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쏟아지는 부동산 의혹에 곤혹스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돌파구로 내놓은 게 '재산 헌납' 약속이다.
이명박 후보는 19일 한나라당 검증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나의 성취는 내 것만이 아니다. 이런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하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산의 사회환원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재산 형성 과정 현 도덕기준에 떳떳하지 못해"
이 후보는 또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제가 가진 재산, 제가 죽을 때 무덤에 가져가겠나. 자식에게 다 물려주겠나. 아니다. 저는 제 재산을 우리 사회를 위해, 진정 유익한 곳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재산 헌납' 약속이 대선 후보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부동산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 후보는 "저간의 사정이 어쨌든 과거 기준으로 볼 때 제가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도덕적 기준이나 국민정서상 떳떳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또 제 친인척들이 재산을 형성하는 데 지금의 국민적 감정에 맞게 행동하지 못한 부분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우리 국민 여러분들의 마음을 제가 깊이 헤아리고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후보가 신고한 재산 총액은 3백31억 원. 강남구 서초동 영포빌딩 1백20억 원, 서초동 땅 90억 원, 강남구 양재동 영일빌딩 68억5000만 원, 강남구 논현동 주택은 40억5000만 원 등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319억 원으로 신고했다. 일각에선 실제 부동산 가격이 이보다 훨씬 높아 이 후보의 재산이 500억 원대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정몽구에 이어 이명박도 '위기탈출용' 사회환원 약속?
이 후보의 전격적인 '재산 헌납' 약속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후보의 재산 헌납 약속은 박근혜 후보 측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지난 2일 이미 예언했던 것. 홍 위원장은 당시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에서 이 전 시장 재산과 관련된 수많은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며 "이럴 경우 청문회에서 (이 전 시장이) 귀가 번쩍 뜨일 얘기를 하게 될 것인데 그것은 바로 전 재산 헌납 선언"이라고 주장했었다. 당시 이 후보 측의 박형준 대변인은 "재산 헌납은 검토조차 해 본 적 없다"고 홍 위원장의 주장을 일축했었다. 불과 10여일 전만해도 극구 부인하던 '재산 헌납 카드'를 이 후보가 직접 꺼내들었다.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 후보인 노회찬 의원은 19일 이 후보의 재산헌납 카드에 대해 "위기탈출용"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부동산투기 의혹, 병역기피 의혹, 위장전입 등 검증으로 인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물타기성 발언"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8000억 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1조 원 사회환원을 연상시키는 재탕도 아닌 삼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가 대선 출마 전에 재산 사회환원 발표를 했다면 진정성을 믿을 수도 있겠지만,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린 후 재산을 사회환원하겠다고 하니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재산 사회환원 발언은 오히려 이 후보가 위법행위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떳떳하게 밝히는 것만이 지지율 1위 후보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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