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 방송위원장이 '한미 FTA 관련 내부 문건'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구실로 최민희 부위원장을 비롯해 사무처 관계자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해 언론단체, 방송위원회 노동조합 등은 22일 비난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방송위 노조와 언론단체들은 조 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계속할 경우 조 위원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도 밝혔다.
"나라를 팔고 있다고 말한 이가 잘못인가, 파는 이가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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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본은 이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개방 저지 의지가 없는 조창현 방송위원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의 김종규 수석 부위원장은 "얼마전 방송위원장은 언론노조와 면담에서 '방송위원장이 방송 개방에 반대한다는 공식 선언을 할 수 없냐'는 질문에 '지금 로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렇게 말하고서 부위원장과 사무처를 조사하라고 지시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양기환 사무처장은 "웬디 커틀러 미국측 협상 대표가 할 만한 발언을 방송위원장이 하고 있다"며 "마지막 남은 안방 주권마저 넘겨줄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연대 양문석 사무처장은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잘못인가, 나라를 팔아먹는 사람이 잘못인가"라고 물은 뒤 "한국의 언론과 방송이 지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소속 독립기구로서의 역할을 짊어져야 할 방송위의 위원장이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범국본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방송과 무관한 부처들이 오직 한미 FTA의 체결을 목적으로 방송 정책 최고기관의 수장과 방송위원들에게 압박을 주었다면 방송위원장이 앞장서서 그 압력을 막아내기 위해 거세게 항의하고 싸워야 한다"며 "도리어 내부 유출자를 밝히겠다고 나선 것은 본말이 전도된 조치"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또 조 위원장에 대해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 등에서 방송개방을 준비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방송위 내사가 '외부 압박' 때문이라는 주장이 사실인가 △독립적 직무 수행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부위원장을 내사해 직무 독립성을 침해한 점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한미 FTA 협상에서 방송시장 개방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국민들 앞에 공개 약속한 사항이 여전히 변함없는가 등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조창현 위원장 스스로 방송법 훼손한 점 책임 져야"
방송위원회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최근 조 위원장의 태도는 방송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평을 자초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방송위 노조는 "위원회를 대표해 정권의 회유와 협박에도 방송시장 개방은 불가하다고 밝혀야 할 책무가 있는 방송위원장이 외부의 문제제기에 기다렸다는 듯이 내부감사를 자행하는 것은 결국 협상 막바지에 방송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도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스스로 방송법 정신을 훼손한 조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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