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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울산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터뷰] 박일수씨 분신후 공개노조 선언한 진용기씨

23일 하청노조활동을 공개선언한 진용기 씨(34,세경기업)가 희망의 소식을 전해왔다. 진용기 씨는 1일 프레시안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하청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직영노동자들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하청노동자의 불합리한 처우 개선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1>

진용기씨는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4년 근무한 하청 노동자다. 그는 작년 10월 임금삭감반대투쟁을 계기로 하청노동조합에 가입해 활동을 했었다.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야만 불합리한 처우가 개선될 수 있다고 인식, 박일수 씨 분신자살을 계기로 지난 23일 공개노조활동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현재 진씨는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조가입서를 돌리고, 사내에 박일수씨 분신자살의 진상과 하청노동자들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공론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씨는 "임금 좀 더 올려 받자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하청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이 완전히 무시된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근로기준법상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인 초과노동 시 특별 수당 지급과 작업 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산재처리 등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일수씨가 분신자살한 지난 14일 이후 보름 남짓 지났다. 현재 울산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다.

다음은 진용기씨와 지난 1일 진행한 인터뷰 전문.

***진용기씨 인터뷰**

프레시안 : 세경기업에서 일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 언제 입사하셨습니까?

진용기 : 2002년 9월에 세경기업에 들어왔습니다. 1년하고도 반년이 지난 셈이죠. 하지만 현대중공업에 온 것은 4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 사이 몇 번 하청업체를 바꾼 것이죠. 업체를 옮기는 것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있어 임금을 좀더 받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

프레시안 : 현장에서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십니까?

진용기 : 조선사업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도장 전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라인더(일종의 사포)로 표면을 문질러 말끔하게 하는 일이죠. 도장(표면색칠)을 하기 위해선 표면이 깨끗해야 하거든요.

프레시안 : 지난23일 하청노조활동을 공개선언했는데, 그 이후 회사 측 반응은 어땠습니까?

진용기 : 공개선언 전에는 이런 저런 걱정도 했었지만, 정작 선언을 하고 나니 회사측에서 별다른 압력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임금삭감반대 투쟁 때 적극적으로 나선 전력이 있어서 그런지, 별로 놀라는 눈치도 아닙니다.

반면 함께 선언한 조광한씨의 경우는 약간의 충돌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함께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너 때문에 회사 망하고, 다 해고 되는 거 아닌가'라며 가슴에 달린 블랙리본을 떼어내는 등 다소간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프레시안 : 하청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지만, 정작 노조원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진용기 : 노조활동은 곧 회사 폐업과 해직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노조활동을 했을 경우 회사의 대응은 무척 간단합니다. 하청회사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거죠. 그러면 하청회사는 폐업할 수밖에 없고, 하청노동자는 자동 해직됩니다. 원청회사는 도급계약 해지의 방식으로 노조활동 자체를 막아왔던 거죠.

프레시안 : 하청업체가 폐업이 되면, 하청사업주도 막대한 손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진용기 : 맞습니다. 폐업된 회사는 다시 회생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입니다. 원청에서 회사 폐업을 시키는 것은 하청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대해 해당 하청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하청회사 입장에서는 소속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일단 해고된 노동자는 다시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원청에서는 소위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등재된 사람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현대중공업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울산을 떠야 하는 거죠

프레시안 : 이번 사태에서도 원청 현중은 제3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일수씨의 죽음은 현중과는 무관한 하청업체 내부의 일이라는 거죠. 회사의 주장대로 원청회사와 하청회사는 완전히 분리된 관계입니까?

진용기 : 원칙적으로 하청은 불법파견입니다. 저희가 입사할 때 이력서를 하청에 제출하면 그대로 현중 운영지원부로 전달됩니다. 그곳에서 1차 면접을 하고, 합격이 되면 원청에서 출입증을 발부합니다. 그리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출입증을 갱신하는데, 이 모든 업무가 원청에서 관할 합니다.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인사관리를 하청이 아닌 원청에서 한다는 말입니다.

또 정상적인 도급 관계라고 한다면, 하청은 독자적인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작업지시도 원청 반장이 하고, 작업도구도 원청에서 제공한 걸 사용합니다. 하청은 단지 물량 계약을 할 뿐입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이 이번 사건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공개선언후 달라진 분위기", "직영노동자들의 공감 확산"**

프레시안 : 공개선언을 하신 후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진용기 : 금요일(27일)부터 노동조합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로 하청노동자에게 노조가입서를 돌리는 일입니다. 한 번은 식당에서 노조가입서를 돌리고 있는데, 회사 경비가 노조가입서를 탈취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에 동부경찰서에 '절도' 혐의로 신고를 했습니다.

<사진2>

이 사건으로 동부경찰서장과 면담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동부경찰서장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회사 측이 경비 등을 동원 제지할 때는 경찰이 나서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프레시안 : 공개선언한 이후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진용기 : 상당히 희망적입니다. 공개선언을 하기 전에는 사실 하청노동자들 사이에서 박일수 열사 이야기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폐업과 해직에 대한 공포감이 매우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개선언을 하고 회사 측에서 별 반응이 없자, 하청노동자들이 매우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입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집회를 하면, 하청노동자들은 휘말리기 싫어서 회피하곤 했는데, 요즘은 동참을 하거나,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주변에서 구경을 하곤 합니다.

또 직영 노동자분들도 예전과 다른 모습입니다. 식당에서 노조가입을 위해 발언을 하고 있는데, 경비들이 제지하고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고 소란스러워졌는데, 한 현중 대의원이 '시끄럽다'고 제지했습니다. 저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왜 막아서냐고 항의을 했습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현중 직영노동자들이 저의 발언에 동조하며 그 대의원보고 '그러지 말라'고 나서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직영노동자분들이 점차 문제의 진상이 드러나자 물밑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어느 정도가 노조에 가입을 했습니까?

진용기 : 죄송하지만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아시다시피 여전히 공개 노조활동을 했을 때 차후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명단이나 수에 대해서는 비밀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다만 하청노동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내외 진상왜곡 불법유인물 나돌아, 현중노조에 배신감들어"**

프레시안 : 회사 내에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는 여러 가지 유인물들이 나돌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용기 : 사내에서는 현대중공업에서 발간하는 <인사저널>, 현중노조에서 발간하는 <민주항해>, <참붓언론>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얘기는 언론에 이미 다 나와있으니, 접어두고요. 그보다 동구지역 일대에 정체불명의 유인물들이 나와서 사건을 왜곡하고, 선동하고 있습니다. 유인물을 봐도 누가 만들었는지, 연락처도 없고, 정체를 알 수 가 없습니다.

요즘 사내 하청사업주는 자신 업무 볼 시간도 없이 바쁩니다. 틈만 나면 원청에서 작업계획회의라는 이유로 회의를 소집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분신대책위나 사내하청노조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 및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 현중노조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금속연맹에서 제명논의도 있었는데요, 현중노조에 대해서는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까?

진용기 : 조심스러운 말씀이지만, 저희는 현중노조가 회사의 노무관리팀의 직접적 관리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조에서 나오는 반응이 회사측 내용과 너무나도 똑같기 때문입니다. 같은 노동자로서 배신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사진3>

반면 현중 직영노동자들은 이번을 계기로 많이 변모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도 잘 몰랐던 하청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가 알려지고 공론화되자, 직영노동자분들이 물밑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좀더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예정입니다. 직영노동자분들이 도와주시니 한결 힘이 나고, 희망이 보입니다.

***"하청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프레시안 : 하청노동자들이 직영노동자들에 비해 임금도 절반이고, 상여금 이나 퇴직금 등등에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것 말고 하청노동자로서 현장에서 받는 부당한 처우는 없습니까?

진용기 : 이번 투쟁은 회사 측으로부터 임금 좀 더받고, 복지혜택 더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하청노동자들은 현재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겁니다. 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자는 거죠. 하청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어느 하나 지켜지는 것이 없습니다.

휴일에는 특별 수당을, 연장근로시 50%의 가산금이 주어지도록 되어있지만, 하청노동자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지난 해 10월 강성구 씨가 과로사로 돌아가셨습니다. 이분은 철야 24시간-야간12시간-야간12시간 씩 사흘을 무리하게 근무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처럼 하청노동자에게는 장시간 노동, 주야 없는 노동이 비일비재합니다. 이건 분명 근로기준법위반입니다

또 다쳐도 산재처리를 받지 못합니다. 산재보험이나 안전관리는 원청에서 일괄적으로 관리를 하는데, 하청에서 산재사고가 나면, 하청업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하청노동자가 산재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를 하기 힘듭니다. 함께 일하던 한 하청노동자는 작업 중에 손을 다쳤는데도, 구급차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구급차를 부르면 바로 산재신고가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노동자 오토바이에 실려 가다가, 이동 중에 그만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머리와 턱이 심하게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정작 다친 손은 2주 진단 밖에 안 나왔는데, 결국 머리와 턱의 부상이 심각해, 그 분은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하청노동자는 법에 정당하게 보장되어 있는 산재보험 혜택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하청노동자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떳떳한 마음으로 조문하고파"**

프레시안 : 이번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당사자인 유족분들은 지금 어떻습니까? 박일수씨 따님이랑 사위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진용기 : 맞습니다. 하지만 전 유족들을 뵙지 않았습니다. 조문도 하지 않았구요.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뵐 면목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우리의 요구를 회사측에서 받아들이고,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보다 떳떳한 마음으로 조문을 하고 유족들을 만날 생각입니다.

프레시안 : 가족은 어떻게 되십니까? 가족분들이 많이 걱정을 하고 계실 텐데요.

진용기 : 네 아내와 저 둘만 있습니다. 아내의 몸속에 이제 2개월 된 아이가 하나 있고요. 아내는 저의 활동에 대해 별다른 말은 없습니다. 아마도 마음 속으로 걱정을 하고 있겠죠. 저는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나섰습니다.

프레시안 : 긴 시간동안 전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용기있는 결정을 하신 만큼, 이후에도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진용기 : 현장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조만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리라 기대합니다.

<사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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