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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 부끄러움이 되는 날

[에다가와 조선학교 '희망의 詩' 릴레이⑤]

부끄러움이 부끄러움이 되는 날

-전무용

억압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억압의 잘못을 깨닫고
억압을 거둔 역사는 없었습니다.
억압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억압을 넘어설 때만
이 땅에서 억압이 사라집니다.

억압을 견디는 일은 아프고 힘들고 괴롭지만
맨몸으로 억압을 견디는 사람들은
괴로움을 감당하며 스스로 빛납니다.
억압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자랑스럽게 힘을 휘두르는 일이
부끄러운 일인 것을 아직 잘 모릅니다.

아직은 힘 있는 사람들이 세상 앞에 있습니다.
아직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세상 앞에 있습니다.
아직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세상 앞에 있습니다.
그들을 탓하지 맙시다.
그들을 나무라지 맙시다.
그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자리에 선 것입니다.

실망하지도 맙시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그들도 자기들의 부끄러움을 알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그 자리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어 할 것입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억압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과 괴로움이
억압하는 사람들의 부끄러움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 아픔이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맑은 샘이 될 것입니다.
그 슬픔이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시원한 바람이 될 것입니다.
그 괴로움이 세상의 평화를 이끄는 새로운 기운이 될 것입니다.
전무용 시인은
1956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한남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고, 1983년 <삶의 문학>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희망과 다른 하루>가 있으며, 시 전문 계간지 <시와 문화>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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