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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참사' 49재 집회…"투쟁은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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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참사' 49재 집회…"투쟁은 지금부터"

"외국인보호소 참사…네덜란드는 '여수'와 달랐다"

2005년 10월 27일 네덜란드 쉬폴(Schiphol) 공항 내에 있던 외국인 보호소에서는 11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하는 화재 참사가 발생했다.

이 네덜란드 외국인 보호소 참사는 사건 발생 3년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었다는 점에서 지난 2월 발생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와 꼭 닮아 있었지만, 사태를 해결하는 정부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지난 1일 서울역 앞 광장에서는 2월 11일 발생한 '여수 참사' 희생자들의 49재를 맞아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네덜란드 시민단체 '암스테르담·암스테르담공항 내 추방자 보호소 감시단'의 잔 폴 스미트(Jan Paul Smit) 사무국장이 나와 이 같은 '네덜란드 외국인 보호소 참사' 사례를 소개했다.

'구조적 안전 부족' 결론 낸 네덜란드 참사
▲ '암스테르담·암스테르담 공항 내 추방자 보호소 감시단'의 잔 폴 스미트 사무국장 ⓒ프레시안

쉬폴 공항 사건 발생 약 열흘 뒤인 2005년 11월 8일 네덜란드 정부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정부 독립기구인 네덜란드 안전국(Dutch Safety Board, DSB)에 의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발표했다. 이어 다음해인 2006년 9월 조사 보고서가 발표됐다.

지난 2005년 발족된 이 기구는 정치적 독립성이 약한 정부기관(경찰, 국방부)이 수행하지 못하는 각종 안전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규명에 주력해오고 있다. 조사 결과가 법적 구속력은 갖진 않지만 전문적이고 다각적인 조사로 인한 신임도가 높다.

DSB는 보고서에서 "책임있는 정부 당국이 좀 더 신중한 소방 안전 조치를 취했다면 희생자가 줄었거나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방 안전의식의 결여로 인해 발생한 화재 참사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인 안전 부족 현상"이라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법무부 장관과 주택부 장관은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여수 참사' 이후 경찰 수사로 직접적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황상 증거 등을 들어 보호소 수감자의 '방화'로 사건을 마무리한 우리 정부와는 다른 결론이다.

공대위 등 시민단체들은 경찰 수사 결과와 관련해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민간단체가 함께 하는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서로의 경험과 전략을 나눠야 한다"

스미트 국장은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이 사건으로 앞으로 몇년 간 고통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의 경험과 전략을 나눠야 한다"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네덜란드에서도 이미 사건이 발생하기 3년 전 유사한 화재사건이 있었다"며 "그러나 특히 2005년 사건이 터진 이후 많은 단체와 언론에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이 같은 관심이 정부에 압박을 가해 독립적인 기구에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인 책임을 진 몇몇 장관이 사임했지만 네덜란드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노동자, 시민, 언론, 국제사회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0일 한국에 도착해 여수 현장을 방문했던 스미트 국장은 오는 5일까지 체류하며 국가인권위원회 및 법무부와의 면담,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본 여수 참사의 올바른 해결방법' 워크숍, 기자간담회 등을 가질 예정이다.
이주노동자 정책에 둘러싸고 빚고 있는 갈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과 인권단체, 그리고 노동자 조합 등은 여수참사에 깊은 관심을 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제 사면위원회(엠네스티) 사무총장이 노무현 대통령 앞으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낸 것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잘 보여준다.

이날 집회에서는 미국, 일본, 홍콩,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보내온 국제연대 메시지가 낭독됐다. 다음은 그 중 일부.

▲ 49재 집회에 펼쳐진 현수막에 추모의 글을 적고 있는 이주노동자 ⓒ프레시안

전 세계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심각한 착취를 받으며 일을 해야 하고,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이 없습니다. 정부들이 자본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지만 노동 이동의 자유는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중적인 조건은 국제적인 이주노동자 문제의 핵심입니다. 우리 모두 국제적인 이주노동자 투쟁에 참여해야 합니다. 국적에 상관없이 노동자의 단결은 투쟁의 본질입니다. 이주노동자의 평등한 권리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겠습니다.

<
IUF(국제 식량, 농산물, 호텔, 식당, 요식, 담배 노동자 연대 연맹) 지역국장 마와핀>

이웃나라 한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일본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옹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에게도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특히 한국은 OECD 가맹국이며 또한 현재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노동자들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이며 우리는 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합니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주 노동자를 범죄자로서 단속하는 태도를 고치고, 노동자들을 인간으로 대우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일본 오사카노동자변호단 대표간사 기타모토 슈지>


"우리는 한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집회를 하는 것"
▲ ⓒ프레시안

이날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국내 미얀마 이주노동자 공동체 '버마행동'의 소모뚜 씨는 "나는 한국이 민주화의 나라라고 믿지 않는다"며 "한국은 '여러분'의 안전은 보장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동물처럼 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꼭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소모뚜 씨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집회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날 결의문에서 "이 사건은 정부의 반인권적인 이주노동자 정책과 제도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물로서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희생자와 부상자 및 그 가족 앞에 엎드려 사죄함과 동시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한 희생자의 방화로 인한 사고인 양 이번 참사의 진상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거센 항의에 부딪히자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자진 출국을 유도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가 일말의 진정성이 있다면 사건 수사결과를 즉각 철회하고 민간과 함께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치료를 요구하며 억울하게 청주 보호소에 구금돼 있는 7명의 생존자들을 즉시 보호해제 할 것을 요구했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선별적이고 무책임한 방식이 아닌, 조건없는 전면 합법화 실시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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