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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삼성 비자금' 보도에 소극적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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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네이버, '삼성 비자금' 보도에 소극적인 이유는?

김창남 교수 "'소극적 중립성' 아니라 '적극적 균형' 추구해야"

"기본적으로 뉴스의 단순 재매개자이기 때문에 뉴스 전체의 흐름을 그저 반영할 뿐이라는 네이버 측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일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도 하다."
  
  네이버 등 포털뉴스 편집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이용자위원회 내부에서도 비판적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네이버 이용자위원회 위원인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네이버의 'e옴부즈맨 칼럼'에 '적극적 균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네이버 뉴스 편집에 대해 문제 삼았다. 이용자위원회는 뉴스 편집의 공정성 등 자문을 구하기 위해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위촉한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 교수는 특히 "기존 언론의 뉴스 흐름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라면서 편집의 '의미'와 '의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네이버의 입장에 대해 "현재 뉴스 시장의 구조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것이 오히려 중립성의 가치를 깨뜨릴 수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네이버가 지금과 같은 '중립성'을 고집하는 한 편집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은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뉴스를 편집하고 배열하는 행위 자체가 언론 행위"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삼성 비자금 문제가 폭로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네이버 뉴스 홈에서 이는 핫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며 "일부 언론을 제외한 주류 언론이 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외면하던 시기이니 만큼 기존 뉴스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네이버 뉴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수 있겠지만 내가 확인했던 11월 초 시점에 미디어 다음에서는 이미 삼성비자금사건이 핫 이슈로 소개되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네이버의 행보가 다소 소극적이란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가 "가급적 뉴스 편집에서 특정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고 기존 언론의 뉴스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네이버의 편집 원칙 때문에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삼성 비자금' 문제 뿐 아니라 앞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관련 뉴스 편집에 대해 네이버의 공정성이 의심받은 이유는 언론매체 시장 자체가 불균형하고 편향된 우리 사회에서 '기계적 중립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
  
  김 교수는 또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들을 일정 기준에 따라 편집하고 배열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언론 행위"라면서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는 많은 수용자들이 네이버에 의해 편집되고 배열된 뉴스를 접한다. 거기에 특정한 의도가 없다고 아무리 외쳐도 이를 보는 수용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거기에서 '의미'와 '의도'를 찾아내고야 만다"고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는 네이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이 각광 받았던 이유가 뭔가"
  
  김 교수는 "인터넷이 각광을 받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편향된 정보 시장에서 대안적이고 주변적인 정보가 숨 쉴 수 있는 대안 매체적 공간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면서 "인터넷 공간의 절대 강자라고 하는 포털이 기존 정보의 흐름을 단순히 반영하는 공간에 머문다면 그것은 편향된 뉴스 시장을 더욱 더 편향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나는 네이버가 중립성의 가치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중립성은 현실에 대한 소극적 반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균형의 추구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사회적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아젠다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게 중립성을 해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교수의 칼럼 전문.
  
  적극적 균형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의 뉴스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네이버 뉴스가 의도적으로 특정 후보를 편들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약점이 드러나는 기사들은 의도적으로 감추고 소수 후보들에 대한 정보는 잘 제공되지 않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언론사들의 뉴스를 재매개할 뿐이기 때문에 전체 언론사들의 뉴스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네이버 뉴스가 편향되어 보인다면 그것은 네이버에 뉴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기사가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지 네이버 측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뉴스를 편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네이버 측의 입장이 가진 진정성을 특별히 의심하거나 신뢰할 별다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실 개인적으로 내가 네이버 뉴스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은 어떤 분명한 편향성이라기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밋밋함에 가깝다. 가급적 특정한 아젠다를 앞장 서서 이슈화시키는 것을 피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인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삼성 비자금 문제가 폭로된 지난 10월 말부터 11월초까지 네이버 뉴스 홈에서 이는 핫 이슈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일부 언론을 제외한 주류 언론이 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외면하던 시기이니 만큼 기존 뉴스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네이버 뉴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확인했던 11월 초 시점에 미디어 다음에서는 이미 삼성비자금사건이 핫 이슈로 소개되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네이버의 행보가 다소 소극적이란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가급적 뉴스 편집에서 특정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않고 기존 언론의 뉴스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런 의도 자체가 결과적으로 중립성을 도리어 훼손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기본적으로 뉴스의 단순 재매개자이기 때문에 뉴스 전체의 흐름을 그저 반영할 뿐이라는 네이버 측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일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도 하다. 이미 여러 번 지적된 것이지만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들을 일정 기준에 따라 편집하고 배열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언론 행위이다. 더 이상 신문을 읽지 않는 많은 수용자들이 네이버에 의해 편집되고 배열된 뉴스를 접한다. 거기에 특정한 의도가 없다고 아무리 외쳐도 이를 보는 수용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거기에서 '의미'와 '의도'를 찾아내고야 만다. 결국 어떤 편에서든, 어떤 식으로든 비판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더욱 근원적인 문제는 기존 언론의 내용과 구도를 그저 '반영'할 뿐이라는 태도에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언론 매체 시장은 지극히 불균형하며 편향되어 있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들이 뉴스 시장을 독과점한 채 편향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인터넷이 각광을 받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편향된 정보 시장에서 대안적이고 주변적인 정보가 숨 쉴 수 있는 대안 매체적 공간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인터넷 공간의 절대 강자라고 하는 포털이 기존 정보의 흐름을 단순히 반영하는 공간에 머문다면 그것은 편향된 뉴스 시장을 더욱 더 편향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럴 바엔 아예 포털들이 뉴스 매개를 중단하는 것이 좀 더 균형적인 뉴스 시장을 위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나는 네이버가 중립성의 가치를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뉴스 시장의 구조를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것이 오히려 중립성의 가치를 깨트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중립성은 현실에 대한 소극적 반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 균형의 추구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사회적 관심사가 될 수 있는 아젠다들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게 중립성을 해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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