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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식아, 누나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박흥식씨 누나, "남의 일인줄만 알았는데...끝까지 싸우겠다"

15일 새벽 주한미군의 칼에 목이 찔려 현재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시민 박흥식씨(27)의 누나 박진경씨가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에 편지를 보내와 주한미군 만행에 분노를 토로하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인회계사로 현재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는 누나 박진경씨는 서신에서 "미군의 만행과 SOFA, 미선이와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싸우고 계신 여러 단체와 시민들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와 관련없다고 생각했던 이 사건들이 이제는 나의 사연이 돼버렸다"며 "비행기 자리가 마련되는 대로 한국으로 갈 것이다. 거기서 같이 싸울 거다" 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다음은 16일 오후 박진경씨가 평통사에 보내온 편지 전문이다.

***박진경씨 편지 전문**

미군난동 사건 피해자 박흥식 누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미군난동사건 피해자의 누나 박진경입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오늘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전화를 한국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받았습니다. "흥식이가 병원에 있다. 너 뉴스 봤니?" 처음에 무슨 얘기인지 파악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전화가 끊겼습니다.

병원? 내 동생이 다쳤다는 얘기인가? 뉴스에도 나올 정도라면 큰사건인데... 혹시 교통사고? 뭐지뭐지?

겁나고 떨리는 가슴을 누르며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했습니다. 헤드라인에 "미군병사 난동에 시민-네티즌 분개" 이렇게 뜨는데 설마설마 하면서 뉴스를 클릭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제 동생 이름 석자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한국으로 전화를 거는데 모두 불통이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기사를 읽고 병원에 전화를 해서 어머니랑 연결이 됐습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회복실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저것 어머니에게 물어봤지만 삽시간에 당한 일이고 아직 담당의사도 만나지 못해서 어머니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마침 병원에 와있던 주한미군 Abraham Owitz라는 (계급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바꿔 주더군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나에게 "미안하다. John의 신병이 확보된 상태고 제대로 처벌받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정의가 뭔지 꼭 보여줘야 한다는 말밖엔 할수 없었습니다. 전화번호와 이름을 받아 적고 전화를 끊었지요.

다시 뉴스 사이트로 가서 기사를 찬찬히 다시 읽어보다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란 단체에서 취재를 했다는 걸 보고 그 단체 웹사이트로 가봤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거기엔 목이 뚫려 의식을 잃고 있는 제 동생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겁니다. 그곳에서 자세한 뉴스를 읽고 아까까지는 좀 다쳤나보다 했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곳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분과 통화를 하고 여러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가만히 있지 않을거라는, 계속해서 여러 도움을 줄거라는 얘기를 듣고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미군의 만행과 SOFA, 미선이와 효순이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싸우고 계신 여러 단체와 시민들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나와 관련없다고 생각했던 이 사건들이 이제는 나의 사연이 돼버렸습니다. 비행기 자리가 마련되는대로 한국으로 갈 겁니다. 거기서 같이 싸울 겁니다. 한국으로 가기 전 제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생각해봤습니다. 미국언론매체 웹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예상대로 제 동생 사건은 다뤄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첫째로 기사들을 영어로 번역해서 각 방송국과 신문사에 돌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병원에 있는 제 동생이 너무 걱정됩니다. 아까 아버지께서 동생이 의식이 돌아왔다고 전화를 바꿔줬습니다. 물론 지금 목에 끼워진 기구들 때문에 말은 못합니다.

"흥식아, 누나는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불의를 보고 지나치지 않은 너의 용기에 누나는 걱정보다 기쁨이 컸다. 흥식아 많이 사랑한다. 보고 싶다. 누나가 너 곧 보러 갈꺼야. 수술 잘 됐으니까 마음 굳건히 먹고 빨리 회복되는데에 온 힘을 다 해라. 넌 혼자가 아니다. 누나도 있고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있다. 사랑한다."

대답없는 수화기를 들고 울음을 참으며 같은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우리 흥식이는 친구도 많고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정직하고 의리있는 대한민국의 성실한 국민입니다. 너무 착하고 맘도 여리지만 불의를 보면 못참는 고지식한 성격을 가진터라 누나로서 걱정을 했던것도 사실입니다.

국민 여러분, 제 동생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우리가 미국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을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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