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가와 조선학교 아이들에게
-김 광 렬
비바람 몰아치는 들길에서
슬펐던 날들을 떠올린다
헐벗었던 날들, 그날은 추웠지만
헐벗었던 날들이 오히려 따뜻하다
추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 지금 추워도 춥지 않다
비바람 몰아치는 들길에서
아팠던 시절이 눈부시다
캄캄했던 날들, 그날은 두려웠지만
캄캄했던 날들이 지금은 아름답다
그 날들이 있었기에
나 여기 등불 켜 살아간다
비바람 멈춘 들판에서
지난날 상처는 아름답다
상처 입은 날들, 그날은 아득했지만
상처 빛나는 오늘이 삶의 기쁨이다
그 날들이 있었기에
나 오늘 별들 새며 들판에 선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에다가와 조선학교 아이들아
김광렬 시인은 1954년 제주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 복간호에 '별'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가을의 시>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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