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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기구화 추진에 대한 법학 교수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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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기구화 추진에 대한 법학 교수들의 의견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 직속기구화 추진에 대한 법학 교수들의 의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로 약칭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로 약칭한다)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기 위한 관련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추진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권위와 방송위는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며 때문에 지나치게 격상된 조직의 위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권위와 방송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인권위의 지위와 권한에 대해 협소하게 헌법을 해석한 결과입니다. 만약 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하는 경우 상당한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법학교수들은 인권위를 독립기구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는 바입니다.
  
  1.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제정과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
  
  1) 인권위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하여 설치된 종합적인 국가인권기구입니다. 주지하듯 국가인권기구는 유엔 등 국제기구들이 인권증진을 위해 국가별로 설치할 것을 권고하여 왔습니다. 국제사회가 노력한 결과로서 우리나라에 설치된 것이 인권위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2) 1998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을 위한 논의 초기부터 인권위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특수법인으로 하자는 정부와 국가기관으로 하자는 인권단체 사이에 격렬한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또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자는 주장과 독립된 행정위원회로 하자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논란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느 헌법기관에도 소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로 하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입법은 이미 국제적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 합의를 거쳤고 그 동안 이에 대해서 큰 논란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인수위의 주장은 여론수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3) 인권위는 유엔의 권고나 '국가인권기구설립에 관한 파리원칙'을 보더라도 독립성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기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독립성이란 파리원칙과 '유엔의 설립지침서'를 통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세분됩니다. 하나는 법적 자치 및 운영상의 자치를 통한 독립성, 둘째는 재정적 자치를 통한 독립성, 셋째는 임면과정상의 독립성, 넷째는 구성을 통한 독립성을 말합니다. 이중에서도 법적 자치 및 운영상의 자치를 통한 독립으로 '유엔의 설립지침서'는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권위원회가 대통령과 의회에 대해서 직접 책임을 지는 지위를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4) 이러한 독립필요성은 단지 유엔의 권고나 설립원칙에 의해서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권위의 업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전제이기도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업무중에는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작업이 있습니다. 이 업무는 인권위의 중요 기능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는 인권침해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행위를 감시하고 구제하는 기관인 인권위는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5) 우리나라는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며, 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도 보유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런 국가에서 인권보장기구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미 유엔인권판무관이 인수위에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켜 주도록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것이 그 증거일 것입니다.
  
  2. 인수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 추진의 문제점
  
  1) 인권위는 지난 2001년 11월에 출범하여 벌써 6년을 넘는 기간 한국사회의 인권증진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인권위의 활동에 대해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 역시 없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은 종래 인권위가 법적, 운영상 측면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하고는 있으나, 조직이나 예산 등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 법적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권위가 보다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수위가 노력해야 할 지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반대의 모습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국가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의 기관으로 변화한다면 무엇보다도 행정부의 장인 대통령의 지휘 감독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설령 업무상으로는 독립성을 유지시켜 준다 하더라도 대통령 소속기관이 된다면, 일반인의 인식 속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허물어질 것이며, 국가인권정책에 대한 신뢰는 실추될 수밖에 없습니다.
  
  3) 현재도 국가인권위원장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된다고 하여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 대통령, 사법부의 장에 의하여 구성은 되더라도 이들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위치에서 이들 국가기관을 상대로 각종 인권행정을 행하는 것과 대통령에 소속되어 행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독립적 지위에서 입법의견을 제시하는 것과 대통령 소속기관으로서 입법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4) 인수위는 인권위가 헌법상 규정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지 선거관리위원회와 비교한다면 일면 타당한 지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필요가 있는 것만큼이나 인권위도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권위가 행하는 업무내용이 국가와 헌법의 존립근거인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기구라는 단 한가지의 이유만으로도 독립기관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즉 과도기의 헌법기관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지 헌법상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형식상의 이유만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편협한 헌법해석이 될 것입니다.
  
  5) 근대헌법의 형성과정에서 권력분립제도는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서 고안된 기술적인 제도입니다. 즉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취지하에 도입되었습니다. 인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 설립된 인권위는 권력분립을 도입한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권력분립을 이유로 인권위를 국가권력기관에 소속시키려 한다는 인수위의 주장은 권력분립원리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입니다.
  
  6) 더구나 인권위의 인권보호작용은 주로 조사와 권고조치에 한정되어 국민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구속력이나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권력행사기관에 적용되는 권력분립원리는 인권위에 바로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7) 인권위가 헌법기관은 아니지만, 그 업무의 성격이나 지위를 볼 때 장차 헌법기관화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인권에 기반한 공동체 형성에서 인권위 혹은 인권위와 유사한 국가기구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여기에 인권위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헌법기관에 준하는 기관으로서 인권위를 바라보고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움주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3. 인권위의 독립적 지위와 권한행사를 위한 제안
  
  1) 아직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일제의 잔악한 식민통치와 그 유산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국전쟁과 근대화,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인권침해가 많았습니다. 아직도 과거청산이 되지 않은 억울한 사건들이 많습니다.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은 이러한 참혹한 반인권적인 불법이 자행되던 과거와의 단절 약속입니다. 단지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약속을 깨뜨려서는 안됩니다.
  
  2) IMF 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새로운 인권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빈곤과 사회 양극화로 표현되는 새로운 반인권상황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질이 아니라 인권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확대된 인권정책, 인권행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를 격상시키지는 못할망정 격하시켜서는 절대 안될 것입니다. 인권위는 대통령이 누구인지, 어느 정당이 여당이 되든지 간에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국가기구로 맡겨진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3) 인권위가 실질적인 인권보장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국제규범들은 재정적 독립성을 강조하여 "인권위원회의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물적 기반, 특히 충분한 재정을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인권기구가 정부로부터 독립하고, 그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재정상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조직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인권위원회가 스스로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4) 또한 인수위는 인권위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도서 안됩니다. 인권위원들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하며, 인권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구성원에게 일정한 특권과 면제를 부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특권과 면제는 인권침해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인권위원회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5) 인권위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도의 조치가 이루어진 후 인권보장기관에 어울리는 권한을 부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개정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인권위는 조사나 권고권을 넘어서서 실질적인 인권보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별도의 권한들 예를 들면 관할기관에의 이첩권이나 강제명령권한도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2008. 1. 23
  
  법학 교수 일동
  
  강경선(방송대), 강성태(한양대), 고영남(인제대), 곽노현(방송대), 국순옥(인하대), 금태환(영남대), 김광수(서강대), 김경욱(영남대), 김기진(경상대), 김기창(고려대), 김대원(서울시립대),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두식(경북대), 김명식(조선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병록(조선대), 김선광(원광대), 김승환(전북대), 김엘림(방송대), 김연미(전남대), 김영희(상지대), 김용욱(배재대), 김욱(서남대), 김웅규(국민대), 김인재(인하대), 김재승(전남대), 김제완(고려대), 김재윤(전남대), 김종서(배재대), 김종철(연세대), 김지수(전남대), 김창록(경북대), 김한성(연세대), 김현준(영남대), 김형준(변호사), 김홍영(성균관대), 김희성(강원대), 김희수(전북대), 남궁술(경상대), 남궁승태(대불대), 문기석(전남대), 문병효(한경대), 문준영(부산대), 박경철(강원대), 박규용(신라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상식(경상대), 박상희(한국해양대), 박승룡(방송대), 박용현(조선대), 박은정(인제대), 박지순(고려대), 박지현(인제대), 박진완(경북대), 박찬운(한양대), 박홍규(영남대), 박희호(한국외대), 배성호(영남대), 백좌흠(경상대), 서경석(인하대), 서순복(조선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성승현(전남대), 성정엽(인제대), 손원선(한남대), 송강직(동아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송석윤(서울대), 신동운(서울대), 신인령(이화여대), 심영규(동아대), 심재한(영남대), 안성포(전남대), 안진(전남대), 양천수(영남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홍익대), 오종근(이화여대), 원혜욱(인하대), 윤영철(한남대), 은숭표(영남대), 이광택(국민대), 이경운(전남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국운(한동대), 이금옥(순천대), 이동승(상지대), 이문지(배재대), 이부하(영남대), 이상수(서강대), 이석우(인하대), 이승우(전남대), 이승욱(이화여대), 이원우(서울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장희(한국외대), 이재승(건국대), 이정원(영남대), 이종수(연세대), 이준형(중앙대), 이창호(경상대), 이헌환(아주대), 이호용(단국대), 이호중(서강대), 임미원(한양대), 임성권(인하대), 임재홍(영남대), 임지봉(서강대), 장덕조(서강대), 장복희(선문대), 전욱(경상대), 전지연(연세대), 정경수(숙명여대), 정문식(전남대), 정병덕(영산대), 정성숙(영산대), 정영선(전북대), 정태욱(인하대), 정태호(경희대), 정훈(전남대), 조경배(순천향대), 조국(서울대), 조상균(전남대), 조소영(부산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영남대), 조현욱(한남대), 차선자(전남대), 최영규(경남대), 최윤철(건국대), 최정학(방송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한상훈(연세대), 한상희(건국대), 홍기문(전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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