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를 두고 '과연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변수가 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과연 넉 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낮은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소위 '제3후보'의 한계인 세력기반이 부실하다는 점도 난관이 아닐 수 없다.
문 사장도 17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정당이 없기 때문에 유리벽이 많다"며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는 한편 "언론이 제대로 진실을 알려주기만한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내세울 정책과 비전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정치인과는 다른 경제인의 시각으로 차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정책을 내놓겠다는 포부다. 최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서도 20세기식 토지개발에 대비되는 21세기형 지식경제를 내세우며 '정책적 우위'를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 "21세기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며 "현대건설도 부도위기에 처하고 그외의 나머지 일도 그다지 잘된 것 같지 않다"며 맹비판했다. 또 그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의혹 등을 제기하며 "주변 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를 관리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과연 문국현 사장은 이번 대선에서 '폭발적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오는 23일 대선출마 선언을 예정하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17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했다.
"현실성 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보여드리겠다"
프레시안 : 오는 23일 <문국현 솔루션> 출판기념회의 성격이 무엇인가?
문국현 : 출판기념회 행사는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다. 이날 기업 육성이나 세계 경영에 앞장섰던 경제·경영·사회·교육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이다. 이날 나올 희망제안 가운데 <문국현 솔루션>에 나온 것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기존 정치인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 경제인은 이렇게 해결하겠다'라고 제시할 계획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내놓은 해법보다 실천 가능성도 많고, 과거와는 다른 차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전략과 정책으로 보여드릴 것이다. 그날 새로 드릴 국가전략, 비전, 희망 등은 별도로 기대해 볼 만할 것이다.
프레시안 : 그날 출마선언도 할 생각인가?
문국현 : (웃음) 출마선언은 정당에 있는 사람이 주로 하는 것 아닌가. 언론에서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 아닌가 싶다. 정당에 속하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고 독자적으로 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개념을 가진 말을 쓰는 것보다 넓게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에게 새 정치의 열망을 갖게 하고 한과 분노가 넘치는 국민의 마음을 열정으로 바꿔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다.
프레시안 : 지난 4월말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문국현 사장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당시 문 사장은 '출마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답했던 것 같은데, 이제 출마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3개월여가 지나면서 생각이 바뀐 건지, 아니면 당시에도 같은 생각이었나?
문국현 :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많은 기업인들이 하고 있었다. 다만 나는 정 전 총장과 달리 국내에만 수천 명, 내가 회장으로 총괄하고 있는 북아시아 킴벌리 클라크의 전체 직원을 따지면 몇 십 만 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국회의원이나 교수처럼 자기 혼자서 솔로로 처신하는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최소한의 설명을 해야 했고 국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등 책임 있게 맡았던 일들을 해결해야 했다.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수많은 나라에 걸친 회사를 총책임지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언론이나 시민단체, 학자들이 (대선에) 나오란다고 무조건 나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또 (대선 출마가) 혼자서는 안 되는 것이니만큼 국가적 소명을 해낼 만한 그룹들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많은 그룹을 모으고 기대에 맞을 만한 정책이나 전략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제 준비가 80%이상 된 것 같다. 이제 좀 부족하지만'세계 경영에 많은 경험을 가진 기업인으로서 이런 식으로 국가 전략을 다시 세우고 이끌어가겠다'고 밝힐 것이다. 23일에 많은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회사는 완전히 떠나는 것인가?
문국현 : 그렇다. 맡고 있는 회사가 여러 개 있는데 최고경영자, 대표이사, 회장, 사장 등은 다 내놓을 것이다. 몇몇 직책은 법적으로는 떠날 의무가 없지만 공직으로 들어간 다음 상충될까봐 떠나는 것이다. 이사회나 총회를 거치는 과정이 나라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기업마다 다를 것 같긴 하다. 그간 후계자들을 많이 준비해놨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새로운 정부, 경제, 사회 재창조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레시안 : 30여 년 간 함께 일해온 사람들의 동의와 이해를 받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30여 년의 세월을 일단락하면서 새 인생을 출발하는 마음의 정리도 필요한 것 아니었나?
문국현 : 직장생활 36년, 인생에서 34년 이상을 유한에서 보냈다. 최근 4년 반은 세계적인 기업 킴벌리 클락의 북아시아 회장으로서 굉장히 큰 조직을 이끌어왔다. 이 조직은 제가 바닥에서부터 재창조, 재창업하다시피 한 기업들이기 때문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또 그대로 있으면 이 기업들을 5조, 10조 짜리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2조 원 선에서 떠나는 아쉬움도 있다. 여기까지도 기적이라고 하나 우리가 만든 기적을 계속하고 싶은 아쉬움이 있다. 또 중국, 대만, 러시아에서 뒹굴던 수많은 국내외 직원들, 협력해주신 분들께 굉장히 미안하다.
그러나 남북한, 해외동포까지 합해 8천만이 넘는 우리 국민들과 한반도의 미래, 동북아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리고 당장 위기에 몰려있는 850만 비정규직, 650만 자영업자, 200만 청년 실업자, 400만의 경제활동 비참가자들 등을 생각하면 열정으로 넘친다. 내가 당장 도움이 필요한 그룹을 위해 편한 인생 7,8년을 희생하면 수많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더 잘될 수 있고 정부와 학교가 재창조될 수 있다. 그런데 저를 바친다는 것이 새로운 열정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명박 후보는 21세기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프레시안 : 한국을 재창조하고 한국경제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씀이신데, 어떤 면에서는 '경제 살리자'가 시대정신이라고 할 만큼 거의 모든 후보가 경제를 살리자고 한다. 당장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늘 경제를 살릴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내세우고 있다. 문 사장이 이명박 후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문국현 : 이명박 후보는 21세기 경영을 해본 적이 없다. 기업을 그만둔 것이 1994년이고 현대건설은 부도위기에 몰려 국가가 관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외에 나머지 신규사업 몇 개 했다는데 이것저것 잘된 것도 없지 않나. 남이 창업한 회사를 부동산 붐을 통해 80년대 이름을 날렸을 뿐, 90년대에 경영한 적은 없다. 이명박 후보는 20세기 개발독재시대의 리더십이나 토지개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대운하와 같은 온 세상이 웃을 만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 후보는 직장에 한 30년 가까이 계시는 동안 토건과 토지개발만 하신 분인데 다른 무엇을 할 것인가.
21세기는 사람 중심의 창조력을 2~3배 늘리는 지식경제, 디지털경제, IT경제, 나노, 바이오 경제라고 하는데 이명박 후보는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경험도 없다. 주변 사람들은 더욱 그렇고. 한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21세기형 경제고 지식경제지, 육체와 토지를 기반으로 하는 콘크리트 경제가 아니다. 그런 재래식 경제는 부동산 값만 올리고 서민을 괴롭히고 결과적으로 양극화를 늘려가는 경제다.
프레시안 : 대운하가 이명박 후보의 핵심적인 공약인데.
문국현 : 그것 외에 국민이 기억할 만한 것이 어디 있나. 한국의 대재앙이다. 일단 운하는 땅은 넓고 바다가 없는 유럽 등에나 필요하다. 유럽은 알프스 산맥을 제외하고는 평탄한 지형이기도 하다. 그런데 땅의 면적은 100분의 1도 안되고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왜 운하가 필요한가. 단지 토지 붐을 일으키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명박 후보의 운하 공약을 보면 산맥을 통과하는데 배가 산으로 가는 대표적인 결과다. 우리가 흔히 가장 잘못된 결론을 말할 때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나. 우리 조상들이 바로 이 경우를 생각하고 만든 속담이 아닌가 싶다.
환경적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자원이 바로 한국의 수자원이다. 그대로 마실 수 있는 식수가 1300억 톤이나 된다. 아마 머지않아 중국 등에 수출할 수 있는 자원이 될 텐데 이를 뱃길로 한다니 얼마나 오용되는 것인가. 기름 값보다 비싼 물을 기름 뜬 물로 바꾸는 것이다. 강이 죽고 생명력이 죽고 그 주위의 모든 것이 파괴된다.
또 운하를 설치하면 한강다리를 다 높여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강의 밑바닥을 파겠다고 하는데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것이지 현실적이지 않다. 또 우리나라처럼 폭우가 닷새에서 열흘간 오는 나라와 유럽처럼 연중 골고루 오는 나라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 것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또 개발 비용이 30조라고 하나 일차적인 이야기고, 호남까지 잇는다느니 기발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100조 가량은 더 든다고 본다. 돌이켜볼 때 역사상 거대한 프로젝트 치고 초창기보다 3~5배 들어가지 않은 프로젝트가 없다.
그 시간과 돈의 5분의 1을 중소기업 평생 학습하는 데 쓰면 온 국민의 93%가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 현 세계시장 점유율을 2~3배는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독일이나 일본의 반도 되지 않는 것은 사회지도층이 자원을 잘못 배분해서 그렇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자원을 배분하면 전 세계 시장의 점유율이 올라가 중소기업 소득이 올라가고 비정규직을 자연히 정규직화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 자원을 운하로 쓴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경제, 환경, 문화적으로 가장 나쁜 제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인들은 분노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적인 이유가 있더라도 자원을 저런 쪽으로 쓸 수 있나. 환경운동가로서도 용납할 수 없다.
또 이전투구 식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리와 부정부패 의혹이 본인이나 주변에서 일어났다. 주변 관리도 못해 항상 자기가 있던 직장 주변에 비리나 부정부패에 소지가 있는 사람들이 따라다니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갈 것인가. 누가 그런 사람을 존경하고 자녀들에게 '큰 바위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국민들은 깨끗한 리더십을 원한다. 부패와 비리, 부정을 계속 감싸 안는 것은 우리 자녀들, 우리의 미래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미래를 해치는 것이 대개 개발 비리다. 미래세대의 경제, 사회 뿐 아니라 환경적 몫까지 현 세대들이 파괴해버리는 것이다.
"공익성 중심의 경영경험 바탕…국가경영 자신있다"
프레시안 : 최근 'CEO대통령'론이 나오기도 했으나 기업경영과 국가경영은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 좋은 기업가가 좋은 국가경영을 할 수도 있으나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문국현 : 기업이나 정부나 거대한 자원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는 비슷하다. 저처럼 33개 국가의 시장을 관리하고 7개 국가의 시장은 직접 관리하는 사람은 대상도 16, 17억 명 되니 국가의 자원관리나 비슷하다. 저를 비롯한 몇 사람은 대표적인 세계적인 경영인으로서 끊임없는 변화를 추진한다는 차원에서 국가경영과 비슷하다.
정부와 기업의 큰 차이라면 정부는 시장을 늘리는 데 중심인 기업과 달리 공익성 중심으로 공공재를 많이 늘리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가지도자는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또 부패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부패한 산업이나 기업에서 온 사람들은 공공재에 대한 경험이나 사명감이 약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국가지도자가 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유한양행은 한국인 최초의 백만장자였던 유일한 박사가 미국에서 귀국해서 만들었다. 그는 요즘 기준으로 1조 원에 달하는 기업이윤을 사회에 다 기증했다. 거기서 출발한 기업 8개가 성장해서 이 분야 최고의 기업이 되어 아시아의 수많은 기업을 경영하는 특유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우리강산 푸르게'와 같은 국민 수백 만 명이 참여하는 운동을 만들었고 '생명의 숲' 사업으로 13만 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또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 등 공유 재산을 늘리고 자연과 환경을 지키는 공유화 운동을 해왔기에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도 쌓았다.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나 지역사회를 지키는 일 등 어떤 정부보다도 일관성을 갖고 해왔다고 자부한다.
프레시안 : 현재 한국에서 해결해야할 핵심적인 문제 3가지를 꼽는다면?
문국현 : 경제, 사회의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은 수의 비정규직이 있고, 일자리가 대기업에서 100만개나 강제로 축소되서 대기업 근로자가 230만명에서 130만명으로 줄었다. 650만 명으로 잡히는 자영업자 가운데 반 이상이 실업자고 34~35세 미만의 청년 상당수가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실업 통계에서 잘 안 잡히고 있다. 우리는 삶의 질이 희생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두번째는 부동산, 교육, 고유가 등 국민 생활에서의 좌절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집값이 왜 이리 올라가는지, 집 장만이 왜 이리 어려운지, 이자는 왜 폭등하는지, 상실감이 크다. 더불어 보육도 어려워지고 공교육은 불완전하고 부족해 사교육을 하고 있다. 이러한 좌절을 어떻게 희망으로 바꾸느냐가 과제일 것 같다.
세번째, 남북관계를 군사적 대치관계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제 남북관계는 경제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저렴한 인적 자원을 가진 북한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하자원을 가진 러시아와 남한과 일본이 역동적인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를 만들면 하나의 엔진을 가졌던 한국 경제가 두 개의 엔진으로 8%, 10%의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군사적 대치관계를 역동적인 제2의 경제성장 엔진으로 바꿔내는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부패, 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좌절감 내지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부패가 서민들에게, 미래세대에게는 적이다. 부패하고 부정한 세력은 자기 편익을 위해 끊임없이 중산층이나 중소기업, 비정규직, 자영업자와 미래세대를 희생시킨다.
"범여권의 과거와의 단절이 먼저"
프레시안 : 어떤 정당에도 적을 두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문국현 : 범여권은 국민들이 왜 분노하고 섭섭해 하고 왜 자살하는지를 정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회피하다 보니 미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독자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곳곳에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지금은 단체로 몰려다니다 보니 우리에게 오지 않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국민만 보고 간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은 독자처럼 보이나 정치권이 가치중심으로 재정렬되고 세력이 아닌 국민들을 섬기는 쪽으로 가다 보면 진정한 국민통합적 새로운 정치가 되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범여권 후보로 분류되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문국현 : 여기저기서 뜻이 같다고 하니 고맙긴 한데 나는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역사적으로도 관계가 없다.
어떻게 보면 범여권 후보로 보는 게 혼선을 주는 것 같다. 그 분들은 국민들과 의사소통에서 큰 장벽을 가진 분들로 국민들은 잘한 것 보다는 잘못한 것만 기억하는 것 같다. 그 부분은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다. 다만 시민사회에서 가신 분들이 있으니 그 분들이 안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면 잘 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일단은 내가 거기서 할 일이 없다.
물론 한나라당이 토지, 콘크리트 중심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데 비하면 이쪽은 사람 중심, 창조력 중심이니까 완전히 다르다. 가치로만 보면 우리는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 내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혼선을 주고 있다.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프레시안 : 이른바 범여권에는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이 한나라당에 결집해있으니 진보, 개혁적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지금은 나뉘어져 있지만 결국 하나가 되리라는 것으로 문 사장에 대해서도 결국은 같이 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 같다.
문국현 : 범여권도 곧 역동적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그 과정에서 가치중심적으로 바뀐다면 당연히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닌 과거에 의존한다면 우리는 과거와 싸우는 사람들로 있을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단절하고 재벌 편향적 정책이나 토지개발 중심의 가치관, 비정규직 확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의지가 굳은 사람끼리 힘을 합해야 한다.
프레시안 : 정치권이 가치 중심적으로 재편되도록 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문국현 : 그 안에 들어간 분이 할 것이다. (미래창조연대 출신을 말하나?) 완전히 마음이 내켰는지는 모르나 가 계신 분들 중에 훌륭한 분들이 꽤 계신다.
프레시안 : 이들에 대해 애초의 문제의식이 많이 훼손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문국현 : 그런 분은 안 들어가셨다. 1단계 통합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 분들, 지금 이게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전체적 변화의 1단계라고 믿은 분들은 들어간 것이고 미래중심적인 분들은 안 들어갔다.
프레시안 : 안 들어간 분들이란 문 사장과 함께 하는 분들을 말하나?
문국현 : 23일 희망제안을 비롯해 마음 둘 곳 없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려 한다. 희망제안에는 유명한 경제학자들과 경영학자, 사회학자, 교육 및 문화계에 계신 분들, 그리고 대기업출신과 벤처, 중소기업 출신 등 다양한 기업인들이 함께 하실 것이다. 또 국정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 중에 아주 양심적인 분들도 합류할 것이다. 경험을 갖춘 싱크탱크인 '창조경제모임'이다. 이어 오는 2일에 있는 모임에서 워크샵도 하면서 국민들과 대화를 해나가다 보면 그 분들이 본인의 목소리로 희망의 소리를 함께 늘려 가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창조경제모임'은 전국조직인가?
문국현 : 아직은 아니다. 혹시 확대할 필요가 생긴다면 아무 때나 나중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오는 20일에는 천정배 의원과 두 번째 정책토론회가 예정되어 있다. 천 의원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문국현 : 천정배 의원은 법무부장관에 있을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비판하며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우리의 희망제안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온 유일하다시피 한 사람이다. 비정규직 문제에도 관심이 많고 한미FTA에 대해서도 '농촌을 버리는 일은 절대 안된다'는데 저와 입장이 같았다. 천 의원은 단식까지 했고 저는 단식은 능동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보고'개성공단 원산지 포함, 수혜산업 기금 조성' 등을 요구했다. 어쨌든 그렇게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같다.
프레시안 : 정치권이 가치관에 따라 재정렬 된다면 천정배 의원과 함께할 수 있나.
문국현 : 물론이다. 한명숙 총리도 비슷한 분이고 그 외에도 많다.
프레시안 : 정치적 연대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
문국현 : 아니다. 지금은 정책적으로 해 나가는게 맞는 것 같다. 언젠가 저희가 정말 옳다고 생각하면 이들이 과거 커리어에 관계없이 이쪽으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들이 '대안'을 알기만 한다면…"
프레시안 :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궁극적으로 같이한다고 가정할 경우 11월 중순까지는 후보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100일 정도의 시간이 있는 셈인데 문 사장이 독자적인 행보를 한다면 그 전까지 국민들의 지지를 유의미한 수준까지는 받아내야 할 것이다. 그 목표를 어떻게 상정하고 있나.
문국현 : 범여권 지지자들은 마음 둘 데가 없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수많은 의혹 속에서 수모를 당하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지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안이 있다면, 그리고 언론과 방송에서 제대로 진실을 알려주기만 한다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을 효과적으로 해내느냐가 관건인데, 소통계획이랄까.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문국현 : 정당이 없기 때문에 유리벽이 많다. 정당인만이 가질 수 있는 수많은 법적 혜택을 못 누리기 때문에 초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듣고 싶어하지만 정치인들이 회피하는 분야를 골라 국민 대화를 진솔하게 해 나가려고 한다. 물론 절대적인 시간은 몇 년 씩 지자체를 한 사람보다는 모자라지만 약자들의 현장, 신용불량자나 비정규직,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 청년 실업자들을 찾아 그들의 꿈이나 희망을 듣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프레시안 : 실례지만 고향이 어디인지 물어봐도 될까.
문국현 : 서울이다. 아버님은 강원도 평강에서 태어나셨다. 지역 따지면 우스워지는데.
프레시안 : 뚜렷한 연고도 없고, 자발적인 지지를 모아내는 일 밖에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문국현 : 그야말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58년을 살았기 때문에 연고는 없다. 젊어서 숲운동하면서 지방을 많이 다니고 전국을 다 누볐지만 연고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
"교육3모작으로 중소기업 살려야"
프레시안 : 21세기 경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문 사장은 '지식에 기반한 창조경제, 혼이 있는 경제'라는 말을 쓰는데, 혼이 있다는 표현이 다소 생소하다.
문국현 : 음식에도 혼이 있듯 상품이나 서비스에도 혼이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씨가 청소년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된 것은 그의 연구소가 규모로는 중소기업이지만 그는 '내 상품이 덜 팔리더라도 바이러스가 없는 세계가 좋겠다'며 진짜 혼이 있는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클린 리더십'이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정부가 11차 5개년 개발계획에서 '혼이 있는 경제'를 선언했다. 중국이 먼저 혼이 있는 나라가 됐는데 우리나라는 땅을, 물질적인 것을 숭상하고 국민의 55%를 지식의 무덤이라는 비정규직으로 몰아넣는 시대가 됐다.
GDP를 늘리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이 중요하다. 한국이 총요소생산성을 늘리려면 지식경제로 전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 3모작이 필수적이다. 통상의 22세까지의 교육에서 멈추지 말고 왕성한 직장, 사회생활을 할 22세부터 65세까지 지식과 기술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는 2기 학습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식근로자가 되고 지식경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은퇴 후 65세부터 95세까지 3기 학습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2기 학습기가 교육부 소관으로 안 되다 보니 아무 부처도 신경쓰지 않아 국가정책에 큰 공백이 있다. 외국을 보면 교육 예산의 25~45%가 2기 교육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는 이것을 교육인적자원부 소관이 아니라고 배제하다 보니 기업형 학습복지의 몫으로 넘겼다. 몇몇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학습복지에 쓸 시간이 없어 고용부담금 7조원이 누적되어 있다. 이러한 학습복지를 국가가 맡아 향후 인생 40년 내지 50년에 대한 경쟁력 있는 패키지 정책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를 바꿔야 한다
2기 교육을 통해 지식근로자가 양성되면 현재 독일의 34%나 40%에 있고 일본의 45%대에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두 배로 올릴 수 있다. 전 국민 93%의 생산성을 두 배로 올리는 것보다 정치인이 더 먼저 해야할 일이 있나. 교육3모작과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이 기업가정신과 주인정신을 갖고, 지역사회와 가정에 긍지를 갖게 될 때 비로소 혼이 있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고령화 사회에 가장 정공법적인 해결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국현 : 그렇다. 경쟁력을 75세, 85세까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의료보험 재정을 합리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노인 유병기간이 7~8년인데 선진국은 2년도 안 된다. 국민들이 5년에서 8년을 더 불행하게 보내는 사회와 지식과 사회활동을 통해 85세까지 일할 것을 가지고 있는 사회 중 어디가 더 잘 나가는 사회인가.
프레시안 :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대선 후보로서 인사 말씀을 드린다면.
문국현 : 국민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받들고 싶은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우리에게 아직 희망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위기에 있는 것은 틀림 없지만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기회들을 잘 활용하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야말로 국민이 다시 힘을 합해서 새로운 정부, 경제, 사회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젊은 우리 지도자들,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청년들이 미래와 참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는게 중요하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희망이 있다. 희망 만들기에 <프레시안> 독자들이 많이 참여해 온 국민에게 환한 웃음과 나라에 대한 긍지를 되찾고 미래와 환경을 지켜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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