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과 9월에 임기 6년을 마치고 각각 퇴임하는 한대현(고시 15회)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서성(사시 1회) 대법관의 후임 인사를 앞두고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최종영 대법원장(1999년 9월 취임)을 비롯해 대다수 대법관들의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대법관들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선출될 예정이어서 법조계는 9월에 있을 대법관 임명이 새 정부의 사법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전례가 돼 이후 재판관 선임과 헌재 재판관 인선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때문에 사법부 몫으로 최종영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두 자리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 여러 단체들이 8월 중에 있을 최 대법원장의 인선을 염두에 둔 의견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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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참여연대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를 추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이하 참여연대)는 18일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우리 사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인사가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본격적인 대법관후보 시민추천운동을 전개할 것” 이라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대법원은 철저히 법관위주로 되어있어 다양한 식견과 경험을 갖춘 인사들이 대법관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대법관의 성향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보수일변도로 치우쳐 있어 이념적 지향에 있어 진보와 보수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기에는 심각한 불균형 상태”라며 대법관추천 운동의 의미를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념적 다양성 확보, 진보적. 개혁적 소신, 법률적 식견, 도덕성과 청렴성 보장 등을 대법관 인선 기준으로 제시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각 단체와 공동으로 추천한 대법관 후보에 대해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소정의 기준에 의거하여 철저한 실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여 엄격한 심사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며 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대법관 후보를 참여단체의 공동명의로 대통령 및 대법원장에게 공식적으로 추천할 것이며, 추천후보의 임명을 위한 제반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판사들도 설문조사 진행 중**
한편, 일선판사들과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법관 후보의 추천방식과 관련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16일부터 일반 법관들을 상대로 대법관 추천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2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판사들은 사법부 내부통신망에 접속해 대법관 추천위원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다.
설문문항은 단 하나로 추천위원회의 의견을 대법원장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지 여부를 판사들이 선택하도록 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참여정부의 첫 대법관 제청을 앞두고 대법원이 하부의견을 수렴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반겼으나 같은 법원의 한 판사는 "설문내용이 대법관 임명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다룬 것이 아닐 뿐더러 설문조사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도 의문스럽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현직 판사들 사이에서도 상이한 반응이 오가는 가운데 법원직장협의회는 "법원 일반직원들을 상대로도 설문조사를 실시,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복수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혀 8월말 예정된 대법관 임명 제청을 앞두고 대법관 추천방식 자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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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로 갈수록 대법관의 영향 커**
이런 움직임들에 대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선출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정치논리가 지배하던 국가에서 정상적인 법치국가로 가면 갈수록 그들의 판단과 결정이 법률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가치관과 질서를 규정함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예를 보면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 임기에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인물이 대법관에 임명되어 사회의 전체적인 가치관과 의사결정이 기업과 법인의 이해를 중시한 측면이 있고 민주당이 대통령 직위에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의 인물이 대법관으로 선임되어 개인의 권리와 약자, 소수자를 위한 판례를 남기곤 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미국의 경우에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선진국 중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반면 사법부는 진보적인 색채를 보여 국가의 균형을 맞춰온 전통이 있다”며 “다른 선진국들의 사법부도 대부분 그런 추세였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선진국의 사법부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는 다수에 의해 지배가 되는 입법, 행정에 맞서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반영하려는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법시험 기수와 근무성적에 따라서 임명되는 관료적 서열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법조계 밖의 인사들이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길도 사실상 막혀 있는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며 "벌써 후보에 이름이 오르는 분도 있고 그 분들이 다 실력은 있는 분들이지만 사법부의 지나친 보수화를 막고 균형을 맞추기에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법관은 대부분 '승진' 케이스**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중 재야변호사출신 한 자리와 검찰출신 한 자리 등을 제외한 나머지 11개의 대법관 자리를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의 법관들 중에서 승진되어 채워지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인선 관례로 인해 일선법관들이 선배인 대법관들이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리는 것을 꺼리게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대법관은 물론 업부를 위한 판결문도 잘 써야 겠지만 국민들은 균형잡힌 시각과 진보적인 법 해석을 기초로한 지혜로운 판결이나 당당한 소수의견도 기대한다"며 "지금 대법관들 대부분은 판사에서 '승진'한 엘리트들이라 그런지 소수나 약자에 대한 배려에는 분명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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