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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노조, 정말 계속 이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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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중 노조, 정말 계속 이럴 것인가"

<기자의 눈> 절반의 '소리없는 분노'를 두려워하라

지난 14일 새벽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박일수씨는 분신 자살이라는 극한의 방식으로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했다. 그의 분신은 '국가경쟁력 강화'란 미명아래 힘없는 노동자가 어떤 식으로 저항하고 좌절하는 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계의 최대 치부, 원-하청 노동자 갈등**

하청노동자는 원청-하청이라는 특수한 고용관계 속에 2중으로 착취당하는 존재이다. 고 박일수씨는 분신을 통해 원청기업의 부당행위와 함께, 원청노동자와 하청노동자 사이의 갈등과 차별도 직설적으로 성토했다. 그간 앓아온 노동계 내부의 치부를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다.

고인은 유서에서 "현대 어용노동조합은 그네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이고 '노동자는 하나다'는 원칙은 말장난일뿐 열악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태어나면서 귀족노동자 하청노동자로 태어나지 않았고 어떡하다보니 직영노동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 뿐인데 직영노동자라 하여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만하고 멸시할 자격은 없다"고 절규했다.

자본과 정권에서 펴는 이른바 '노동귀족'이라는 이념적 공세를 차치하고서라도, 노동계 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갈등은 이미 오랫동안 분명히 내재해왔다. 특히 IMF사태후 현대자동차 등 주요 사업장에서 예외없이 이런 문제가 노정됐다. 다만 노동계 내부의 갈등이 자칫 친자본적 세력에게 악용당해 갈등이 증폭될 것을 우려, 노동계 내부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쉬쉬했을 따름이다.

***현중노조의 계속되는 비상식적 행보**

이번 박씨 분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직영과 하청간 갈등이 드러났다. 고인이 유서에서 원청회사인 현중노조를 '어용'이라고 비난한 탓인지, 현중 노조의 행보는 처음부터 상식밖이다.

현중 노조는 지난 15일 기자회견문을 통해"각 노동단체들이 박일수씨의 분실자살을 이용하여 조직단위의 위상을 강화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짙다", "현중 노조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주도하에 정리한 분신대책위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대책위를 구성해 추진하기로 의결했다"며 현재 사내하청노조와 민주노총 울산지부가 조직한 대책위(위원장 이헌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 17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중노조의 요구가 무시되고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현 사태를 악용할 경우, 민주노총은 물론 울산지역의 제노동단체와의 모든 관계를 신중히 재검토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경고하며 민주노총 탈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이번 사태의 본질을 깊숙이 파고드는 데 대한 동물적 대응으로 읽힌다.

현중노조의 이같은 대응은 이번 사태를 한층 혼미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현중노조가 말하듯 분신대책위에 현중노조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중노조의 이러한 불만과 의혹은 대책위와 각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참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 고인이 유서에서 밝힌 원청-하청의 불합리한 고용구조,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 열악한 노동조건 등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해결, 원청-하청노조의 강력한 연대 절실**

현중노조가 계속해 현재의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직영노조가 노동자의 계급성과 연대의 정신을 잃고 '제 밥그릇 챙기기' '기득권 안주'라는 세간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게 분명하다. 이는 동시에 자본이 원하는 '이이제이' '노-노 갈등' 전술에 현중 노조가 전면 휘말려들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중 노조의 상대적 고용안정과 높은 임금 및 복지 혜택은 현 현중 노조만의 노력의 결실이 아니다. 민주노조가 합법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열악한 노동조건과 불합리한 처우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선배 현중노동자들과 타사의 전체 노동자라는 사회적 연대의 과실이다.

민주노조운동의 획을 그은 1990년 현중 '골리앗 투쟁'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길 때다. 골리앗에서 죽은 박일수씨의 '한'을 풀고자 절규하던 하청노동자들을 끌어내리는 행위를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중공업 생산직 노동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의 '소리없는 분노'가 만에 하나 폭발한다면, 현중 노조가 설 땅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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