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새벽 2시 박흥식씨(27)를 군용칼로 찌른 존 일병(21살) 등 주한미군 6명이 20일 오후 2시 서대문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이에 앞서 '전국민중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민주노동당'등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오후 1시 서대문경찰서 앞에서 엄정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복되는 고질적 미군범죄, 불평등한 SOFA협정이 문제**
홍근수 평화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는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인 미군들은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나름의 확신때문"이라며 "이런 그릇된 확신은 불평등한 한미SOFA협정과 한국 수사당국의 굴욕적 자세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어 "주한 미군은 앞에서는 유감표명을 하고 뒤로는 미군의 군법을 어기고 명예를 훼손한 피의자 존 일병에 대해 유치장에 구금하지 않고 일상적인 영내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주한 미군이 우리 국민의 분노를 철저히 무시하고 미군 범죄자를 비호하고 있다는 단적인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이정미 민주노동당 SOFA개정운동본부 본부장은 "미군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범죄행각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SOFA협정 개정이 핵심"이라고 SOFA협정 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살인미수죄인가, 단순흉기상해죄인가**
한편 이날 집회참가자들은 한국 경찰의 수사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본부장은 "미군범죄를 엄중하게 단죄해야하는 한국 경찰은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는 이 사건을 단 3시간만에 끝난 피의자에 대한 미흡한 초동수사를 근거로 흉기상해죄로 수사를 축소하고 있다"며 "국민적 자존심을 스스로 짓밟는 행위를 중단하고, 미군 피의자들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 사회를 본 전국민중연대 정용준씨는 "피해자 박흥식씨로부터 들은 피의자가 사용한 흉기는 길이가 25㎝에 달하는 군용칼이었다"며 "어떻게 공무중도 아닌 미군이 그런 살인 무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인무기를 들고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범죄에 대해 한국 경찰이 단순 흉기상해죄를 적용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 즉 SOFA협정에 따르면, 살인(미수), 강간(미수), 마약거래 등 12개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기소 즉시 구금이 가능하도록 되아 었으나, 12개 중대 범죄 이외의 사건에 대해서는 신병을 주한 미군이 관리토록 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존 일병이 25㎝길이의 단도를 미리 준비한 점, ▲급소인 목을 겨눈 점, ▲피해자 목의 오른쪽을 겨누어 위협하다가 칼을 돌려 왼쪽을 가해한 점, ▲피해자를 칼로 위협한 시간이 3분 정도로 충분히 판단할 시간적 여우가 있어서 우발적 사고로 볼 수 없는 점 ▲상처부위가 3.0-3.5㎝정도로 깊은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거나 실수에 의한 상해가 아니라 살해의도가 분명한 살인미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4.12.22. 선고 94도2511)은 "살인죄의 범위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예견하는 것으로 족하고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또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한 것이다"고 적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홍근수 평통사 상임대표, 이정미 민주노동당 본부장 등은 기자회견 직후 서대문경찰서 서장과 면담에서 엄정수사를 촉구했다.
김영태 서대문경찰서 서장은 면담자리에서 "목격자와 증거물을 모두 확보했으며 국내 법감정상 존 일병의 범행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의도가 있는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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