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는 이미 죽었다."
"나라의 주인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하는 한, 제헌절 기념식은 기만이다.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을 당장 철회하라."
17일 제헌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다.
전국 90여 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반대하는 인권·사회단체' 활동가 12명은 이날 국회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강요하는 국기법 시행령을 반대하는 기습 퍼포먼스를 벌였다.
기념식이 시작된 시각인 오전 10시. 활동가 15명은 대형 태극기를 본청 앞 마당에 깔고 그 위에 누웠다. 경찰은 순식간에 에워싼 뒤 30여 분만에 이들을 연행해 갔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 청소년 기자까지 다른 성인 활동가들과 함께 연행해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재 이들은 서울 구로경찰서 및 방배경찰서에 나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난 6일 행정자치부는 국기에 대한 맹세문 수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맹세문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꾼다는 취지 아래 발표된 수정문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이다.
행자부는 수정된 맹세문을 오는 27일 공포 및 시행할 예정이다. 같은 날부터 시행되는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4조 1항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 중 애국가를 주악하지 않는 경우에는 맹세문을 낭송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국민적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기 경례와 맹세를 강제하는 것은 주권자로서의 시민이 지적, 영적으로 다양할 수 있는 자유, 심지어 '국가의 잘못에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면서도 오히려 주권자에게 텅 빈 충성 맹세를 강요하는 일은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인권 침해가 아닌 이유를 증명하지도 못한 채 형식적인 여론조사 결과만을 내세워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하려는 자세는 인권과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와 행정자치부는 국기에 대한 맹세 법제화 시도를 중단하고, 시민들과 관련 학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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