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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시정제도 안내서'로 비정규법 갈등 오히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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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시정제도 안내서'로 비정규법 갈등 오히려 증폭

노동계 "정말 차별 시정하겠다는 거냐"…재계도 불만

오는 7월 시행되는 비정규직법 및 그 시행령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가 비정규직 차별시정의 기준으로 마련한 '차별시정제도 안내서'가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정리됐다며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종적으로 마련된 안내서가 기존의 안내서(안)에서 제시됐던 다양한 의견 가운데 상대적으로 차별시정의 폭을 좁게 규정하고 사용사업주(원청)의 책임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11월 통과된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의해 도입되는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별을 금지하는 제도다.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차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느 범위까지인지 등 각종 사안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제도 시행을 한 달 앞두고 노동부가 4일 "제도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안내서'를 발간해 기준 정립에 나섰지만 노동계는 "정말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있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
  
  각 쟁점마다 차별 시정의 범위 및 대상 좁게 해석
  
  노동부는 이 안내서에서 '차별'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을 △임금, 근로시간, 휴일, 재해보상 등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조건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등에 의한 근로조건이라고 규정했다.
  
  차별시정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자로 노동부는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해당 사업장에 동일하거나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대상 정규직이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 차별시정 신청은 차별을 받은 당사자만 가능하도록 했고, 차별 처우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노조가 차별시정을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의 노동부 안내서가 민감한 각종 쟁점 사안과 관련해 경영계의 입장에 치우친 것이라는 점. 당초 알려졌던 '안내서(안)'에는 노동부가 직접 지정한 5가지 쟁점에 대한 다양한 안이 제시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안내서가 발간된 뒤 대표적으로 비판 받는 대목은 파견근로자의 차별시정과 관련해 사용사업주(원청)를 임금차별 시정 주체에서 제외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파견법에서는 차별시정 주체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둘 다를 명시하고 있다. 최종 확정되기 전의 노동부 안내서(안)에서도 여러 의견들 가운데 둘 다를 시정 주체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론됐었다.
  
  또 임금 차별 등 지속되는 차별과 관련해서도 신청기간을 '최초 차별 행위로부터 3개월'로 한정했다. 기존의 안에는 지속적인 차별과 관련해서 3개월 이전의 행위까지도 대상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국노총 "전면 수정" 요구…민주노총 "폐기 투쟁 벌일 것"
  
  이 제도는 만들어질 때부터 노사 모두 각각 다른 이유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차별의 구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차별'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있는데다 차별 비교 대상 정규직이 반드시 필요한 점 때문에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경영계는 이 제도 시행과 함께 각종 차별시정 신청의 확대로 인해 기업 부담이 막대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따라서 노사 모두의 관심은 이를 판정하는 차별시정위원회로 쏠릴 수밖에 없었고, 경험이 쌓여 판단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였다. 노동부는 예상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안내서를 발간하기로 했던 것.
  
  하지만 노동부가 안내서를 내자 노동계는 "차별시정제도 안내서는 노사정위원회의 비정규직후속대책위원회에서 논의되거나 합의된 내용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위원장 이용득)은 3일 노동부의 안내서 내용이 알려지자 성명을 통해 몇 가지 지점에서 반드시 내용이 수정·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시근로자 산정기준에 파견근로자를 포함시킬 것 △차별의 범위와 관련해 근기법 상 근로조건뿐 아니라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및 관행에 의한 근로조건 등을 모두 포함할 것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의 주체로 사용사업주를 포함시킬 것 △계속되는 차별처우에 대해 3개월 이전의 차별행위로 시정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것 등이 그것이다.
  
  한국노총은 또 "노동위원회의 차별판단에 있어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도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안내서 작성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제외하고 논의를 함으로써 의견수렴 절차에 심각한 편파성을 드러낸 만큼 안내서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또 "안내서의 내용을 보면 이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며 "비정규법 시행령과 안내서 폐기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상당 기간 논란이 예상된다.
  
  경영계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이수영)는 성명을 통해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목 하에 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우리 고용시장 자체를 왜곡시키고 일자리 감소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정부가 마련한 '차별판단기준'은 산업현실과 임금구조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의한 사례 축적을 통한 자연스럽고 단계적인 해결만이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갈등과 혼란을 예방하는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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