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수사와 관련해 한화 측 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29일 밝혀졌다. '청탁' 여부를 떠나, 이 청장은 그동안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화 측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이 청장의 지휘책임 논란에 이어 도덕성 논란이 더해질 전망이다.
한화 측 전화에 이택순 청장 "넌 끼지 마라"
이 청장과 고등학교 동창으로 친분이 있는 한화증권 유모 고문은 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달 29일 이 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장 문제가 복잡한데 어때"라며 수사 상황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 고문은 그 이전에도 이 청장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 청장이 미국 출장 중이어서 통화를 하지 못했고, 29일 통화가 성사되자 당시 개인적인 문제로 이 청장과 통화를 하다가 이와 같이 물어본 것.
김 회장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 이 청장은 "넌 끼지 마라. 네 일도 아닌데 문제가 어려워진다"며 면박을 준 뒤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만 두고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 청장과 유 고문 두 당사자 모두 접촉 사실을 부인해 왔기 때문에 도덕성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지난 4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해 보고하는 자리에서 한화 측 관계자와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접촉 사실을 부인했었고, 유 고문도 경찰 감사관실의 조사에서 "접촉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고문은 "청탁 목적으로 전화를 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접촉 사실을 부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경찰 수사에도 착수
한편 검찰은 경찰의 '늑장수사·외압' 의혹에 관한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수사는 우선 한화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늑장수사의 배경에는 외압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형사8부는 김승연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결과를 송치 받아 수사를 하고 있는 부서이며, 경찰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위해 특수부 등에서 검사를 지원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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