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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일상이 어우러진 '행복시장'으로 오세요"

<박원순의 희망탐사·3>공공미술로 부활한 마산 부림시장

갤러리로 탈바꿈한 마산 부림시장

인터넷 쇼핑몰 구축, 현대화 재건축, 상품권 발행, 배달서비스 도입, 경영컨설팅, 마케팅 투어 등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온갖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전국의 재래시장 상인들은 연합조직을 구성해 생존권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정부, 지자체, 중소기업청이나 상공회의소 등의 기관들이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재래시장의 부활은 아직 요원하다.

이런 전국의 수백 재래시장과 같이 경남 마산의 부림시장도 침체의 늪에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왔지만 최근 화려한 날개짓으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세우고 있다. 부림시장 바꾸기는 '마산 행복시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단체인 '프로젝트 쏠' 5명과 경남대 미술교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거리예술제팀 '스트리트 파인 아트' 등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 마산 부림시장을 행복한 시장으로 바꾸고 있는 이들. 앞에서부터 성춘석, 박현호, 유창환, 천성진, 정호 씨 등.
ⓒ희망제작소

새 바람이 불고 있는 부림시장의 작은 식당에서 소수의 힘으로 시장을 탈바꿈시킨 '프로젝트 쏠'의 유칭환 대표와 천성진 작가, 강민제 작가를 만났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은 식당 곳곳에서 보이는 그림들이 더욱 맛과 멋을 더한다. 아직 이른 매화가 연둣빛 바탕에 붉은 향을 더하는 이 작은 식당도 프로젝트 쏠의 솜씨다.

부림시장을 예술공간으로 탄생시킨 유창환 프로젝트 쏠 책임자가 기억하는 부림시장은 "두덕두덕 얹어주는 횟집이 즐비했고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갤러리 6개가 버젓이 지역의 미술공간을 일구고 있던 곳"이었다.

그런 부림시장은 바다 매립이 진행되면서 바닷가와 멀어지자 횟집이 먼저 쇠퇴했고, 이어 다른 상권의 등장으로 연쇄적으로 시장 전체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유창환 대표는 가장 번화했던 곳, 지역의 미술이 싹을 틔웠던 이곳에서 지역의 실험적 미술과 재래시장의 부활이라는 두 가지 꿈을 이루고 싶었다. 유 대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우리들이지만 이 행복시장 프로젝트에서는 기금에 연연하지 않았고 현대미술의 작품성보다는 재래시장 상인과 일반인들 그리고 작가의 미술에 의한 소통을 이루기 위해 재래시장 현장에서 함께 생각하고 서로 협력해 실생활 속 미술의 다양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 행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산 부림시장'에 행복한 봄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희망제작소

각박한 마음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절반의 성공

프로젝트 쏠이 무슨 거창한 성공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이루고 싶은 꿈은 통계수치 속에 가려진 성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열악한 지역의 실정, 멀어 보이는 희망 속에서 시도 자체가 하나의 목표였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아직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시장은 하나만으로 이뤄지지 않잖아요. 주차공간에서부터 볼거리, 먹을거리, 서비스,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니까. 우리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니까 볼거리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작은 볼거리 하나로 재래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작지만 원대한 그 꿈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 35명이 각자 7만 원씩 부담한 예산으로 시작됐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억대의 돈들이 재래시장에 들어가는 것 같지만 실제로 재래시장은 아직도 목마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과정에서 희망을 만들던 그들은 또 다른 희망을 보았다.

"예산이 없어서 자발적으로 돈을 모았으니 작업하는 한 달 동안 밥 먹을 돈이 모자랄 정도였어요. 그런데 시장에서 부대끼며 하루하루 지내면서 시장사람들이 나서서 밥을 사주는 거예요. 작은 일이지만 큰 놀라움이었어요. 서로 화합하고 웃고 같이 만들어나가면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프로젝트 쏠의 천성진 작가의 말이다.

한 달간 소수가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시작한 '마산 행복시장 프로젝트', 일의 성과는 그들의 생각보다 놀라웠다. 부림시장에 그려진 그림들이 음악공연, 퍼포먼스 공연으로 이어졌으며 수많은 카메라 셔터와 인터뷰를 불러왔다.

그렇다고 해서 부림시장에 참여한 거리의 예술가들과 프로젝트 쏠 작가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졌거나 갑자기 부림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배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사람들 과 프로젝트 쏠 작가들은 할 수 있다는 희망, 우리도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조금씩 가슴 속에 채울 수 있었다. 시장의 변화는 이용자가 아닌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상인들에게서 일어났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 힘든 상인들이 우리의 모습을 좋게 봤을 리 만무하잖아요. 해봐야 소용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요. 그만큼 그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 그들이 먼저 나서서 청소를 해주고 간식과 식사를 서로 돌아가며 제공해주는 모습, 이것만으로 하나의 성공이지요."

각박한 땅에 꽃 하나 피웠다면 그게 숲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성공이고,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일임은 틀림없다.

부림시장을 통해 본 '지역에서 미술을 한다는 것'

관심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던 부림시장에 방송국 카메라를 불러오고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그 이름이 타 지역에도 알려지게끔 한 공공미술단체인 프로젝트 쏠도 부림시장의 프로젝트를 통해 주머니가 아닌 마음이 풍성해졌다. 지역에서 미술을 하면서 가끔은 맛보는 한여름 소나기 같은 마음 시원한 그리고 짜릿한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 멋진 갤러리와 다름없이 변한 부림시장 한켠에 상인들의 마음을 담은 바람개비가 날고 있다. ⓒ희망제작소

먹고 살기 힘든 지역에서 예술은 배부른 소리가 되기 십상이고 그런 환경 속에서 미술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프로젝트 쏠은 어려운 여건과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작업을 공공미술작업과 함께 펼쳐오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새로운 미술을 지향했지만 실험적 미술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지역에서는 그것들이 실험미술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지역이 낙후되어 있었죠. 한때는 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여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니까. 하지만 너무 안타까워서 지역을 떠날 수가 없더라고요. 지역에 남아있는 젊은 작가들과 계속 작업을 하고 싶었고 여기까지 왔네요."

그들이 배불러서 붓을 잡았던 것은 아니다. 쏠의 대표 유창환 작가는 어려운 집안경제를 뒤로 한 채 "굶어죽는 직업"을 선택했다. 그냥 그림이 좋았다. 강민제 작가는 "생활은 항상 굶으며 살아 왔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아요. 노숙자처럼 학교 현관에서 잠잔 날도 많아요"라고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정호 작가는 굶기 위해 잡은 붓도 아니었다고 말한다.

"굶어 죽을 각오는 안 했어요. 먹고 살 생각을 해야지요. 굶고도 할 수 있다는 것과 굶어죽을 각오와는 다른 것 같아요. 그림 그려서 먹고 살 생각을 해야 하고 그게 '쏠'에 들어온 이유이기도 하죠. 젊은 작가들을 포용하면서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제도나 기회가 없거든요. 먹고 살 생각을 하며 미술을 해야, 살아가는 미술이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부림시장이 다시 부활하길 바라며 참여한 것 처럼요."

그림을 통해 그들의 생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창환 대표는 가족의 배려와 희생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고 천시진 작가는 미술과는 별도의 생업을 해결할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이건 다른 지역 예술가들 모두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는 유일하게 독일 카셀의 도쿠멘타에 초청을 받았던 유 대표나 천 작가, 정 작가 등이 어려움을 각오하고 지역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그냥 그림이 좋고, 지역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희망해서다. 부림시장이 그들의 그림 하나로 새 바람이 불었듯 지역미술계도 새롭게 달라지길 희망한다면 너무 먼 나라 얘기가 될까.

숫자로 보는 세상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우리, 부림시장의 이용객이 몇 명이 늘어나고 지역미술계의 규모가 어떻게 커지고 그러한 것들을 성공으로 이름 짓는 데는 너그럽다. 그러나 부림시장 상인들의 작은 변화, 그들의 가슴 속에 핀 꽃 한 송이, 지역에서 공공미술을 하는 작가들의 마음속에서 더 환하게 피어오른 열정에는 너무 각박한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부림시장의 몸부림에 환호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여기 매화꽃이 반기는 부림시장의 작은 식당에도.
면담일시 - 2006년 10월 14일 오전 11시
면담장소 - 마산시 부림시장 지하 식당

1% 미술법(미술장식품제도)을 바꾸자
-공공미술재단을 만들어 전체 환경에 맞는 공공미술을 만들자


미술장식품제도라는 것이 있다. 대형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비의 1%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 예산규모로 한해에 1000억, 경남지역에서만 50억 된다. 그것도 일부 예술가가 독점한다.

그나마도 브로커들이 생겨난다. 브로커들이 일을 따와 작가에게 맡기고 브로커들이 중간 이익을 챙긴다. 큰 일을 작가들이 하더라도 실제 이익을 그만큼 못 가지는 것이다.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도 일을 하는 사람은 교수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손을 대려고 빼빠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줄을 서는 것이다.

이런 돈 가운데 일부를 공공미술로 전환할 수 있다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 돈이 모여 진정성있게 사용되면 너무 좋을 것이다. 미술 하는 사람들은 욕심이 없다. 다만 최소한의 생계도 안 되니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리 없다. 몇사람의 의식 있는 사람들이 그나마 남아서 한다. 지역에서라도 제도적으로 바꾸어볼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데도 미협 등 관련 이해단체들의 찬반논란으로 아직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공미술재단을 만들어 개별 건축주들이 부담하는 그 돈을 이 재단에 넣어 한 건물의 부속품으로 만들지 않고 그 건축물과 주변 환경에 맞는 조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창동 전 장관 때 공공미술에 관한 위원회를 만들어 개선안을 만들었던 것 중의 하나이다. 미술품은행제도처럼 좀 더 다양하게 모집해서 한다면 큰 개선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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