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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의 '독자노선',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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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국현의 '독자노선', 그 결말은?

"대기업 중심 체제, 바뀌어야 산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범여권 대선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지만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등 기존 정치권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는 '베일'에 쌓인 존재였다.

하지만 오는 19-20일께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후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문 사장은 최근 자신의 대선공약의 큰 방향을 보여주는 책인 <문국현 솔루션 : 창조한국 10가지 미래구상>(서재경 엮음. 환경재단 도요새 펴냄)을 최근 냈고, 지난 6일에는 범여권 후보 중에선 가장 개혁적인 천정배 의원과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열기도 했다.

"과거와 단절이 필요하다"

문 사장은 범여권에 대해 "그분들은 통합을 더 중요시하고 저는 미래창조를 더 중요시한다"면서 범여권의 움직임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모든 정치인들이 '미래'와 '선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대선 출사표'라고 할 수 있는 <문국현 솔루션>에서 문 사장은 △지속적인 혁신 △신뢰사회 만들기 △육체노동 경제에서 지식창조 경제로 △노동 문제의 해법 △중소기업 살리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여성 참여와 일자리 500만 개 창출 △근로시간 단축과 산업재해 줄이기 △농촌의 재창조 △외교안보의 균형 잡기 등 10가지를 주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3월 서재경 자유칼럼 그룹 대표와 문 사장과의 대담을 보완해 다시 펴낸 것이다.

문 사장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가장 큰 문제로 "신뢰사회로 거듭 나고 육체노동이나 개발복지에서 벗어난 지식창조 경제로 가기 위한 과거와의 단절"을 꼽고 있다. "저임금, 투기, 토지개발 등 하드웨어에 기반하고 있는 로우로드(low Road)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비정규직이나 늘리고 제3국 근로자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직장이 단순한 생산기관이 아니라 평생학습과 평생혁신을 실천하는 교육기관으로 재창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대기업으로는 안 된다"
▲ 6일 열린 민생정치모임/미래경제사회포럼 공동 주최 희망의 대화에 문국현 사장(왼쪽)과 천정배 의원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 사장은 또 현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부터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자각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중소기업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 200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인구 13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

그는 "대기업으로는 이제 안 된다"면서 "고용창출이 안 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조도 안 된다. 또 대기업 집단이 경영에 실패하면 세상에 엄청난 폐해를 끼친다. 국민의 혈세로 대기업이 저지른 부실 경영의 뒤처리를 다 해준다. 이런 나쁜 경험들을 이미 여러 번 학습했다"고 대기업 폐해론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또 "범국민적 지원을 받아 성장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그 성과를 종업원, 협력회사, 지역사회, 소액주주, 미래 세대들과 투명하고 적절하게 나누지 못하고 불법적 또는 부당하게 독식하려는 데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과 기업인의 실패가 비롯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로로 인한 손실, 노사분규 손실의 5배 이상"

문 사장은 우리 경제의 핵심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서도 좀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주 56시간 이상, 연간 2800시간 이상 불법적으로 초과 근무하는 근로자가 290만 명이나 된다"면서 "이들이 치르는 과로의 대가는 매우 심각하다. 연간 직장 내 산업재해자가 9만5000명이고 산재 사망자가 2900명이나 된다. 산재에 의한 경제적 손실만도 15조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분규로 인한 연간 작업 손실의 5배가 넘는 막대한 손실이 과로와 생명 경시 문화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사분규에 대해 그는 "노사분규가 많은 회사를 보면 경영자들의 비리와 스캔들이 많다"며 "노사문제는 지도층이 투명할수록 풀기가 쉬워진다"고 사측의 책임문제를 더 강조하기도 했다.

문 사장은 "취업 근로자들의 과로와 산업재해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주 40시간, 연간 2000시간 근무제만 제대로 정착시켜도 총 200만 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생긴다"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특허, 디자인, 엔지니어링, 컨설팅, 교육 등 지식산업을 국산화한다면 장기적으로 200만 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 잠재력을 갖게 될 것이고, 여가문화서비스산업을 선진국형으로 육성한다면 문화 부문에서도 1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해외에서 수입하는 70조 원의 에너지 비용을 매년 30%씩 절약해 그 돈으로 100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농업,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10대 구상에는 농업 문제도 포함된다. 그는 "농촌 문제는 단순히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식량안보 차원도 있고 삶의 터전인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측면도 있다. 농촌을 버려야할 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해법과는 전혀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문 사장은 "대기업 중심의 기업농은 자칫하면 문화적 자산이나 생태적 자산, 의학적 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농업소득보다는 농업외소득이 네 배 내지 다섯 배 나오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촌 체험, 교육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산업이 농촌과 결합하는 형태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문국현이 주목받는 이유

문 사장의 현재 지지도는 1%도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실 정치에 몸담은 적이 없는 그는 '창조한국'이라는 지지조직을 갖고 있으나 정치권에 안착할만한 수준의 기반은 전혀 아니다.

이런 문 사장이 범여권의 대선구도에서 유의미한 변수로 인식되는 것은 그가 표방하고 있는 '가치' 때문이다. 그는 "범여권은 과거를 정리하고 통합하려는 단계에 있다"고 기존 정치권과 차별성을 강조한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진보개혁 진영에 대해 국민들이 냉담한 것에 대해 "결국 누가 일자리를 충분히 늘려 모든 국민들이 살맛나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는 그는 현재 대다수의 유권자들의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는 듯하다.

문 사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와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는 것도 그의 경쟁력 중 하나다. 그는 유한킴벌리의 평직원에서부터 출발해 CEO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와 마찬가지로 성공한 기업인이다. 그러나 그는 재벌 기업 CEO 출신은 아니다. 그래서 기업인 출신으로 '성장론'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이명박 후보와 같지만, 그가 제시한 경제적 해법은 전혀 딴판이다. 그는 제시하고 있는 청사진만 놓고 보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 주장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보다 '경제대통령'으로서 더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내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돋보이는 것은 여기까지다. 그는 CEO출신 답게, 국민이 정치인에게 원하는 '수요'를 파악하는 데는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수요에 대해 어떤 내용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에너지 비용을 절약해 10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이런 수치가 나온 과정은 좀 모호해 보인다. 마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세운 경제 성장률 공약처럼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공약은 이제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막연한 청사진에 불구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그가 "콘텐츠가 있다"는 이유로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현재 한국 정치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정치공학에 몰두하거나 막연한 구호를 외칠 뿐, "국민이 지금 가려워 하는 곳이 어디인지"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이 거의 없다는 것.

이는 뒤집어 말하면, 다른 정치인이 보다 구체적인 민생 문제를 들고 나오는 순간 그의 경쟁력은 기둥부터 허물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그의 청사진이 정치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잡다단한 범여권의 정치지형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줄 현실 정치세력이 없는 문 사장의 '독자노선'은 자칫 '혼자 꾸는 꿈'으로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은 '비전' 못지 않게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신뢰감'을 주는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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