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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을 보는 몇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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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을 보는 몇 가지 시선

'숨은 보석'?…'정치적 사업가'?…'제2의 노무현'?

"우연히 다른 사람과 만나는 자리에서 문국현 사장을 처음 봤다. 여러 구상을 짧은 시간동안 들었는데 꽤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을 이끌어갈 커다란 구상을 준비한 흔적이 보였다."
  
  지난 4월까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권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민주당 김종인 의원의 문국현 사장에 대한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김 의원 외에도 문 사장을 만나본 사람들의 평가는 대체로 "괜찮은 사람이더라"다.
  
  국민지지율 1%도 안 되는 문 사장을 지지율 60%에 육박하는 이명박 후보의 맞수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분명히 늘어났다. 그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유한킴벌리 사장과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대표까지 지내며 나름의 성공기를 써 왔다. 이명박 후보의 자산인 '샐러리맨의 신화'에 필적할만한 궤적이다.
  
  그러나 문 사장이 기업에서 보여준 경영방식은 이 후보의 그것과 매우 달랐다. 문 사장을 돕고 있는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외환위기 때에도 신자유주의적인 양적 구조조정을 배격하고 오히려 고용을 30% 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감명을 받았다"고 소개한 대목이 단적이다.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전후해선 우리사회의 신자유주의적 발전모델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도덕성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문국현 대항마론'의 요체다. 뒤집어 보면 여러모로 대비되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문 사장에 대한 관심도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김종인 의원이 "이명박 씨가 후보로 결정이 됐는데 누가 대항마로 싸우는 게 효과적인가를 생각해보면 문국현이라는 사람도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제3후보의 줄타기?
  
  "정치도 일종의 시장인데 검증받지 않은 상품이 마케팅 잘 되는 일은 별로 없다. 정치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유시민 의원이 문 사장에 대해 쏘아붙인 이런 야박한 평가를 비단 경쟁 심리의 발동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문 사장에 대한 우호적 여론에는 '반(反)이명박' 심리와 함께 '범여권에 대한 비호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4년 반 동안 지켜본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 '그렇고 그런' 정치인들의 집합소 같은 기존 정당과 대선후보들에 대한 낭패감이 반한나라당 층에 고여있던 차에 문국현이라는 새 인물의 가능성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런 경향에 의해 부각된 이들을 일찌감치 '제3후보'라고 칭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문 사장과 엇비슷한 이유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의 실패한 데에는 그의 도덕성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정치행태적 문제가 큰 원인이었다.
  
  기존 정치권에 들어가 경쟁하자니 '게임'이 될 리 없고, 독자적으로 대선에 뛰어들자니 '승산'이 나올 리 없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 사장 역시 범여권에 대해 "가치관이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아직까지 민주신당과 확실한 단절을 선언하지도 않았다.
  
  그런 탓에 그를 지지하는 원혜영 의원이 문 사장의 민주신당 본경선 참여 여부와 관련, 지지율의 변동폭을 언급하며 "상황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히자 당장 '기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지율에서 일정한 경쟁력이 확인되면 참여하고, 그렇지 않으면 11월까지 독자 생존해 후보단일화를 모색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반(反)이명박' 표를 놓고 범여권과 벌이는 문 사장의 '정치적 사업'으로 해석되기까지 했다.
  
  노무현 학습효과?
  
  "이명박 후보와 같은 CEO 출신임을 강조하지만 이 후보는 CEO 이후 10여년 간 의정활동, 시정활동 등으로 그의 지지기반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 반면, 문 사장은 믿고 신뢰할만한 과거가 없는 사람이다."
  
  강경개혁 성향의 한 의원의 문 사장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다소 의외였다. 그러나 올해 대선이 과거와 달리 사실상 '2개월 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해 외곽을 돌기만하는 문 사장에 대한 '검증의 기회'가 거의 없다는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의혹은 박근혜 전 대표와 범여권이라는 안팎의 확실한 경쟁자들로 인해 이나마 들춰질 수 있었다. 10여년 간의 의정활동, 시정활동은 물론이고 기업인 시절, 심지어 출생 의혹까지 불거졌다. 권력 경쟁이 진흙탕 싸움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더라도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알권리가 상당부분 충족된 것이다.
  
  하지만 범여권 예비경선에 불참키로 한 문 사장이 판세의 불리함을 따져 본경선마저 건너 뛸 경우, 유권자들이 그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는 박탈된다. 문 사장의 살아온 길, 가치관, 국가경영능력, 도덕성에서 치명적 하자가 있는지는 물론이고, 반대로 신뢰를 보낼만한 근거가 무엇인지도 확인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문 사장이 출마선언 자리에서 '신도시 아파트 반의 반값 공약'을 발표했음에도 이 공약의 허와 실을 따진 후보 진영이나 언론은 없었다.
  
  설령 문 사장이 이런 비단길을 밟아 이명박 후보의 맞수로 최종 결정되더라도 그 대결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리는 없다. 문 사장에 대한 지지세력은 "기존의 범여권 후보로는 안 된다"는 '상황의 절박성'을 이유로 그의 새로운 이미지와 드라마틱한 연출을 엮어 역전승을 기대하는 듯하다.
  
  이는 5년 전 한자리수 지지율로 시작해 이인제, 이회창 후보를 차례로 꺾어 우리 정치의 다이내믹함을 보여준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노무현 학습효과'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유권자들에게 축적된 '노무현 학습효과'는 '바람' 선거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인식으로도 자리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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