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 전 중앙인사위원장이 22일 방송위원으로 내정됨으로써 사실상 방송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재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과제를 앞에 둔 방송위원회에서 갈등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위원회를 이끌어 갈 리더십 및 행정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 전 위원장을 방송위원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형식상 방송위원 내정이지만 내용상 방송위원장
윤 대변인은 "행정학 교수 출신 학자로 경실련 공동대표와 중앙인사위위원장을 지내는 등 학계와 관계에서 중책을 맡아 시행하며 풍부한 경륜을 발휘하신 분"이라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청와대는 조 전 위원장을 방송위원으로 내정한 것이지만, 이상희 전 방송위원장이 떠난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이어서 사실상 방송위원장 내정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방송위원장은 방송위원들의 호선으로 정해지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
방송위원장 자리는 한 달 가까이 비어 있었다. 지난달 25일 이상희 전 위원장이 건강 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뒤 최민희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왔다.
끈질긴 관운 과시한 조창현 내정자
올해 71세인 조창현 내정자는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낸 학자이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에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는 장관급인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했고, 현 정권 출범 이후에도 그 자리를 지키다가 2005년 임기가 끝나자 연임될 만큼 인사 분야에서는 능력을 검증받았다.
조 내정자는 만 4년이 넘도록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내며 폐쇄적인 공무원 충원 방식을 개혁해 개방형 임용제를 도입하고, 1~3급 공무원의 직제를 없애는 내용의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대과 없이 도입, 시행해 정부 안팎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조 내정자는 지난달 "너무 오래 했다"면서 자진해 사표를 쓰고 중앙인사위원장 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후 한 달 반 만인 이번에 다시 방송위원장에 내정됨에 따라 끈질긴 관운을 과시했다.
언론계 출신 인사들 물망에 올랐지만…
한편 방송계에서는 최근 방송위원장의 공석 상태가 계속되자 '코드'가 맞는 이종수 전 KBS 이사장이 새 방송위원장에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광주대 언론광고학부 교수와 언론홍보대학원장을 지낸 이 전 이사장은 지난 2003년 6월부터 최근까지 KBS 이사장을 지냈다.
이에 대해 방송위 노동조합은 22일 성명서를 발표해 "신임 방송위원장에 정연주 사장과 파트너로 일하며 KBS와 청와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역할을 한 KBS 이사장 출신이 올 거라는 소문이 들린다"며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선 참으로 기가 막힌 포석인 동시에 현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방송위원회를 이끌어 가기에 이만큼 코드가 맞는 분이 없을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겨레 전무를 지낸 조영호 방문진 이사도 새 방송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국 방송위원장 자리는 비언론계 인사인 조 내정자에게 돌아갔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조 전 중앙인사위원장의 방송위원 내정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방송이나 언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청와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조 내정자는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전임 이상희 위원장과 함께 설립한 바른언론시민운동의 공동대표 및 바른언론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언론과 방송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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