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있었던 한나라당 검증청문회로 당내 공식적인 검증은 끝났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이 청문회를 통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70%를 넘는다. 본인이 신고한 재산만 331억 원에 이르는 이 후보의 재산을 둘러싼 의구심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난 주말 제주도 합동 유세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를 계기로 잠시 경선 일정이 연기된 틈을 타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이 후보는 지난 24일 고향인 포항의 죽도시장을 찾아 서민들을 만났다.
얼마 전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는 틈을 타 박근혜 후보가 고(故)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찾아 '과거사 털고가기'를 시도했던 것처럼 말이다.
홍준표에 이어 이명박도 '서민대통령' 자처
1박2일 일정으로 포항과 경북 지역을 찾은 이 후보가 포항에 도착하자마자 들른 곳은 죽도시장. 시장 상인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 후보는 "어렸을 때 이곳 시장에서 장사할 때 내공을 많이 쌓았다"면서 "시장에서 좌판 장사했던 정신을 잊지 않고 영원한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하며 알고 지낸 이옥순(81) 할머니를 만나 옛 얘기를 나누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고, 상인들에게 선물 받은 '아이스케키'통을 직접 어깨에 둘러메고 시민들과 '아이스케키'를 나눠 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이 역시 얼마 전 박 후보가 장준하 선생의 부인인 김숙희 여사를 만나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던 장면만큼이나 지켜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줄만한 장면이었다.
이날 이 후보는 고향을 찾아 '영원한 서민대통령'을 다짐하고 나섬에 따라 졸지에 한나라당에는 두 명의 서민대통령 후보가 존재하게 됐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 22일 '서민 대통령'론으로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를 압박했었다. 그는 "8월19일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되면 국민 감동이 없고, 서민이 없고, 바람도 없다"며 "나는 서민의 바람으로 선거에서 이길 제3후보"라고 주장했다.
민노당 "국민들이 그렇게 아둔한 줄 아냐"
이 후보의 '서민대통령'론에 대해 원조 서민정당격인 민주노동당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노당 김형탁 대변인은 25일 <프레시안>과 전화통화에서 이 후보의 서민대통령 다짐에 대해 "대기업 사장을 지내고 지금도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 온갖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이 서민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런 식으로 서민대통령을 자처한다면 우리나라에 서민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냐"면서 "이명박 후보는 그런 소리를 하고 돌아다닐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밝히라고 하는 부동산 관련 의혹이나 명백하게 밝히는 게 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감세안 등을 보더라도 이 후보는 정확하게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정책이나 지금까지의 모든 행보가 기득권을 대표하고 있는 사람이 서민대통령을 자처하는 것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그 것을 보지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 않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는 자신의 재산 축적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잠재우기 위해 "나의 성취는 내 것만이 아니다. 이런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하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산의 사회환원 의사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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