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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한 '反FTA 시민' 위독…편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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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한 '反FTA 시민' 위독…편지 공개

[한미FTA 뜯어보기 386]참여연대 "성실한 시민을 분신으로 몬 건 노대통령의 독단"

1일 한미 자유무역헙정(FTA) 협상이 진행 중인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입구에서 분신한 허모(56) 씨의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이날 오후 6시 허 씨가 이송된 한강 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진에 따르면 허 씨의 상태가 매우 위독해 바로 직전에 중환자실로 이송된 상태"라고 전했다.

두 통의 편지…"기자회견 때 읽어달라" 부탁

또 이 자리에는 허 씨가 분신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민주노총 동료후배인 이모 씨가 참석해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이모 씨는 오후 12시 50분경과 1시 12분경 각각 허 씨가 전화해 자신의 집으로 급히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통화를 통해 허 씨의 심적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판단한 이 씨는 2시 50분경 허 씨의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이 씨는 다시 통화를 했고 허 씨는 집 열쇠가 있는 곳을 가르쳐주며 "옷장 서랍 속에 편지가 있으니 (이날 저녁 진행될) 촛불문화제에서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편지를 발견한 이 씨는 이를 가지고 민주노총 사무실로 향했고, 민주노총 사무처에서는 허 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핸드폰 추적을 경찰에게 요청했다. 당시 시각은 3시 50분경.

그러나 허 씨는 오후 3시 55분 범국본의 기자회견 중 마지막 순서인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던 도중 기자회견 장소와 다소 떨어진 장소에서 분신했다.

"분신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와 미국에 있다"

범국본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분신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노무현 정부와 무지막한 개방을 강요한 미국에 있다"며 "그의 쾌유를 빌며 한미 FTA 중단을 위해 범국본은 끝장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중연대 오종렬 대표 및 한상렬 대표 등 범국본 공동대표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병원 응급실에서 자리를 지키다가 이날 7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릴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러 자리를 떴다.
허 씨는 이날 두 통의 편지(유서)를 남겼다. 그 중 한통은 한미 FTA에 관한 내용이며, 나머지 한통은 운수노조와 비정규직 문제 및 자신이 사망하게 될 경우 그 이후 조치에 대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범국본은 "허 동지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한미 FTA에 관한 편지 내용을 공개한다"며 "그러나 두번째 편지는 돌아가신 이후에 관한 것이고, 아직 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허 씨의 편지 전문.

망국적 한미 FTA 폐지하라.
굴욕 졸속 반민주적 협상을 중지하라.
나는 이 나라의 민중을 구한다는 생각이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비열한 반통일적인 단체는 각성하고 우월주의적 생각을 버려라.
졸속 밀실적인 협상내용을 명백히 공개 홍보하기 전에 체결하지 마라.

우리나라 법에 그런 내용이 없다는 것은 곧 술책이다.
의정부 여중생을 우롱하듯 감투 쓰고 죽이고 두번 죽이지 마라. 여중생의 한을 풀자.
토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평택기지 이전, 한미 FTA 토론한 적 없다.

숭고한 민중을 우롱하지 마라.
실제로 4대 선결조건, 투자자 정부 제소건, 비위반 제소 건 합의해주고 의제에도 없는 쌀을 연막전술 펴서 쇠고기 수입하지 마라. 언론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하지 마라.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은 싫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
저 멀리 가서도 묵묵히 꾸준히 민주노총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민주택시 조합원(현 운수노조 택시본부 조합원) 2007. 4. 1
허00 드림

▲ 허 씨가 남긴 두 통의 편지를 공개하고 있는 민주노총 관계자들 ⓒ프레시안


"성실한 시민인 그를 분신으로 몬 것은 정부의 독단"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허 씨는 50대 중반의 택시운전기사로서 16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민주택시노련(현 운수노조 택시본부)의 조합원이자 참여연대 회원 가입 9년째를 맞는 성실회원 중의 한 분"이라며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서 참여연대의 주요 행사에도 적극 참여해왔고, 작은 월급의 일부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기부해왔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는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3월 29일 스스로 제작한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하기도 했다"며 "범국본의 방침도 아닌 1인 시위를 스스로 시작한 이유에 대해 '오늘 아침 한미FTA 협상 체결이 임박했다는 방송을 보고는 마음이 급하고, 착잡해 잠이 오질 않았다. 방송을 보고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급하게 피켓을 만들어 나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성실한 직장인이자 시민으로서 사회정의를 위해 조용히 실천해오던 허 회원의 분신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 충격적이면서도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그를 분신으로 몰고간 것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독단적인 한미FTA 추진"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허 씨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노 대통령에게 졸속협상의 월권적 밀실거래를 위임한 적이 없다"며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그리고 사회양극화를 극단적으로 심화시킬 한미FTA를 향한 맹목적 질주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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