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박일수 씨 분신자살 사건의 진상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 기본권보장과 차별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7일 오전1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박일수 분신사건 진상보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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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공대위는 5인의 진상조사단을 조직해, 지난 20일 박일수 씨의 시신이 안치된 울산대학병원 방문을 시작으로 5일간 진상조사에 나섰다.
***공대위, “회사 허위사실 유포”**
현대중공업 사내에 사건의 진상을 왜곡하는 여러 건의 유인물이 배포돼, 박일수 씨 분신이 단순 비관자살로 비춰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박석운 공대위 실행위원장은 “현대중공업 사내에는 허위사실이 담긴 여러 건의 유인물이 유포돼, 사건의 진상이 오도되고 있다”며 “조사결과, 박일수 씨의 죽음은 분명 비정규 노동 철폐를 위한 자기 희생적 결단”이라며 박일수 씨 분신자살의 의미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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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유포된 유인물에는 박일수 씨가 평소 노동운동은 커녕, 평소 근무태도도 불성실했다는 내용과 함께, 분신 이유에 대해서도 단지 사적인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해 죽음을 선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이는 박일수 씨의 죽음의 의미를 축소하고, 회사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의 공식입장은 ▲ 사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적 입장 ▲ 사내 하청업체에 대한 충실한 관리 및 사건의 조기해결 ▲ 협상대상자는 지역분신대책위가 아닌 현대중공업 노조 로 알려졌다.
***인터기업, 불법파견업체로 드러나**
한편 박일수 씨가 근무했던 인터기업이 회사측 주장대로 도급계약을 맺은 독립된 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원청의 지시를 받는 불법 파견업체라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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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장식 변호사는 조사 결과 “인터기업 소속 하청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소유의 작업도구, 자재를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량배정-작업배치-작업지시에 이르기 까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원청의 지시를 받고 있다”며 “노무-작업관리의 독립성이 없는 업체는 불법파견업체라는 노동부 고시에 따라 인터기업은 분명 불법파견업체가 맞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노동센터 조진원 대표는 “인터기업은 원청 현대중공업의 지시를 받는 불법파견업체인 만큼, 현대중공업이 이번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적 위치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현대중공업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지도부울산방문, 성과없이 끝나**
한편 지난 23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건 해결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전격 현대중공업을 방문, 협상을 시도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익 민주노총 울산지부정책국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사태진전은 없다”며 “23일 방문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근 현중노조의 미온적 행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또 이 국장은 “사측, 현중노조, 분신대책위 모두 입장의 변화가 없어, 분신 정국은 한층 길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전문가는 이와관련 "현대중공업 사측이 협상의 창구로 현중노조로 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분신 사건 해결의 열쇠는 현중노조의 태도변화 여부에 있다"며 "조속히 현중노조가 사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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