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교육자 자질? '후임 학과장' 추천도 받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교육자 자질? '후임 학과장' 추천도 받았다"

김명호 전 교수 재임용 탈락 사유 정당성 논란

현직 부장판사의 '석궁 피습'으로 촉발된 김명호(50) 전 성균관대 교수에 대한 재임용 사건과 관련해 담당 재판부 주심 판사의 반박과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이 논쟁이 '1995년 수학본고사 출제 오류' 논란에 이어 '대학교수의 교육자적 자질'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김 전 교수에 대해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 자질은 인정하지만,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 전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한 학교 측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1심이었던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의 판결에서도 이미 언급된 것이었고, 김 전 교수는 항소심이 시작되기에 앞서 준비서면 등을 통해 '교육자적 자질'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반박했으며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도 많은 논쟁이 오갔다.
▲ 김명호 전 교수가 95년 1월 4일 받았다는 추천서.

김 전 교수는 특히 "1995년 1월 4일 본고사 출제오류 지적이 있기 직전, 논란의 본고사 문제 출제자였던 채모 교수(당시 학과장)는 나를 차기 학과장으로 추천까지 했었다"며 "그렇다면 학교 측은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한 나를 학과장으로 추천했었던 것이냐"며 반발했다.

논점별로 판결문과 김 전 교수의 주장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5명은 무조건 F"…백지 답안 제출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1995년 1학기 전공필수 과목인 위상수학1 과목. 김 전 교수는 기말고사 직전 52명의 수강생들에게 "5명에게 F학점을 부여해 4학년이라도 졸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이에 '자신이 F학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수강생 30명이 토론을 통해 김 전 교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백지답안'을 제출했다.

이에 김 전 교수는 재시험 기회를 주었으나 2명을 제외한 28명의 학생들은 재시험 응시를 거부했고, 결국 시험을 치르긴 했으나 시험을 거부한 28명의 학생 등 29명이 F학점을 맞았다. 다만 이들은 학교 당국에 위상수학1 과목의 1995학년 여름방학 학기 과목 추가 개설을 요구해 수강함으로써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김 전 교수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재판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교수는 항소심 법정에서 "재시험 기회를 2번 주었고, 그래도 시험을 한 본 학생들에게는 중간고사 성적을 기초로 C, D학점으로 주었으나 학생들이 거부해 F를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교수는 또 '5명에게 F학점을 주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4학년이라고 무조건 졸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만 말했습니다"라고 주장했고, '원고는 학생들을 잘못 교육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없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학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곳이지, 가정교육을 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저의 죄라면 원칙을 지킨 죄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 과목에서 B학점을 부여 받은 학생들조차 원고가 4학년 학생들에게 전공필수과목에 대한 F학점의 압박감을 심어줬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김 전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문제의 백지답안지

■ "학사 행정 혼란 초래" vs "학점 부여는 교수의 권리"

학점 문제와 관련해 재판부는 김 전 교수가 △"수강신청만 해 놓으면 B학점은 보장할 테니 많이 수강신청을 하라"고 말한 후 3명(A+)을 제외한 모든 수강생(17명)에게 실제 출석부 상의 기재 성적과 달리 B+학점을 부과한 점(93학년 2학기)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한 학기 내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D학점을 줄 테니 수업방해는 하지 말라"는 말을 한 점(94년 1학기) △자신의 수학1 과목이 폐강 위기에 처하자 "수강신청만 해 놓으면 B학점은 보장할 테니 많이 신청하고, 졸업시험에 출제할 것이니 많이 홍보하라"는 말을 한 점(94년 2학기) △학칙을 어기고 전혀 출석을 하지 않은 학생에게 최고점인 A+를 부여한 점(94학년 2학기) 등을 들어 김 전 교수가 학칙을 어기고 자의적으로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바람에 학사 행정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전 교수는 "중간고사, 학기말고사, 숙제성적, 퀴즈 등을 토대로 원칙대로 학점을 줬을 뿐 성균관대의 학칙을 어긴 적은 없다"며 "당시 성적 평가 방식은 절대평가로, 절대평가라는 것은 교수의 판단에 따라 전부 A학점을 줄 수도, 전부 F학점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출석을 하지 않은 학생에게 A+학점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김 전 교수는 "학교 당국도 학칙에 반해 교무처장이 출석하지 않는 체육특기생에게 인정학점을 부여하도록 요청했다"며 "국제적으로, 대학사회 통념상 학점 부여는 담당 교수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 "학생들에게 심한 언사. 해교행위" vs "징계 반대 학생들 탄원서도 있어"

재판부가 지적한 김 전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은 학사 행정뿐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김 전 교수에 대해 △다른 수학과 교수들에게 '원로교수들은 학생들이 포기한 사람이다'는 말을 한 점 △학과교수회의 석상에서 선배 교수에게 '당신 전공은 학과를 위해 별로 필요가 없고 만일 대학원 학생을 위한다면 내가 당신 과목을 다 강의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한 점 △95학년 1학기 수업 중 학생들에게 본고사 입학시험 출제자를 지칭해 '그런 씨팔놈이 어디 있느냐'는 말과 '전철에서 노약자나 애기와 동행한 엄마에게 절대로 자리를 양보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점 △수업 중 학생들의 시위 소리가 귀에 거슬리자 '저런 새끼들이 학생이냐', '저런 놈들을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점 △수업 중 공공연히 '내가 내년에 학과장이 되면 과내 모든 써클을 없애버리고 학생회도 없애버리겠다'고 말한 점 △학생들에게 '애가 어렸을 때 잠자는데 울길래 패버렸다', '성대 수학과 대학원생들은 쭉정이들이다'고 말한 점 △수학과 동아리 학생들에게 '씨팔놈', '개새끼'라는 욕설을 한 점 △동료 교수에게 '성대 대학원에 오면 무엇 하나, 취직도 못할 텐데'라고 말한 점 △박사과정 학생을 지도하지 않고 석사과정 학생도 1명만 지도하며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보낸 행위 등 많은 사례를 들어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같은 재판부의 지적이 증인의 진술 등에 근거했음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교수는 다만 "재판부가 불만이 있던 학생들의 진술만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재학생 및 졸업생 33명이 총장에게 제출한 '김명호 교수의 징계를 반대하며'라는 탄원서는 내가 우수한 교육자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김명호 전 교수에 대한 징계를 반대하며 수학과 출신 33명이 연명해 총장에게 제출한 탄원서의 일부분.

■ 교육자 자질이 재임용 기준이라면…

문제는 김 전 교수가 이와 같은 학교 당국의 '교육자 자질' 시비가 95년 대학 본고사 수학 문제 출제오류 시비로부터 시작됐다고 본다는 것이다. 즉 95년 1월 출제오류 지적이 있기 전까지는 학과장으로 추천될 정도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시비 이후에 이른바 '괘씸죄'에 걸려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교육자 자질' 논란이 확대되며 인터넷 공간에서는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많은 누리꾼들은 "이 정도로 재임용에 탈락된다면 우리나라 대학에 남아 있을 교수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감정적 지적부터, "재판부가 출제오류 시비와 학문적 자질을 인정하면서도 교육자적 자질만을 이유로 항소를 기각한 것은 학교 측의 입장만 들은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법부가 학교의 현실은 전혀 모른 채 일부 자극적인 이유만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반면 표면적으로는 소수이지만 "김 전 교수의 언행 등을 볼 때 대학교수로는 부족한 것 아니냐"는 반박도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언급하고 싶지도 않지만, 95년 본고사 사건 이후에 '김 전 교수와 같이 일을 못하겠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다른 대학 관계자는 "본고사 입학시험 부정 문제부터 교수의 역할 문제, 사법부에 대한 불신 문제에 이르기까지 이번 '석궁 테러' 사건을 계기로 잠재돼 있던 많은 사회적 갈등들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단순하게 볼 사회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