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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무엇이 두려워 농민들을 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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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무엇이 두려워 농민들을 피하나"

[현장]광주전남 농민들 5.18 기념식장 밖에서 기습시위

"대통령이 때만 되면 자주 하는 말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거나 자기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나와서 같이 얘기해보자'는 것 아닙니까. 만나서 얘기 좀 하자는데 왜 못하겠다는 겁니까?"

5.18 광주민중항쟁 27주년을 맞는 18일 오전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는 농민 300여 명이 모여 대통령과의 공개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 한바탕 승강이가 벌어졌다. 구 묘역에서 신 묘역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 위에서였다.

신 묘역 안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각 정파의 대선 경선후보들,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정부의 공식 기념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들 농민들이 구 묘역 참배를 마치고 신 묘역으로 뛰어내려가기 시작한 시각은 오전 10시 30분 경. 노무현 대통령이 막 기념사를 시작한 직후였다.
▲ "노대통령, 만나서 얘기 좀 하자는 데 왜 못하겠다는 겁니까?"ⓒ프레시안

"과연 농업이 시장경제에 맡길 사안인가요?"

이들은 이미 지난 3일 청와대에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당시 이들은 "과연 농업이 시장경제에 맡길 사안인지 공개적으로 얘기해보자"며 면담을 요구했었다. "과연 5.18 정신과 한미 FTA가 공생할 수 있는지도 토론해보자"고 덧붙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이들은 이날 "노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며 기념식장으로 들어가고자 했다.
▲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며 광주 5.18 국립묘지를 찾은 농민들. 하지만 어느새 대통령은 자리를 떴고 국회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들도 버스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이를 허탈히 바라보는 농민의 모습. ⓒ프레시안

불과 100m를 뛰었을까. 이들은 길 전체를 막고 있는 전경들에 가로 막혔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은 무엇이 두려워 우리를 피하냐"며 30여 분간 시위를 벌였다.

오전 11시 경, 마지못해 밀리는 듯 경찰이 길을 터줬지만 이미 대통령은 20분 전에 연설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난 뒤였다. 결국 노 대통령과 농민들의 만남은 불발로 끝난 것. 이들은 신묘역 입구에서 30여 분간 시위를 벌인 뒤 자진 해산했다.

"5월 광주의 '참 민주주의'는 아픈 사람 만져주는 것"

이날 망월동을 찾은 강진군 농민회의 강모 씨는 "한미 FTA가 아니어도 이미 농촌은 망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만나면 도대체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 개별 농민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가르쳐 달라고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주농민회 회원인 김성근 씨도 "5월 광주가 가르쳐준 참 민주주의는 진짜 아픈 사람들을 만져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죽겠다'는 농민들의 면담조차 거부하는 것은 강남 사람들이나 권력층만 데리고 가겠다는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이들은 각 정당의 대선주자들에게도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광주전남 농민회는 "심지어 한나라당의 경우 면담요청서가 담긴 봉투가 '수신거부'라는 도장이 찍혀 되돌아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노동자 거리로 내모는 것이 5.18 정신입니까?"

▲ 박광태 광주시장의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7보 1배 행진을 벌이는 광주시 청소용역 노동자들. 18일은 이들의 행진 5일째 되는 마지막 날이었다. ⓒ프레시안

이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정치인들 및 기념식 참석자들이 부산히 묘역을 빠져나오던 시간, 조용히 망월동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주시청 청소용역 노동자들이었다.

5.18 국립묘지는 지난 13일부터 5일째 광주 전역을 돌며 7보 1배 행진을 벌이던 이들의 마지막 방문지였다. 중년의 아줌마들인 이들 20여 명이 아스팔트 위에 손을 대고 무릎을 꿇으며 지난 5일을 보낸 것은, 24명의 청소 용역 노동자들이 광주시청의 청소 용역업체 변경으로 해고됐기 때문이다.

광주시청에서 짧게는 3년 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로 일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해고 이유가 "노조를 만들고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한미FTA 반대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박광태 광주시장에게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시청 안에서 윗 옷을 모두 벗은 채 시위를 벌이다 끌려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그로부터 하루 전 울산에서 알몸시위를 했던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함께 열악한 간접고용 노동자의 사례로 최근 주목 받아 왔다.울산과학대의 경우 지난 15일 노사와 원청인 울산과학대까지 3자가 교섭을 통해 원직복직 합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들은 "울산과학대의 사례를 보더라도 광주시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며 "광주시청이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5.18 정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비정규직을 거리로 내몰아서야 되겠느냐"며 "박광태 시장이 5월 정신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고용승계를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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