판부에 9월까지 1심 재판을 끝내라는 압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요식 행위로 만드는 셈"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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