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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간부 등, '경찰청장 사퇴'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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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간부 등, '경찰청장 사퇴' 요구

"검찰 수사 의뢰 막았어야" … 게시판 글 즉시 삭제돼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야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대한 감찰 결과가 발표된 뒤, 경찰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다.

황운하 총경, 경찰청장 사퇴 주장…홈페이지 관리자가 즉시 삭제

27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황운하 총경은 전날 이런 제목의 글을 사이버경찰청 '경찰관전용방' 게시판에 여러 차례 올렸다.

이 글에서 황 총경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조직의 총수는 모든 걸 떠안고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조직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이 자진 사퇴하고 서울청 수사부장과 남대문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이 직위해제됐지만, 이택순 경찰청장 등 최고위층은 책임을 지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황 총경의 글 외에도 이 청장의 사임을 주장하는 글은 여럿 올라왔다. 그러나 홈페이지 운영자가 이런 내용의 글을 모두 삭제해서 반발이 일고 있다. 하지만 게시물 삭제로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경찰관은 "일부 고위간부가 보신(保身)을 위해 경찰조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경찰청장이 이미 경찰관들의 신망을 잃어 조직 장악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경찰 스스로 '경찰 수사는 믿을 수 없다'고 인정한 셈"…경찰 수사권 독립 포기하나

그리고 경찰이 스스로 내부 감찰을 마무리짓지 못 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경찰청이 청와대의 뜻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경찰 스스로 '경찰 수사는 믿을 수 없다'고 인정한 꼴"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런 주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 온 경찰대 출신 간부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시내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대 출신 과장급 간부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사이버경찰청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도 수사기관인데 잘못된 것이 있으면 먼저 스스로 밝히고 못 한 부분을 검찰에 넘겨야 했는데 (경찰청의 검찰 수사 의뢰 결정은)수사권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며 "특히 (경찰 수사권 독립을 연구해 온)수사구조개혁단 출신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한 황 총경 역시 자신의 글에서 "비통함을 넘어 경악하고 분노하게 하는 것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는 경찰 자체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데 청장은 최선을 다해 청와대를 설득해서 검찰 수사의뢰는 막아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뇌부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를 포기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경찰대 1기 출신인 황 총경은 평소 앞장서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인물로 경찰 내부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왔다.

"사표로 의혹 가라앉힐 수는 없다"

한편 경찰 외부에서도 이 청장 등 경찰청 지휘부에 대한 책임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점, 자진사임한 홍 청장에 대한 징계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서울청 수사부장 등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점 등에서 감찰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25일 낸 논평에서 "일부 인사의 사표로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과 한화의 로비 의혹이 가라앉힐 수는 없다. 의혹에 대한 공정한 자체 감찰이 이뤄져야 하며 철저한 조사를 위해 검찰이 나서서 국민들 앞에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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